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계파 논란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 정파 간, 소모적인 정쟁이 지긋지긋한데 여야 주요 정당마다 계파몰이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은 친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간에 수년간 피터지게 싸우는 모습으로 인해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즉, 그 중에도 박근혜 정권에서 알박(알짜배기 박근혜계), 청박(청와대 박근혜계), 정박(정부내 박근혜계), 진박(진짜 박근혜계), 실박(실세 박근혜계), 경박(경상도 박근혜계), 충박(충청도 박근혜계), 강박(강원도 박근혜계), 비박(비 박근혜계), 중박(중도 박근혜계) 등 계파놀이에 집권당이라는 정당이 늘 으르렁대고, 반대 아닌 반대의 주도권싸움만 해댔다.

[사진=TV조선 켑처]
[사진=TV조선 켑처]

그러더니 결국 비선실세와 친박 일부인사들, 청와대 및 정부 참모진들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권은 붕괴됐다. 이로인해 헌정사상 첫 탄핵을 통해 대통령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자리에서 끌어내려 교도소에 넣었다.

과거 3.15 부정선거 때 이승만 독재정권이 이기붕, 곽영주, 김창룡, 이정재, 임화수 일당 이른바 계파들의 독선과 탄압이 결국 4.19혁명을 불러온 것과도 비슷하다.

박정희 정권 때 김형욱, 이후락, 김성곤, 백남억, 길재호, 김진만 등의 3선개헌, 유신헌법 등 영구집권법을 만들었던 세력 때문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타계한 것과 같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정계에서는 계파정치를 인정하고, 또 필요시 연정하는 긍정적 이미지와 우리는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내 일부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모임의 이름이 바로 부엉이이기 때문이다.

부엉이[사진=네이버 이미지 켑처]
부엉이[사진=네이버 이미지 캡처]

밤에 먹이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상위 포식자가 '부엉이'다.

여당의원들이 소속당 출신 대통령을 위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통령제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지키는 일은 옳은 일이다 부엉이 모임도 그런 취지 였을 것이다.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40여명으로 추산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부엉이 모임은 20대 총선 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며 일부 친문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 이들은 최근에도 신입 회원을 받는 등 서울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친문(親文)이란 색깔이 야릇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姓)'인 '문'은 영어로 발음하면 '달'(Moon)이 된다. 부엉이는 이런 달이 뜬 밤중에도 부엉이처럼 깨어서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모임명이다
소식을 듣고 야권의 비난에 이어 이에 속하지 않은 여당의원들이 수군대자 부엉이모임 소속 의원들은 단순한 친목모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이들 중에 박범계, 전해철 의원 등은 부엉이 모임회원임을 인정했다.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모여 식사도 하고, 다른 모임들처럼 봉사활동을 하자거나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등의 얘기가 오간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5.9 대선에서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합심해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듯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모하자는 것은 여당의원으로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 소속이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돕겠다면 입법과 예산 등 의정활동을 통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면 된다.

그럼에도 현역 의원들이 따로 주기적으로 모여 문 대통령을 돕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면 이는 의원들 스스로가 당청 간 수평적인 관계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예속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여권 내 일고 있다.

8.25 전당 대회출마를 고민 중인 친문으로 분류되는 충청권의 한 의원은 "정권교체를 통해 정권 창출에 기여했으니 문재인 정부가 잘 돼서 칭찬을 받든 잘 못해서 욕을 먹든 함께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 부엉이 모임을 옹호했다.

이 중진의 발언은 "권력의 형성 과정에 기여했으니 이후 시행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5.월9일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사진=충청헤럴드 DB]
지난해 5.월9일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사진=충청헤럴드 DB.연합뉴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했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다. 또 당내 이 모임이 하나의 계파 정치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박근해 정부 때의 모습을 복기하면 알 수 있다.

대통령 자리라는 강력한 권력자를 돕겠다는데 뜻을 모은 이들의 모습은 불과 박근혜 정권 때 모습과도 흡사하다.

2016년 제 20대 4.3총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울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친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옛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늘 집권당은 대통령 권력에 너무 치중해 이를 위한 당 체제가 만들어지길 희망하는데 이는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당내 갈등으로 연결되는데 우리처럼 위험해 지고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정책면에서 동질성이 있는 정의당도 날을 세웠다.

지난 2016년 제 20대 4.13총선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이 충돌해, 비박의 김무성 대표가 당대표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낙향한 내용의 보도[사진=KNN뉴스켑처]
지난 2016년 제 20대 4.13총선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이 충돌해, 비박의 김무성 대표가 당대표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낙향한 내용의 보도[사진=KNN뉴스켑처]

정의당은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부진했던 개혁 입법을 위해 연대를 하자며 다수의 정책 추진에서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터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 모임의 활동 목적과 결성 타이밍에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엇보다 해당 모임의 명칭에 부엉이를 사용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지적은 예상대로지만 우려의 시선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힘입어 정권을 교체했는데 권력자 중심의 계파정치로 구태가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엉이모임에 들지 않은 충청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4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부엉이 모임인 지, 올빼미 모임인지 대체 무엇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내에서도 부엉이 모임얘기가 들리니까 YS, DJ 등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2~30년 전으로 정치가 돌아간 것 같다는 소리가 주류"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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