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냉소를 넘어 혐오수준에 이른다. 고액의 세비와 수당, 그리고 많은 참모진 등에 쏟아붇는 비용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개점휴업상태이고 걸핏하면 계파싸움과 정쟁으로 파행을 빚기 일쑤다. 국회의원의 자질도 문제지만 그를 뽑은 시민의 책임도 못지 않다. 이 낡은 정치를 뜯어 고치기 위한 수고들이 있지만 허탕들이다. 제 20대 국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정치개혁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1년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충청헤럴드가 제도적, 관행적 모순은 없는지 정치개혁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제 20대 후반기 국회가 문을 연지 두 달째다. 각 당이 6.13 지방선거 결과를 평가하면서 당 체제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에 나서는가 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당도 있다. 여야 각 당과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1년 8개월 앞둔 2020년 4월 있을 제 21대 총선에 몰두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각자와 당운이 걸린 만큼 현행 정치제도, 그것도 논점인 선거구제 개혁에 예민해있다.

정치권 개혁의 시험대인 현행 소선거구제 개혁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일안하고 정쟁을 일삼으면서 사회경제적 약자 대변에 소홀히하고, 참신한 일꾼들의 진입장벽을 해체하기위해 선거구제 변경이 시급한 과제다[사진= 충청헤럴드DB]
정치권 개혁의 시험대인 현행 소선거구제 개혁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일 안하고 정쟁을 일삼으면서 사회경제적 약자 대변에 소홀히하고, 참신한 일꾼들의 진입장벽을 해체하기위해 선거구제 변경이 시급한 과제다[사진= 충청헤럴드DB]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 변경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학자들과 문 대통령, 국회의장, 야 4당이 한목소리를 낸지는 꽤 됐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근간은 민주화 열기와 함께 시작됐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1988년 2월 12일 치른 13대 총선부터 적용됐다.

이전까지는 중선거구제라 하여 한 선거구에서 1·2위 두 명씩 뽑았다. 지역구는 대신 넓었다. 대전의 경우 대전 동구, 대전 중구, 대전 유성구, 대전 서구, 대전 대덕·연기(또는 금산) 합구 등으로 지금처럼 갑구, 을구 등이 없었다. 여기서 1·2위를 뽑다보니 신군부 탄생 집단이자 집권당인 민정당이 1위 내지 2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충남 역시 천안·천원군, 공주, 논산, 금산, 아산, 서산, 태안, 서천, 부여, 보령, 서산, 태안, 당진 등에서 1·2위가 차지했었다. 그러니 민정당, 민한당, 국민당, 무소속 등에서 1·2위가 금배지를 달았다.

안 뛰어도 2등만 하면 금배지를 단다는 유행어가 나왔다.

1986년 전두환 일당의 4.13호헌조치에 반발한 야권과 대학생 중심의 호헌철폐 운동이 지금의 민주화 된 정치제도를 만들었다. 군부의 폭압과 탄압, 생명과 맞바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경으로 한 최루탄과 눈물로 얻어낸 산물이다.

변하지 않는 금배지들[사진=연합뉴스]
변하지 않는 금배지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노태우와 민정당 패거리들이 급기야 백기를 선언한 6.29 선언과 함께 3김씨(김대중·김영삼·김종필)가 복권되면서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것이다.

이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변경과 의석 수만 조금씩 조정됐을 뿐 소선거구제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4.13 제 20대 총선의 경우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253명,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이 선출됐다.

현재 쓰이는 소선거구제는 1인 승자와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두 축이다.

소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수와 별개인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이런 폐단을 고치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를 일각에서는 ‘승자독식 정치구조의 원흉’으로 꼽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13일 치른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 투표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4월 13일 치른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 투표모습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도에 매몰되는 현상을 탈피해 국정에 전념할 것과 ▲소수정당들과 신인정치인의 진입장벽해체 ▲적대적 정치문화 청산 ▲농촌지역 시·군·구 합구지역의 경우 후보자질을 떠나 많은 인구를 가진 지역 출신 인물이 당선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행 소선거구 제도의 폐해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다. 다득표자가 승자라는 원칙 때문에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된다.

예를 들어 99만9999표를 얻은 후보자라도 1표가 많은 100만 표를 얻은 후보자에게 무릎을 꿇어야한다. 그 바람에 2위를 한 후보가 49.9%의 득표율을 올려도 모두 사표가 된다. 49.9% 민의가 죽는 것이다.

그래서 소선거구제를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만들어낸다. 거대 여야 정당만 생존하는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켜 ‘짝짜꿍’정치를 만들어 낸다. 그 바람에 낡은 정치의 유산이라는 지역패권주의가 그대로 이어지고 정치부패와 선동정치를 낳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호남에다, 충청권까지 '3김(金)정치'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비판하지만, 일견 이해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밑바닥에 깔린 국회의원 선거구 제도에 있기 때문이다.

신인들의 출중한 능력과 자질을 떠나 ‘부지깽이만 꽂아도 된다’는 이 지역구도. 결국 분위기 선거, 선동과 루머싸움에 휘말려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모순을 낳았다.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국회입성을 못하니까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지도, 정치발전도, 개혁도 겉핥 기가 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의 투표를 독려하는 선관위의 홍보게시물[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의 투표를 독려하는 선관위의 홍보게시물[사진=연합뉴스]

다음 선거를 의식해 내 지역구만 챙기겠다는 것이지 나라 전체의 앞을 못 보는 것이다. 결국 애. 경사 찾아다니는 구걸표로 당선되는 이도 허다하다.

또 하나, 정의당처럼 분명한 색깔의 시민 정당인데도 소수정당이나, 새 인물의 국회 입성이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이는 곳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대변되기 어렵다.

충청권에서도 시민들로부터 ‘저 사람이 진짜 국회의원 감이야’하는 인물들이 여럿이지만, 소선구제라는 장벽에 막혀 번번이 나가떨어지거나, 출마를 포기하는 예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 정치학자, 정치전문기자들은 이런 소선구제의 폐단을 다 안다.

또 많은 이가 이를 지적해 개혁해야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고래를 잡으러 동해에 가자는 말만하지, 왜(Why), 어떻게(How)가 없다.

지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과 17·18·19대 국회에서도 소선거구제 개혁의 필요성이 단골 메뉴였다.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했지만 논의에 그쳤다.

쓸데없는 시간과 수당들만 낭비했다

문제는 각 정당들이 주판알을 튕겨 당장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물으면 선거구제 개혁에는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로 변경한다면 거품을 물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힘센 여야 거대 정당, 그 구성원이 현행 체제의 수혜자를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다행히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전과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다.

문 대통령과 입법부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정치개혁, 선거구제 개혁의지가 강하고 야 4당 역시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새로 뽑힌 정동영 평화당 대표에게 지난 6일 축하 전화를 하면서 “저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며 “정치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의장도 지난달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면서 “정치개혁의 요체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편이 더 크다”고 의미를 더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치 대상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제도 개혁을 ‘협치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회본회의장과 국회정치개혁특위원장인 심상정의원[사진=충청헤럴드DB.연합뉴스]
국회본회의장과 국회정치개혁특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사진=충청헤럴드DB.연합뉴스]

제 20대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심상정)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선거구제 개혁의 당위성을 충분히 공감했다면 어느 방향을 갈 것인가. <충청헤럴드>가 9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물었더니 중대선거구제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는데 거의 일치했다.

일단 한 지역에서 1명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안이다. 여기에도 도. 농간 분리되는 미세한 조정이 과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은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전면적 중선거구제’와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로 크게 나뉜다.

여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주목대상이다. 거대 양당체제를 혁파하는 장점에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대로 나누고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후 비례대표로 남은 의석을 채우는 제도이다.

다만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 단위로 할지 아니면 권역별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한국 정치학회의 한 교수는 이날 “실제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양당 구조는 완화되고,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의 사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2월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도농복합선거구제와 전면적 중선거구제 등 2가지 경우를 적용해 의석수 변화를 추산했다. 그다음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2가지 중선거구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3~47석, 자유한국당 전신은 5~21석이 줄어들었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은 21~45석, 정의당은 2~17석이 늘어났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정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현재 민주당 소병훈·김상희·박주민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주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각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가가 국민적 관심사인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듯하다.

관건은 거대 여야 정당의 결단이다. 중선거구제를 택할 경우 의석이 크게 주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의 태도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오른쪽)와 같은 당 안민석의원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오른쪽)와 같은 당 안민석의원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고공지지율을 보이는 민주당은 일단 어떤 제도든 1위체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 속에 다소 느긋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구제 문제 등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뿐 그 이상은 없다”고만 했다.

이 언론은 현재의 고공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현행 제도가 차기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영남권 정치인들은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변경됐을 때 의석수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김 원내대표는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외형상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소선구제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당론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충청권 역시 대전. 청주, 천안 등 도시지역 국회의원들은 “어느 선거구제로 변경하든 개혁은 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시.군 합구지역 국회의원은 “향후 장단점을 따져 결정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곳 선거구제 개편에 필연적인 국회 의원정수 증원에 대한 유. 불리와 거대 정당들의 당론이 거쳐아할 험로(險路)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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