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자기 옷은 자기가 벗는 대통령이 나왔다”면서 “좋은 일이긴 하지만 찬양까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9주기를 맞아 경남 봉하마을 그의 묘역 옆에서 시민 3000여명이 모인 (재)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이 주최한 행사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제목의 특강을 지난 11일 밤 했다.

김제동씨 특강 전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면서 김 씨를 소개했다. 김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일할 때가 행복했다. 노무현기념관이 완공되면 정치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관장을 해보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9주기를 맞아 경남 봉하마을 그의  묘역 옆에서 시민 3000여명이 모인 (재)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이 주최한 행사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제목의 특강을 지난 11일 밤에 했다[사진=노무현 재단 홈페이지]
방송인 김제동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9주기를 맞아 경남 봉하마을 그의 묘역 옆에서 시민 3000여명이 모인 (재)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이 주최한 행사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제목의 특강을 지난 11일 밤에 했다[사진=노무현 재단 홈페이지]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특강은 북새통을 이뤘다. 재단 측이 설치해 놓은 의자 3000개가 모두 꽉찼고, 서서 강의를 듣는 이도 많았다. 김 씨는 2시간 가량 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윗옷을 자기가 벗겠다고 하면, 박수까지 쳐주는 것은 좋은데 찬양까지 가면 안 된다"라면서 "좋은 일이다. 자기 옷은 자기가 벗는 대통령이 이제 된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세상이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취미가 '국난극복'이라고 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찬양하면 안 된다는 말을 여기서 한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찬양까지 가면 안 된다. 찬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냐"라면서 "평생 내 옷은 내가 걸고 사는 우리가 찬양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좋은 일 있으면 국민들이 좋고 국민들이 찬양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땅에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 공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김 씨는 "내가 생각하는 혁명,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잘 생기고 키도 큰 사람들이 사랑받을 수 있지만, 못 생기고 키 작은 사람들이 천시받지 않는 것"이라면서 "높은 데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두고 낮은 데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려서 평등하게 하는 게 혁명이다.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위치를 올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키 크고 잘 생긴 사람을 대우해주는 것을 멈춰라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대접해 주자는 것이 혁명이다"라면서 "낮다고 잘못 여겨져 왔다고 하는 사람들을 올려주는 게 혁명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왜 혼자 사는 사람이 존경을 받아야 하느냐"라고 말한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혼자 사는 사람을 멸시하는 것"이라면서 "종교 시설에 혼자 사는 사람은 존경받고 속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무언가 하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속세에서 우연히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 마음 속에 끌어 오르는 화를 누르고 사는 부부들이 더 존경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방송인 김재동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 9주기를 맞아 봉하마을 고 노전 대통령 묘역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노무현 재단 제공]
방송인 김재동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 9주기를 맞아 봉하마을 고 노전 대통령 묘역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노무현 재단 제공]

김 씨는 '금수저' '흙수저'에대한 양극화도 언급했다. 그는 "여기서 내가 금수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 한 명도 없다, 분명히 있을 건데..."라면서 "그러면 흙수저라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 많네"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를 내놔도 자랑스럽고 떳떳하다. 금수저는 금수저대로 살고 흙수저는 흙수저대로 살고, 이 세상에 금수저가 없을 수는 없다"라고 짚었다.

이어 "흙수저들이 우리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금보다 흙이 나은 점이 얼마나 많느냐, 금은 사람들이 가치가 없다고 합의를 하면 가치가 없어지지만 흙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땅 파고 흙 파는 일이 얼마나 존엄한 일이냐, 호미 들고 낫 들고 사는 사람들이 자식 낳고 다 살았다. 물론 속으로 금수저로 살고 싶은 마음은 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수저는 돈만 있지 우리는 돈만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지나 가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나마 사는 게 돈만 없어도 저 사람들보다 훨씬 재미있다"라면서 "돈만 있는 사람들은 힘들다. 돈만 있고 싸가지는 없고 인격도 없이 살면 힘들다. 돈만 있는 사람은 흙수저를 개돼지로 본다. 사람을 개돼지 우리에 넣으면 사람이 힘들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갑질 사태도 화두에 올렸다. 그는 "비행기에서 땅콩을 주면 간단하다. 까서 먹고 자면 된다. 얼마나 간단하고 편하냐"라며 "돈만 있으면 힘들다. 자기들 지분은 10%밖에 없으면서 나머지 90%는 국민의 것인지에 대해서도 모른다.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을 받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하고, 이들이 우리 회사 이익을 내어주는 동료라는 생각을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유의 개념이 훨씬 높으면 힘들다. 해라 하는 사람이 주인이냐 해주는 사람이 주인이냐, 원래는 해주는 사람이 주인이다"라며 "집주인은 밥을 내어 오면 주인이지, 앉아 있으면 손님이다. 내 나라 일은 내가 하는 것이고 한반도 운전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컵에 담긴 물을 보면 마시면 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던진다. 마시면 쉽다. 던지면 힘들다. 땅콩을 까달라 하고 안 되면 화내야 하고, 그러다가 무릎 꿇려야 하고, 안되면 비행기 돌려야 하고, 그 다음에는 사과하고, 벌써 몇 단계냐... 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이냐"라고 했다

김 씨는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라면서 "부자라고 무조건 비난받으면 안 된다. 좋은 아파트에 '우리 집값 올랐으니 종합부동산세 좀 내자'는 플래카드가 걸리면 좋다. 빌 게이츠가 그랬다. 그런 뜻에서 보면 내가 '친미'"라고 말했다.

특강에서 아이들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아이들한테 영어공부 너무 시키지 말자. 게임 한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 어른들도 다 그렇게 해서 컸다. 내 새끼한테는 누구나 기대가 크다"라고 했다.

그는 "동네 아이들 만나도 이전에는 나무랐는데 요즘은 안 그런다. 세월호 이후에 아이들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라고 여운을 남겼다.

끝에가서 통일 얘기도 언급했다. 김제동씨의 입에선 '통일'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정치적 통일은 100년 후에 하더라도, 통하는 통일만 하면 된다. 남북 인구를 합치면 8500만 정도 된다. 인구 1억 명 정도 되면 안정적 자립 경제가 된다고 한다"라며 "통일에 비용도 들겠지만, 그 비용은 '투자비용'으로 봐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놓을 때 많은 돈이 들었지만 그것으로 인한 엄청난 이익도 있었듯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노무현 전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사진=노무현 전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그는 "우리한테 가장 큰 적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적폐가 있다. 적폐청산이 무엇이냐, 우리가 싼 똥을 우리가 치워주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가 싼 똥이 가장 큰 게 '분단'이다. 한 민족이니 통일하자는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 좋은 거니까 통일을 하자고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기차 타고 비엔나까지 수학여행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라며 "통일이 되면 아이들은 스케일이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비엔나까지 거리가 8800km다. 스마트폰 '티맵'에 비엔나를 누르면 '여기서 8800km, 25일 뒤에 도착'이라는 안내 멘트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까지 갈 수 있는 시대를 아이들한테 열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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