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 대척점 8년 ‘애증’…“도민의 실망감 어떻게든 속죄해야”

충남도의회 유익환 의장이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애증(愛憎)의 기억을 꺼내며 그의 정치 인생에 대해 부활 가능성을 암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료사진]

충남도의회 유익환 의장(자유한국당, 태안1)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애증(愛憎)’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와의 8년 동안 대척점에 있던 유 의장의 평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유 의장은 30일 도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은 이런(성추행 의혹) 사달이 났지만, 그동안 도정의 파트너로 일했던 안 전 지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다”고 말 문을 열은 유 의장은 “당시 보수진영이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으로 나뉘면서 잘못했다. (충남도지사는) 무조건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천과정도 마음대로 하다 결국 안희정이라는 신성한테 넘겨줬다”고 회상했다.

특히 “안 전 지사는 도민들에게 희망과 신선함을 줬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행정을 펼쳤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지 못한 걸 접해본 것”이라며 “(안 전 지사의 행정은) 도의회도 처음 겪는 것이었다. 격려도 하고 태클도 많이 걸었지만, 그러면서도 정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들 ‘충청에서 이런 사람이 다시 나올까’ 했고 안희정을 최고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솔직히 저는 썩 좋아하진 않았다. 너무 허황된 면이 많이 보였다”며 “그래도 안 전 지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런 매력이 있으니 대통령 경선까지 나가서 되냐, 마냐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지 않았겠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이 일(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터지면서 그런 희망과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고 실망과 절망을 안겨줬다. 그건 안 전 지사가 충남도민에게 평생 동안 갚아야 한다”고 격분했다. 

이어서 “속죄를 하던지, 아니면 자기가 어느 자리에 있을 때 무엇이든 하러 나온다고 하면 도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안 전 지사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게 정치인…"10대 동료의원 많이 살아 돌아왔으면…"

이에 “현 상황에서 안 전 지사는 정치적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이 나오자 유 의장은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끝나지 않았겠는가. 다만, 정치라는 것은 모른다. 16년전 대선에 나왔던 이인제 후보가 ‘올드보이’로 다시 등장하듯이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것이 정치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계속해서 그는 “사실 저는 (안 전 지사와) 대척점에 많이 서 있었다. 그래서 마주앉아서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래도 간접적으로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본다”며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지만, 정치인은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죄를 졌다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대통령을 했던 역사가 있지 않느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유하기도 했다. 

이밖에 유 의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천안지역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공천을 했으면 당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전 총리가 어느 한 선거구에 묶여 있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전국을 다니며 한국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10대 의회 동료 의원들의 연이은 6.13지방선거 낙천 소식에 “되도록 많은 의원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랬는데 안타깝다”며 “쉽게 맺은 인연이 아니다. 당을 떠나서 10대 의원들이 많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유 의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23년 정치생활을 마무리하고 농업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1995년 6월 태안군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6년부터 충남도의원에 내리 3선에 성공했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며 오는 6.13 지방선거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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