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23일 그의 고향인 부여지역은 물론 충청권 주민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특히 그의 고향은 물론 그의 정치무대에서 함께 정치현장을 뛴 많은 전.현직 정치인들도 클 슬픔에 빠졌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2000년 3월 2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 개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왼쪽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김전 총리. 심대평 충남지사. 그리고 부여지역구의 고 김학원의원 [사진=연합뉴스 ]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2000년 3월 2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 개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김 전 총리. 심대평 충남지사. 그리고 부여지역구의 고 김학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

1926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외리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공주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하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 정부 시절 등 국무총리에 두 번 올랐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고 총재를 지내면서 '충청의 맹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부여군청에서 근무하는 정 모씨는 이날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그 어른 같은분이 충청도에 다시 나올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한국 정치의 표상이었고, 충청 정치의 큰 별이 진데 너무 슬프다"고 했다.

부여읍에서 미용실을 경영했었다는 전 모씨(66)도 "늘 자랑스런 어른이셨는데 애통하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 분이 좋은 곳으로 가셔서 부인과 영면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5.16 직후 JP의 연설을 들었다는 권 모씨(73)는 "그분이 5.16 이후 충남대에서 강연을 하셨는데 강연장 밖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대전 인근에서까지 인파가 몰렸었다"면서 "그의 젊은 시절 미남에다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새 정부의  국정방향, 경제부흥, 재건운동등에 대한 연설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애도했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2007년 12월 10일 충남 부여 재래시장에서 군민과 악수를 하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2007년 12월 10일 충남 부여 재래시장에서 군민과 악수를 하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민련 사무처에서 일하다가 부여군수를 두번이나 한 김무한 전 군수도 "자주 찾아가 뵈었지만 그 때마다 기력만 없지 기억력은 또렸했던 어른"이라며 "한국정치의 큰 별이 졌다. 이런분이 제대로 정치를 해서 나라를 크게 부흥시켰어야하는데 너무 애통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자민련에서 두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충청권 인사는 "너무 인간적인 휴머니스트였다"면서 "입이 무겁고, 인간적인 정이 많아 충청도의 상징이었던 분"이라며 "애국관이 뚜렸한 바람에 늘 2인자, 킹메이커만 했지, 스스로 권력욕은 내지 않았던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전 총리가 정치를 할 때 서울에서 정치를 담당한 한 언론인도 "3김씨에게 지역패권주의자라는 나쁜 인식이 있지만 세분 모두 장점이 많은 분들이었다"면서 "JP의 경우는 늘 침착하고, 애둘러 말하면서도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수첩에 적지만 말고,제대로 있는대로 기사나 잘 써'하시던 모습이 선하다"며 애도했다.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부여지역 표정을 전했다.

JP와 같은 규암면 외리에서 태어났다는 김 모(67)씨도 "어릴 때부터 JP 얘기는 동네 어른들께 하도 많이 들어서 마치 이웃집 삼촌이 돌아가신 것 같다"며 "도로포장도 해주고 다리도 많이 놔 주는 등 지역을 위해 일을 많이 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현 부여군수 당선인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큰 별이 졌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특히 고인 고향인 부여군민은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기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 JP가 총재로 지낼 때 부여군정을 책임졌던 유병돈 전 군수는 "한 달 전쯤 자택으로 찾아뵀을 때 반갑게 맞아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부여군민에겐 늘 꿈과 희망이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무척 안타깝다"고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필 총리가 1998년 4월 21일 충남 부여 백마강교 개통식에 참석해 당시 유병돈 군수등과 도보로 개통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필 총리가 1998년 4월 21일 충남 부여 백마강교 개통식에 참석해 당시 유병돈 군수등과 도보로 개통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인도 인수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충청 대망론의 한 축을 이뤘지만, 제 2인자라는 그의 삶이 충청에는 족쇄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우리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의 별세를 도민과 함께 애도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김종필 전 총리는 고향인 부여군 선산(외산면 반교리)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장지에 대한 뜻을 생전에 유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누차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선산에는 김 전 총리의 아내 고 박영옥 여사의 묘소도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016년 2월 21일 충남 부여에 잠든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016년 2월 21일 충남 부여에 잠든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규암면 반교리 장찬순(64) 이장은 "(김 전 총리는) 아주 옛날에 큰아버지와 친구셨기도 할 만큼 저와 세대가 다른 분이기도 하다"며 "마을 주민으로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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