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 교수)]
[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 교수)]

여름의 문턱인 5월의 날씨가 예년과 달리 비가 장마철과 같이 잦고 고온현상 등이 일찍 찾아왔다. 때문에 여러가지 계절과 관련한 질병들이 발생한다. 지난 주에 이어 식중독에 관한 진단과 그 사례들을 모아봤다.

식중독, 어떻게 진단하나

식중독 진단을 위해서는 대변 배양 검사를 통해 균을 확인을 해야지 확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독에 걸린 분들 중 대부분이 감기처럼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대변 배양 검사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심하지 않은 설사로 내원하신 분들에게는 문진을 통한 진단적 접근을 주로 하게 되는데 구토를 주 증상으로 하고 음식을 드신지 수 시간 이내에 오시는 경우 황색포도알균 식중독, 바닷가나 해산물 식중독은 장염비브리오균, 여행자 설사는 장독소 대장균, 소아의 경우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사에서 대변에 피가 보이거나 발열이 동반이 된다면 세균성 이질, 장티프스, 대장구균 O157:H7 등에 대한 배양이나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최근 항생제를 사용한 병력이 있다면 특정 세균에 대한 독소 검사를 해야 하며, 심한 복통, 탈수, 혈성 설사, 24시간 이상 좋아지지 않고 계속되는 중증 설사는 혈액 검사, 대변 검사, 전해질 검사, 복부 X-선 검사를 할 수도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

16세 고교생 A군은 친구들과 함께 다음 날 소풍을 떠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는 햄과 계란이 들어 있는 김밥을 유독 좋아해 김밥에 들어 있는 햄 등만 골라서 먹을 정도였다. 이날 소풍 떠나는 날도 늘 어김없이 김밥을 가방에 넣고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진땀이 나면서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을 느꼈고, 걷다가 2-3차례 토하고 진료실을 찾았다. 11시 경에 배가 고파서 김밥을 마구 집어 먹고 3시경에 본인 말로 체한 증상 (?)이 시작 되었다고 하였다.

위 증례는 황색포도상구균의 장독소에 의한 식중독이다. 노로바이러스,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장염 비브리오균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식중독으로 잠복기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보통 음식 섭취 1시간에서 6시간 내에 오심, 구토 와 복통, 두통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된다. 발열과 설사는 일부에서 보이기도 하며 특히 설사는 오심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동반된다. 이렇게 생성된 장독소는 열에 강한 성질이 있어 끓여도 쉽게 파괴되지 않고 일단 섭취되면 위 속과 같은 산성 환경에 강하고 단백분해효소에도 안정적이어서 위장관에서 잘 파괴되지 않는다. 주로 우유, 고기, 계란과 햄 등 음식의 섭취로부터 야기된다. 증상은 주로 1-3일 정도가 경과하면 저절로 호전되므로 대증요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된다. 의심되는 오염된 식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다량 자라나나는 것을 증명하거나 환자의 구토물에서 장독소를 검출하는 검사들을 할 수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주로 식품을 제조, 조리하는 사람으로부터 오염되므로 화농창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식품의 제조, 조리에 참여하지 말아야 하며 조리자의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음식은 가열처리 후 신속히 섭취해야 하며, 5℃에 저온 보관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해산물 특히 굴 사랑이 유독 끔찍한 40세 김 모씨. 그는 술자리에서 특히 굴을 즐겨하였다. 이날도 지인들과 어김없이 횟집에서 석굴과 함께 거하게 한잔을 한 뒤 헤어져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다. 그다음 날 점심 경 약간의 한기와 몸살기운을 느껴 자가로 진통제를 하나 먹고 점심을 들었다고 하였다. 퇴근 무렵 속이 메쓰꺼워 체한 게 아닌가 생각하던 중 설사를 한차례 한 후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진료실을 찾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 분들이 대부분 속이 메스꺼워 체한 것 같다, 몸살기운이 있다, 설사를 한다고 하면서 내원을 하신다. 대부분 집단 발병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겨울 무렵에 굴과 같은 해삼물을 드시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노로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걸쳐 발생하는 급성 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겨울철에 흔하며, 구토를 주 증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이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보고되면서 2004년의 지하수를 통한 집단식중독, 2006년 학교급식을 통한 집단식중독을 유발하는 등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식중독의 가장 많은 원인균이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굴 등 어패류의 생식을 통해 발생되지만,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 등에도 존재하므로 사람과 사람 간에 전염되는 경우도 많다. 1-3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지며 반 이상의 환자에서 수양성 설사, 구토를 동시에 호소하며 복통도 동반될 수 있다. 발열은 동반될 수 있으나 고열은 드물다. 대부분 증상은 1-3일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되므로 수액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식품취급자는 회복 후 2-3일 이후에 복귀를 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아 공공장소 출입 후에는 반드시 비누와 따뜻한 물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익히지 않은 음식은 피하고 물은 끓여 마셔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

50세 남성 김 모씨는 동네에서 유명한 애주가였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고 알코올성 간경화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여전히 술을 끓지 못하고 하루에도 소주 4-5병을 비우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동네 계모임에서 여름이니 바다 구경하러가지고 해서 사는 곳에서 2시간 남짓인 서해에서 머리를 식히며 그가 사랑하는 소주와 함께 회와 각종 해삼물을 원없이 먹고 귀가를 하였다. 다음 날 급작스러운 오한을 느껴 체온을 재보니 39.5도였다. 해열제와 소주를 먹고 잠을 청하였지만 속이 울렁거려 참지 못하고 구토를 3차례 하고 설사를 수 차례 하였다. 주변에서 이를 보다 못해 진료실을 찾았다. 진찰을 하다 보니 넓적다리와 엉덩이 등에 부종·발적이 보였고, 상처가 한 군데에 있었는데 주변으로 반상출혈이 있고 물집과 궤양이 주변에 보였다. 간경화가 있고 해산물을 먹은 다음 날 심상치 않은 상태로 내원하였기에 비브리오패혈증 의심하에 즉각적인 응급처지와 입원을 위해 응급실로 옮겨 관련된 여러 과와 협의 진료를 시작하여 다행히도 3주 후 무사히 퇴원을 시킬 수 있었던 사례였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 블니피쿠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감염 시 특징은 감염된 생물의 체표에 궤양이나 괴사가 잘 생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세균에 오염된 해수 및 갯벌 등에서 피부에 있는 상처를 통해 감염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만성질환자, 알코올중독 및 습관성 음주자, 면역기능 저하자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급성 세균성 질환이다. 6~9월에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일단 감염되면 병의 진행이 빨라 사망률(60%)이 높은 질환이므로 조기진단 및 신속한 치료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염된 해산물을 생식하였을 때에는 급작스런 오한·발열·전신쇠약감 등으로 시작하며 때로는 구토와 설사까지 동반한다. 잠복기는 12~24시간이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발병 30여 시간 전후에 피부병변이 나타난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40∼50대 남자의 경우 치명률이 높다.

환자의 격리나 환경소독·검역은 필요 없다. 치료는 반드시 항생제를 투여하고 상황에 따라 절제, 배농 등 외과적 처치를 한다.

예방을 위해 어패류 보관시 다른 식품과 분리해서 냉장보관하고, 56℃ 이상의 열로 가열하여 충분히 조리한 후 섭취해야 한다. 특히 간질환 환자, 알코올중독자,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등 만성질환자는 6~10월에 어패류 생식을 금하고, 해안 지역에서의 낚시나 갯벌에서의 어패류 손질 등을 피해야 한다. 여름철 해변에 갈 때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상처가 났을 때에는 맑은 물로 씻고 소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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