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선언’ 참가자 임석규씨…“교회의 극우화, 정교유착 실망”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선언'에 참석한 임석규 씨가 보수기독교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내가 이런 처참한 모습들을 보려고 유치원 때부터 교회를 다녔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습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임석규(29)씨가 2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선언’에서 꺼낸 말이다. 

보수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충남인권조례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닌 청년이 “인권조례를 향한 교회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27일 천안에서 열린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및 지역 기독교연합회들의 ‘기도회’에 참석한 임 씨는, 충남인권조례가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목사들의 설교와 학생인권이 교육기본법을 위반했다며 막아달라는 서명운동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너무나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모습들을 보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안전이 무너졌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세월호 참사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유인물이 아무렇지 않게 학생들과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임 씨가 제공한 27일 보수기독교단체 '구국기도회' 행사 모습. 자유한국당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이 확연히 눈에 띈다.

또 “충남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선 자유한국당 및 보수야당 정치인들이 그 자리에서 소개를 받고 교인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며 “충남도민의 인권신장을 위한 인권조례가 보수기독교 단체들과 보수정당들의 정교유착으로 인해 폐지라는 위기에 몰리게 된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탄식했다.

무엇보다 그는 모든 교회가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임 씨는 “한국에는 지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며 일상을 공유해온 작은 교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런 교회들은 지금도 올바른 인권과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해 지역공동체로서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극우화와 보수정당과의 정교유착으로 인해 도민들게 크나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다. 제가 한국의 교회를 대표할 순 없지만 이런 사태까지 왔음에 책임감을 느끼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사죄했다.

계속해서 그는 “약속하겠다.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열려있는 사회지향적인 복음을 믿는 저와 같은 기독교인들이 많고,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보수교회 세력에 맞서 싸우겠다”며 “그것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고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내는 참다운 복음임을 믿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성경구절 한 마디를 남겼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을 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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