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2급 판정 받았지만 기술발전·복지 혜택으로 극복
"의회-시민 고리역할로 소통 늘리며 수혜자 많아지게 할 것"

지난 9일 제8대 대전시의회가 막을 열었다. 이번 대전시의회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민주당 출신 의원과 초선 의원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22명 가운데 21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16명은 초선 의원이다. 

이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이가 있다. 1991년생으로 올해 만27세인 우승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전시의회 역사를 통틀어 최연소 의원에 속한다.

‘최연소’ 말고도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또 있다. ‘최초’다. 2급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국내 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의원직에 당선됐다.    

평균 연령 40~50대를 상회하는 동료의원들 속에서 그가 가진 젊음은 유난히 빛을 발한다. 반대로 우 의원이 감당할 압박은 그만큼 크다.

채워 나가야 할 의정활동에 관한 경험이나 행정절차에 관한 지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의원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편견 또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회 개원을 앞둔 지난 주, 우승호 비례대표 의원을 만나 의정활동에 나선 동기부터 다짐과 목표에 대해 들으며 그의 역할을 짚어봤다.

우승호 비례대표는 "일부를 전체로 판단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여전히 사회 도처에 널려 있다"며 "이러한 장벽들을 허물기 위해 직접 의정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당선 소감은.

당선까지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얼떨떨하기도 하다.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주신 진심어린 조언과 응원 덕분에 국내 첫 청각장애인 의원이 됐다. 앞으로 4년 간 대전 시민들 곁에서 친근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더 나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어떤 동기로 비례대표가 되기로 결심했나.

변화하는 시대가치와 새로움을 담아낼 수 있는 인재로서 청년과 장애인의 가치를 담은 정책을 펴기 위해 비례대표로 나섰다. 일부를 전체로 판단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여전히 사회 도처에 널려 있다. 이러한 장벽들을 허물기 위해 직접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소수자나 사회취약계층을 대변해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줄 필요가 있다. 이는 제가 의정활동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 의원이 최근까지 활동했던 청년공간 '청춘다락'에서 함께 활동해 온 후배와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곳에서 부모교육, 청각장애인식개선, 청각보조기기 점검, 봉사활동, 네트워크 활성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비례대표로 나오기 전 어떤 활동을 했나.

우송대학교 대학원에서 언어청각 재활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비례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 사회적 기업가, 사회복지사, 장애인식개선 강사, 재활병원 사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최근까지는 청각장애 청년과 비장애 청년이 함께 소통하며 청각장애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는 청년 네트워크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에서 청년활동가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대전 ‘청춘다락’에 입주해 부모교육, 청각장애인식개선, 청각보조기기 점검, 봉사활동, 네트워크 활성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꽤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분명,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도 많았을 것인데 삶의 전환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

대학생 때 체험한 여러 사회활동이 전환점이 됐다. 대학에 가서 사회 약자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과 함께하며, 여러 자원봉사에도 참여했다. 국가 지원을 받아 해외에도 여러 번 나가서 다른 나라의 복지제도를 직접 보고 오는 기회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저에 대한 정체성과 자존감을 채워 나갈 수 있었고, 비장애인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장애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늘 사회적 자원을 절실하게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이 된 후 국가지원을 통해 받은 두 차례의 수술(양쪽 귀)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됐다. 머리에 차고 다니는 ‘인공와우’라는 장치가 뇌로 소리를 전달해준다. 일상생활에서 듣는데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 기술발달과 국가 지원이 만든 제 삶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우 승호 의원은 "사람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가 이러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발전의 혜택으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됐는데, 이러한 것은 앞으로의 의정활동과 어떠한 연관이 있나.

기술을 통해서 삶의 질이 크게 나아졌음을 실감한다. 기술에 의한 혜택이 시민들에게 많이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를 통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사람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이러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또한 복지자원은 마련돼있는데 이를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다리가 너무 짧은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게 깔려진 복지자원이 많다. 자원이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런 자원들의 필요성을 다시 조사한다던지, 활용하기 쉽게 만들면 분명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초선의원으로 의정활동이나 행정에 관한 경험·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일 수 있다. 사회경험도 다른 의원들 보다 적은편이고 장애도 가지고 있다. 주위에서 이러한 것을 문제로 삼고 편견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많은 선배 의원님들과 함께 협의하고 협력해 나간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임위원도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장애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경험을 다른 의원분들에게 충분히 알리며 시민과 의회 간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밑에서부터 하나 하나 배워가는 자세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과 더불어 특히 사회단체, 시민단체와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제8대 대전시의회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는 우승호 의원의 모습.

-의정활동에 임하는 포부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문제를 이슈로 만들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어렵다. 의회 구성원들을 비롯해 시민과 시민단체 등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애·비장애 경계를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대전시를 만드는데 앞장 설 것이다.

또한 기술과 사람을 잇는 여러 복지와 혜택을 장려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춰 알려나감으로써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까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각지에서 대전으로 온 많은 청년들이 대학졸업 후 또는 취업 후에도 대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시설 지원 확충에 총력을 다 하며 모두가 행복한 대전을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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