3일 인권조례 폐지조례 재의안 상정…26명 ‘폐지 찬성’ 가결

충남도의회가 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상정해 가결시켰다. 이로써 충남인권조례는 폐지가 확정됐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유익환 의장.

충남도의회가 충남인권조례를 끝내 다시 폐지했다. 집행부의 재의 요구에 따른 두 번째 의결에서도 다수당인 자유한국당의 주도로 폐지안을 가결했다.

3일 충남도의회는 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하 인권조례)’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26명이 찬성하면서 폐지조례안을 확정했다. 폐지안을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지방자치법상 재의결은 의회 재적의원 중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나오면 성사된다. 도의회의 경우,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의원을 제외하면 현재 총원 35명. 이중 24명이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해 온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력으로 폐지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인권조례 폐지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개회 1시간 전 긴급하게 의원총회를 가졌고, 결국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안건을 처리했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폐지반대 입장에 선 더불어민주당 유병국 의원은 “10대 의회가 만든 조례를 우리 손으로 없앤다면 발등을 스스로 찍는 셈이다. 11대 의회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토하고 처리하도록 보류하는 것과, 혹여 표결을 해야 한다면 정치적 의도 없이 표결할 수 있도록 무기명 투표를 제안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표결 결과 찬성 5, 반대 26으로 무산됐다.

같은 당 김종문 의원 역시 “헌법에 정치와 종교는 분리토록 돼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일부 기독교단체의 논리를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 또 다수당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밀어붙이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의회를 능멸하는 행위이자, 도민은 안중에 없고 정당의 이익만 생각하는 행위”라고 폐지를 추진한 한국당을 비난했다.

폐지 찬성입장인 바른미래당 김용필 의원은 “다른 인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성적 정체성만 말하는 것인데, 마치 모든 인권을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다양한 성의 형태가 담긴 내용을 인권으로 보호하자는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전통적인 가정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도, ‘인권행정 마비’ 우려…법적대응 등 검토

이정구 자치행정국장이 추후 대응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도의회의 결정에 충남도는 난감한 입장이다. 인권교육, 실태조사 등 인권관련 행정의 법적근거인 인권조례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한 셈.

이정구 자치행정국장은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의회의 결정은 존중한다. 다만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노인, 청소년, 이주노동자 등 여러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인권사업의 동력을 잃게 되는 점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통감했다.

이번 도의회의 폐지안은 5일 이내에 공표하도록 돼있다. 만약 집행부에서 공표하지 않는다면 도의회 의장이 즉시 공표할 수 있다. 또 집행부가 이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지방자치법 107조에 따라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충남도는 만약의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국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도의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관련 기관·단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 방안을 강구하겠다.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하려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도의회 앞에서는 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치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도의회 청사 앞에서는 인권조례 폐지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 50여 명이 서로 대치하면서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실제로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과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조례 폐지안이 재 가결 될 경우 해당 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 등 강력한 대응을 이어 가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가정을 파괴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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