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실화와 증언으로 제작...24일 개봉
-5.16후 미국원조금 횡령한 뒤 사랍 납치해, 감금·살인 노역·합동결혼 실상다뤄
-수백 명 죽고, 국가가 땅 준다는 약속도 안 지켜

박정희 정권의 인권유린 역사인 '충남 서산간척단'의 실화가 영화로 나온다. 영화는 그 땅이 지금의 옥토(沃土)가 되기까지 무려 57년 만에 인권을 유린 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함, 답답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젊은 시절 영문도 모른 채 충남 서산으로 잡혀간 뒤 모진 구타, 폭언에 시달리며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기까지의 인권유린 뿐만아니라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눈물의 한(恨)이 그대로 묻어 있다.

지난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미명아래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서산개척단'의 노역장면 [사진=서산간척단 영화켑처]
지난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미명아래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서산개척단'의 노역장면. [사진=서산간척단 영화캡처]

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2018)'은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서산개척단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의 '박정희판 군함도, 모월리의 진실'과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간재생공장의 비극-대한청소년개척단을 아십니까?'의 폭로로 시작됐다.

영화는 서산간척사업 피해자들의 내밀한 인터뷰와 피해자들을 둘러싼 방대한 아카이브 영상 자료 제시를 바탕으로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인권 유린 사건의 진실을 담았다.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서산개척단'.사진중 안경쓴 이가 서산간척지 노역장을 방문한 박정희 소장[사진-웹사이트]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서산개척단'. 왼쪽 안경쓴 이가 서산간척지 노역장을 방문한 박정희 소장. [사진-웹사이트]

오는 24일 개봉하는 '서산개척단'은 1960년대 사회 명랑화 사업으로 진행된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에 대한 증언을 바탕으로 그렸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세력은 국가재건과 부랑아 단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거리를 배회하던 수많은 청년들과 부녀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납치된 청년들과 부녀자들을 서산 간척사업에 동원한 대한청소년개척단은 원활한 국토개발사업 진행을 위해 끔찍한 폭행과 강제노역, 강제 합동 결혼식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간척사업 도중 구타와 강제노역을 이기지 못하고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지만, 공식적인 집계조차 없다. 

영화 '서산개척단'은 1961년 잘살아 보자던 구호속에 '조국근대화의 영웅'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박정희 정권의 허상을 드러내고 있다. 인권유린의 가해자가 '국가'라는 존재였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산개척단이 단순한 인권 유린이 아닌 국가 폭력으로 간주되는 것은, 서산만 간척사업을 하면서 '시작'부터 '해체'까지 박정희 정권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 간척사업의 명분으로 미국 원조금 'PL-480'까지 받은 박정희 정권은 그 돈을 간척사업장 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횡령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피해자들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억울하게 납치된 여성들을 서산개척단원들과 강제 결혼 시키고, 서산개척단 홍보를 위해 윤락녀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도 스스럼없이 벌였다.

무엇보다 박정희 정부는 서산개척단에 강제로 동원 피해자들에게 토지 배분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토지 배분 약속을 굳게 믿고, 온갖 고통과 울분을 참아낸 서산개척단원과 가족들은 이를지키지 않는 국가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100명 남짓 생존해 있다.

서산개척단원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땅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동안 입은 피해와 고통을 보상받기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를 다뤘다. 숨은 진실을 세상밖에 꺼내고 있는 것이다.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당시 합동결혼식[사진-영화 서산간척단켑처]
1961년 ‘대한청소년개척단’이라는 명명 하에 박정희 정권이 서산개척지에서 자행한 국가 폭력, 인권 유린, 강제 노역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서산간척단의 합동결혼식 장면. [사진-영화 서산간척단캡쳐]

'서산개척단'은 반세기를 훌쩍 넘긴 오랜기간 서산개척단원과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으로만 남았던 피해 사실을 널리 알려, 이들이 가진 울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그러나 영화로 폭로하는 것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국가의 공식 사과 및 확실한 피해 보상이다. 그래서 57년 만에 입을 연 피해 사실을 국가와 국민은 귀를 기울이여야한다. 

한 영화 평론가는 22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우리 모두가 박정희 정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산개척단 등 그들의 수많은 인권 유린 사건은 아직 청산되지 못했다"면서 "아픈 역사이니, 다시는 이런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 규명과 함께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함이 영화속에 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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