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내 기초단체장 등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내어 주면서 향후 있을 선거에 위기감으로 휩싸였다.

오는 2020년 4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년 10개월 앞두고 치른 선거에서 충청 민심이 싹 돌아서며 보수정당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TK(대구.경북)에 이어 전통적으로 보수 지역으로 각인된 충청권은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민주당이 휩쓴데 이어  4개 시.도의 31개 기초자치단체장 자리 가운데 23곳을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충청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내  기초단체장등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내어 주면서 향후 있을 선거에 위기감으로 휩싸였다.[사진=국회 홈페이지 켑처]
충청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내 기초단체장 등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내어 주면서 향후 있을 선거에 위기감으로 휩싸였다.[사진=국회 홈페이지 켑처]

대전의 경우 구청장 5곳 모두, 충남은 15개 시·군 가운데 11개, 충북은 11곳의 기초단체장 중 7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자유한국당은 충남 4곳과 충북 4곳 등 총 8곳에서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충남의 경우 한국당 김태흠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서천.보령과 같은당 홍문표 의원의 지역구인 홍성.예산을 제외하고 모조리 기초단체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갔다.

미니 총선이라는 충남 천안 갑구, 천안 병구, 충북 제천.단양에서 치른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석권했다.

시.도 광역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대전시의회의 경우 지역구 19석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했고, 비례대표 3석 중 2석까지 가져가면서 전체 22석 중 21석을 민주당 의원들로 채웠다.

충청 출신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위한 당선을 축하하는 충청향우회 중앙회의 축하연(친선의 밤)이 지난 2016년 5월 19일 서울시티클럽 8층에서 열렸다.당시 오장섭 충청중앙향우회 총재와 권선택 대전시장, 국회의원 당선인 및 임원들이 충청 단합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충청향우회 홈페이지 켑처]
충청 출신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위한 당선을 축하하는 충청향우회 중앙회의 축하연(친선의 밤)이 지난 2016년 5월 19일 서울시티클럽 8층에서 열렸다. 당시 오장섭 충청중앙향우회 총재와 권선택 대전시장, 국회의원 당선인 및 임원들이 충청 단합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충청향우회 홈페이지 켑처]

보수정당이 단 한번도 뺏기지 않았던 충남도의회도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등극했다.

충남도의회 42석 중 민주당이 33석(비례 2석 포함), 자유한국당 8석(비례 1석), 정의당 1석(비례) 등으로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다. 
충북도의회 역시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29석 중 26석을 석권했고, 한국당은 3석 배출에 그쳤다.

때문에 한국당소속 충청권 국회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치명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1년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총선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이명수(충남 아산갑)·정우택(충북 청주 상당)·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등 자유한국당 내 중진의원들은 물론 이장우(대전 동구)·정용기(대전 대덕구)·이은권(대전 중구),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까지 차기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범덕 청주시장을 비롯한 청주시 상당구 광역·기초의원 당선인들이 지난 14일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웹싸이트 켑처}
한범덕 청주시장을 비롯한 청주시 상당구 광역·기초의원 당선인들이 지난 14일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웹싸이트 켑처]

단 한번도 진보진영에 내주지 않았던 보수 텃밭마저 민주당에 내주면서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정치셈법도 복잡해졌고,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무엇보다 지역내 기초 단체장자리를 내준 정진석, 이명서, 정우택, 정용기, 경대수, 이장우, 이은권, 성일종 의원들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가운데 이장우(대전 동구)·이은권(대전 중구)·정용기(대전 대덕구) 등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같은당 후보가 큰 표차로 졌다.

예컨데 이장우 의원의 대전 동구에서 민주당 황인호 후보 52.2% 대 한국당 성선제 후보 24.3%, 이은권 의원의 대전 중구에서 민주당 박용갑 후보 65.1%대 한국당 정하길 후보 27.8%, 정욕기 의원의 대덕구에서 민주당 박정현 후보 57.9%대 한국당 박수범 후보 42.1% 등으로 큰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들이 압도했다.

충남과 충북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종필(JP)이 창당한 자민련부터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그간 단 한번도 진보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던 농어촌 유권자들까지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다.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이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충남 공주와 부여, 청양, 금산, 논산, 계룡 등 충남지역 11개 시·군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대부분이 한국당을 외면했다. 
한국당 이명수 의원의 지역구인 아산도 아산시장을 비롯해 광역의원 4석 모두와 기초의원 14석 중 9석을 민주당에 뺏기면서 사실상 참패했다. 

한국당 당권 도전이 유력한 정우택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도 민주당이 대부분 석권했다. 
경대수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진천·음성·증평도 한국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완패했고, 박덕흠 의원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옥천에서 패했다.

충청권 한국당 재선 의원은 16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철저히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한 매우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만나는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1년 10개월 남은 차기 총선의 결과도 한국당 후보는 하나마나한 게임"이라고 걱정했다.

또다른 충청권 중진 의원도 "이번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초기 진잔이 맞아 떨어져 인물과 정책 대결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 떼문에 패했다"면서 "영어 신세가 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낸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자성하는 모습, 또한 당 지도부의 겸손한 모습에 국민이 외면했다. 이제라도 해체수준의 당개혁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충청권 정치평론가이자 대학교수인 A씨는 "보수와 진보의 균형있는 정치가 바람직한데 오만과 독선, 내부균열, 심지어 적폐로 꼽히는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당의 수구의 모습은 당연히 패할 수 밖에 없다"면서 "보수의 재건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이래도라면 향후 재보선이나 제 21대 총선에서도 보수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또 “이제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국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총선에서 살아남기위해서라도 충청권 의원들이 가장 먼저 움직일 수도 있어 보인다"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보수는 시대정신을 바로 봐야 재건될 수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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