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핵저지30km연대)는 10일 오전 최근 방사능 오염 핵폐기물 불법 매각과 관련, 강력한 규탄과 함께 매각 책임자 구속 등을 요구했다.  

핵저지30km연대는 이날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힌 뒤 "원자력연구원장 사퇴, 원자력연구원 해체와 함께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가톨릭농민회,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노동당 대전시당, 정의당 대전시당,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한 살림, 마을절전소네트워크, 대전충남보건의료단체연대회의, 관평동 등 마을 주민 등이 참석했다.

앞서 오전  한국원자력 연구원을 방문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피켓팅을 진행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 장관이 방문을 바치고 돌아가는 길에 집회자들이 차량에게 다가가 주민의 요구를 전달하는 만남을 요청했으나 유 장관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핵저지30km연대 참가자들은 "도둑 소굴이 된 원자력연구원과 감시,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원안위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에 정부와 청와대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전국민적인 대책위 구성과 정부의 해결 의지를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다음 주 수요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에 팔린 금과 구리, 납 등이 재활용업체를 통해 다른 용도로 재사용됐다면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자회견문]

방사능 오염된 금까지 팔아먹는 원자력연구원 해제가 답이다.

이게 실화냐, 설마하며 항간을 떠돌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지난 7일부터 대전mbc 보도를 통해 폭로되고 있는 해체 핵폐기물 무단 폐기 의혹은 도난이나 분실이 아니었다. 고물업체가 고철로 팔아먹었다는 증언은 충격과 분노를 참을 수 없게 한다.

2008년 해체된 공릉동 연구용 원자로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다량의 납과 냉각오염수 2드럼, 전선과 벽돌이 무단 폐기되었고, 2009년 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 변환 시설 해체 과정에서 나온 구리 전선 5.2톤이 고물상에 팔려 나갔으며, 화학물질 분리에 사용한 오염된 금 2.4kg은 행방조차 모른다.

또한, 2010년 우라늄 가공 시설을 해체할 때 나온 핵물질 80kg이 5년 만에 엉뚱한 창고에서 가루 등의 상태로 방치된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최고의 전문가와 열정과 양심’으로 포장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실상은 부패와 무능, 안전 불감증에 도덕성마저 잃어버린 범죄 집단이었나.

그동안 수많은 사고를 회피와 부인으로 일관해 왔고, 얼마 전 화재사고도 숨기기 급급했던 원자력연구원이 언론 보도 하루 만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실을 인정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혹시나 더 큰 문제가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하지만 신속하게 발표한 입장문에서 드러난 원자력연구원의 행태는 여전하다. 엎드려 사죄를 해도 부족할 상황에 ‘송구’함을 들먹이며, 원안위의 특별 검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고발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다. 책임은 외부 해체 업체와 그 직원들 몫이며, 유출된 폐기물은 저준위 또는 자체 폐기물 대상이라 괜찮고, 유출 경로 파악을 못한 것은 방대한 양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전히 원자력연구원은 이 사태의 엄중함과 중차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젖어 온 관행과 특권으로 인해 상황을 피해 가려는 태도가 몸에 익은 것이다.

다량의 구리 전선이 팔려 나갔을 때도 경찰이나 원안위에 신고하지 않았고, 10여년 이상 축소, 은폐해 왔던 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대표적인 적폐로 더 이상 어떤 개선의 여지도 없는 이익집단이 되어 버렸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불철저하고 무능력한 시스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2월부터 시작한 이번 특별검사는 시민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작년 4월 방사성 폐기물 불법 매립과 유출 사고 때도 제보에 의해 특별감사를 벌인 바 있으나 극히 일부의 사실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원자력연구원과 담합했거나 감시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번에 불거진 핵폐기물 대량 유통과 은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을 방사능 피폭 상태로 내모는 것이기에 묵과할 수 없다. 사랑스런 아가들의 돌 반지부터 아파트 벽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제 핵폐기물이 섞여 있지 않은 지, 방사능 측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되었다. 방사성 폐기물, 핵폐기물 안전과 관리에 총체적인 부실을 넘어 조직적인 범죄 행위가 오랫동안 벌어져 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선량하고 양심적인 과학자들’이란 없다.

돈 앞에, 권력 앞에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방사능 오염 사실을 알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들로 핵폐기물이 무단 폐기되고, 매립되고, 심지어 팔려 나가기까지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표적인 적폐, 원자력연구원의 해체를 주장한다. 새롭게 제대로 된 탈핵전환에 맞는 연구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오늘 우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신임 원안위원장에게 이 참담한 현실과 거대한 범죄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왔다.

핵발전은 이렇게 아주 작은 실수나 사고로도 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과 복잡한 규제 장치들이 작동한다 해도 방사능 오염과 피폭 가능성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그 시스템과 규제조차 양심에 따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우리 사회는 일상적인 위험에 노출된 상태인 것이다.

우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국민 공개 사과와 함께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투명한 자료공개 의지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 국민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새로운 원안위원장이 맡게 된 이번 핵폐기물 불법 유통과 매각 사건은 원안위가 과거의 오명을 벗는 중대기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정부와 청와대의 각성과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다.

현 정부는 탈핵 전환을 약속했고, 더구나 지금은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 핵은 안전 대책을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관리될 수 없다. 핵마피아들이 어떤 제재나 책임없이 수십년 동안 누려온 특권을 쉽게 내려놓을 리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한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전면적인 전환과 쇄신을 위한 결단이 시작되길 바란다.

<우리의 요구>

- 나 몰라라 핵 폐기물, 국민 안전 위태롭다!

- 핵 폐기물 불법유통 진상 규명과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 핵폐기물이 고철이냐! 관리 책임 원안위원장 대국민 공개 사과하라!

- 핵폐기물 불법 유통, 온 국민이 피폭된다. 추적 조사하고 전량 회수하라!

- 전국 핵폐기물 관리와 실태 조사에 즉시 착수하고, 결과를 공개하라!

- 관리 감독 규제 기관 원안위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편하라!

- 못 믿겠다, 연구원. 핵재처리 실험 등 모든 연구·개발 중단하라!

- 핵폐기물 불법 유통과 매각의 1차 책임, 원자력연구원을 해체하라!

- 국민 생명 위협하는 핵발전을 중단하라!

- 갈 곳 없는 핵쓰레기, 핵발전을 중단하라!

- 모든 핵을 반대한다. 우리 모두 평화하자!

                            2018년 5월 9일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강원생명평화기도회, 나무닭움직임연구소. 내성천의친구들, 노동당탈핵운동본부(준). 대안문화연대 군축반전평화행동,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핵으로부터안전하게 살고싶은울진사람들, 원불교환경연대. 천성산의친구들, 토지강제수용철폐전국대책위, 평등노동자회,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AWC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