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나라 러시아, 같은 유럽대륙에 속해 있는 중부유럽이나 북유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나라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번영과 수난의 역사적 유적이 많아서 수도인 모스크바 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중세 고도이다. 왕정의 영화, 그리고 혁명과 전쟁의 어두운 역사를 함께 간직한 이 도시는 로마노프 왕조의 표트르 대제(재위 1689∼1725)가 건설했다. 지구의 북반부를 넓게 덮고 있는 러시아의 발틱 해안에 자리 잡은 유럽창구로 여느 러시아 도시와는 달리 독특한 매력과 분위기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의 철저한 계획 아래 세워진 도시로 일찍이 서구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며 발전했다. 도심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운하를 중심으로 화려한 예술을 꽃피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구의 베네치아` `러시아의 심장` 등으로 불리며 러시아에서도 가장 독특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모스크바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다. 문학, 음악, 그림, 발레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러시아 예술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러시아 제2의 도시답게 러시아 건축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곳이다. 
 쭉 뻗은 대로 수많은 운하와 아름다운 다리들, 6ㆍ7월이면 볼 수 있는 백야의 광경은 가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북쪽의 베니스`라고 칭송할 만하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럽풍의 도시이며 18∼19세기에 지어진 우아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문화의 중심지로, 모스크바가 동양적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면 페테르부르크는 `서유럽으로 가는 통로`라는 호칭에 걸맞게 좀 더 서양적인 특징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수많은 학술 연구기관,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어 학술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많은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역사 여행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심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역사적인 곳이다.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일찍 문호를 개방한 덕분인지, 시내 분위기는 러시아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이국적이고 독특하다. 18∼19세기에 지은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거리를 따라 이어지고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운하와 수많은 다리는 도시의 운치를 더한다. `북구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다. 유서 깊은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도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언제 들러도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여름이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최고 기온이 25도 정도로 활동하기에 좋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은 백야 현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백야 기간에 방문하면 밤 11시가 돼야 조금씩 어두워지고 새벽 3시에 해가 뜨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에르미타주 미술관(겨울궁전)
에르미타주 미술관(겨울궁전)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의 시작은 보통 네바강 왼쪽에 자리한 네프스키대로에서 이뤄진다. 길이 시작되는 곳에 `피의 일요일`의 배경이 되었던 궁전광장이 자리한다. 제정러시아 시절 황제들의 거주지로 사용됐던 곳으로, 바로크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금은 300만 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관리하는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30분 정도 이동하면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여름궁전에 닿는다.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페트로 드보레츠(여름궁전)

동궁은 근교 페트로드보레츠에 있는 여름궁전과 푸쉬킨의 시에 있는 예카테리나 궁전과 함께 로마노프 황실의 영화를 엿볼 수 있는 사적이다. 

피의 사원
피의 사원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가까이에‘피의 사원’이 자리한다. 모스크바의 바실리 사원을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색의 돔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본래 이름은 ‘그리스도 부활성당’이다. 알렉산드르 2세 암살 기도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모자이크 프레스코가 특히 인상적이다. 
 교회 내부는 27년간의 복구 끝에 드디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 안에는 알렉산더 2세가 상처를 입었던 정확한 위치가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현란한 모자이크 장식으로 인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청동의 기마상 맞은편에 위치한 거대한 황금빛 돔은 피터 대제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성 이삭 성당’으로, 돔의 크기가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로, 도시 어느 곳에서도 눈에 쉽게 띄는 건축물이다. 

성 이삭 성당
성 이삭 성당

 성당을 장식하는 데는 대리석과 반암, 벽옥 등 4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석재가 사용되었고, 성당의 내부에는 성서의 내용과 성인을 묘사한 150점이 넘는 러시아 화가들의 회화와 조각품, 1만 2000여 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62개의 독특한 모자이크 프레스코화가 전시되어 있다. 43m에 달하는 교회의 전망대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 이삭 성당은 도시 내에서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황금빛 돔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대리석을 비롯해 40여 가지의 석재로 만들어진 교회 내부에는 수십 점의 회화와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유적들이 많다. 스웨덴의 침입을 막기 위해 1703년에 건설된 페트로 파블로프스크 요새와 그 안에 있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 안에는 표트르 대제에서 알렉산드르 3세까지의 역대 황제가 매장되어 있다.  러시아 문학과 음악에 관심이 많다면 알렉산드르넵스키 수도원 묘지를 방문해 보자.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대문호와 음악가들의 묘비가 안치된 곳으로 `예술가들의 묘지라고도 불린다.

엠버룸(호박방)
엠버룸(호박방)

 러시아 황제들의 주거지였던 겨울궁전,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여름궁전,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에르미타쥐 국립박물관, 정치범과 귀족을 가두던 감옥으로 쓰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바실리 섬 등대, 혁명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꺼지지 않는 불이 설치된 마르스 광장 등의 문화유적지와 100㎏의 금칠이 된 황금빛 돔을 이고 있는 성 이삭성당엔 벽화와 그림들이 보관되어 있다. 

앙리 마티스 (춤) 1909-1910
앙리 마티스 (춤) 1909-1910

 조용한 숲속에서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들으며 푸시킨의 시에 심취하고, 조용한 도서관 한 쪽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에 푹 빠져봐야 진정한 역사와 문화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느낄 수 있다. 
 핀란드만에 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유럽 3개국(핀란드ㆍ스웨덴ㆍ노르웨이)과 가깝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문호 푸시킨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두고 `유럽으로 열린 창`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럽 색채가 짙은 도시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자작나무숲이 만드는 풍경은 한 장의 그림과 같다. 
 러시아는 분명 매력이 많은 여행지다. 숙소라든가 음식, 현지 교통편 등이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여전히 러시아를 찾는 여행자는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문화와 예술의 강한 매력에 끌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톨스토이, 푸슈킨,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볼쇼이 발레단, 에르미타주 등은 러시아를 대변하는 여행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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