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총재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온 비상대책위원장 설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국당에서 요청이 온다 해도 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은 3일 오전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에서 어려우니까 자꾸 가만히 계신분을 끄집어 내고 있는데 이 전 총재가 굉장히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경우라도 이 전 총재는 비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총재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온 비상대책위원장 설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자료]
이회창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총재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온 비상대책위원장 설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자료]

또 “한국당으로부터 연락도 없었지만, 그런 요청이 오더라도 비대위원장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특히 한국당 임시지도부에서 비대위원장 추천론이 나온 뒤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에 언짢은 감정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측근은 “언론을 통해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이 예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상수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여러 곳에서 이 전 총재를 추천하는 분들이 있어서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군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며 이 전 총재도 비대위원장 후보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이전총재측 제공]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이전총재측 제공]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 출마했던 이 전 총재는 이후 탈당, 2007년 무소속으로 대선에 세 번째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뒤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바 있다.

지난 해 출간한 ‘이회창 회고록’에서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보인 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책에서 “정말 책임 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며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그 다음 책임자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라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자신이 총재 시절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출마선언식에 참석, 사실상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현재 당적이 없는 상태다.

한편 안상수 위원장은 앞서 이 전 총재를 포함한 40여 명의 후보군 중 5~6명을 추리고, 당내 논의를 거쳐 다음 주 한 명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를 추천하는 이들은 그가 2000년 16대 총선 공천 당시 인재 영입에 가장 크게 성공했고, 당 장악력이 강한만큼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뿐만아니라 총재, 대선 후보를 여러차례 거친 끝에 당 중진 의원 중 이 전 총재와 인연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어 계파간 대립을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번 주말까지 국민 공모를 해서 마지막 단계의 5∼6명을 정리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관계되는 분들과 협의해서 내주 중에 우리의 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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