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전시 동구의 삼성동과 중동일대 인쇄거리. 도로는 1년 반 전쯤에 깨끗하고 산뜻하게 포장작업을 끝냈다.

그런 멀쩡한 도로를 며칠 전부터 파헤치기 시작했다. 폭염에다 따가운 포장도로 절단 소리, 그리고 깨끗하던 포장도로를 굴착하면서 나온 흙과 잔해물들이 도로위에 나뒹굴고 있다.

주민들이 짜증날 만했다. 그러더니 며칠간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 길게 파헤치는 것이다. 도시가스 배관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공사 구간에 입간판이 섰다.

‘도시가스관 매설공사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라며 주민에게 양해해달라는 내용이다.

공사 지역은 대전시 동구 삼성동 277-6번지, 중동 1-35번지 일대로 공사 기간은 8월 말까지 한 달간이다.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또다시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사진=박상민기자]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파헤쳐져 또 다시 2중, 3중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 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박상민 기자]

이를 제보한 대전시 동구 정동 주민 A 씨(49.자영업)는 10일 <충청헤럴드> 기자에게 “작년에 공사할 때 한꺼번에 했으면 될 텐데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두세 번씩 도로를 파헤쳤다가 덮고, 또 파헤쳤다가 덮고... 돈 ××하는 모양이다”라며 대전 동구청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A 씨와 점심을 하던 B 씨(55)도 “주민이 선출한 대전 동구청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행정 현실을 알지 모르겠다”라면서 “제 주머니 돈이 아니라고 이런식으로 행정을 하니... 참으로 한심함을 떠나 당국의 괘씸함을 느낀다. 주민들 사이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자는 사람도 있다”라고 개탄했다.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또다시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사진=박상민기자]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 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 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박상민 기자]

#2. 이를 계기로 또 대전의 다른 곳을 찾았다. 대전 충무체육관부터 부사동, 옥계동의 인도도 마찬가지였다.

대전 정동주민 A 씨가 ‘돈 ××한다’는 막말이 무색할 정도다. 연전에 보도 블록공사, 그 1년 뒤 인도, 차도 경계석 공사라는 이유로 파헤쳐졌고, 또 1년 뒤 자전거도로 만들기 위해 또 다시 포장도로를 걷어내고, 아스콘 공사를 한다고 또 파헤쳐졌다.

여기에 '인도와 자전거도로 구분지겠다'라면서 도로에 뿌려대는 페인트 작업까지 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주민 C 씨(60, 식당업)는 “대전이 얼마나 돈이 남아돌아가면 이 도로에 그렇게 돈을 처바르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어림잡아 3년에 네댓 번은 파헤쳤다, 덮었다를 한 것 같다. 자세한 공사는 동사무소에 가서 알아보라“라고 했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D 씨(40)는 “멀쩡한 도로를 파헤쳐 공사를 하고 덮으면 다른 기관에서 또 파헤치고, 이런 공사를 하려면 구청이 관련 기관에 의사를 물어 한꺼번에 하면 나랏돈도 줄 일일 텐데 행정당국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라고 했다.

D 씨는 그러면서 “시민을 위한 공사라고 말만 하지, 사실은 선출직 공직자와 친분이 있는 공사업자들을 배불리려고 그런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라며 개탄했다.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또다시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사진=박상민기자]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 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 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박상민 기자]

대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이에 대해 “포장도로를 파헤쳤다 덮고, 몇 달 뒤 다시 파헤쳤다 다시 덮는 도로관련 공사의 예산낭비 심각성이 어제 오늘 지적된 게 아니지만 유독 대전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행정기관, 상하수도관련기관, 지중화사업을 하는 한전, 가스관 매설 공사, 통신사 등이 한꺼번에 동시사업을 해야 예산과 주민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전시는 물론 대전의 일부 구청장, 지방의원 등은 겉치레로 일하는 시늉만 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랏돈을 아끼면서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돈만 허비하는 공사에도 안하무인인 그런 인사는 주민들이 4년 뒤 재평가하는 책임행정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시공무원으로 건축 업무를 취급하다 현재 공로연수중인 E 씨(62)도 “이 예산 낭비가 곧 행정 적폐가 아니냐”라면서 “전기공사, 도로공사, 노후 수도관교체사업, 정비사업계획, 도시가스사업, 가로수 식재사업, 이 모두를 기관과 기관끼리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짠다면 엄청난 국가의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전시, 그리고 무엇보다 선출직인 기초단체장이 관내 주민들의 삶을 꼼꼼히 살피고, 행정 경험을 살리면 가능한데 다음 선거에 눈독을 들이다보니 아마 이런 예산 낭비 사각과 주민 원성을 못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또다시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적폐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사진=네이버 이미지 켑처]
1년 반 전 쯤 말끔하게 포장된 대전시 동구 정동 인쇄거리의 도로가 최근 가스관 매설작업을 위해 또다시 파헤쳐져 2중, 3중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대전시내 곳곳이 유사 반복 공사가 번번, 적폐 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미지 켑처]

한편 제 7기 대전시의회(의장 김종천)는 단체장 등 집행부와 같은 당이라 할지라도 올가을 시작되는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현미경 감사를 펴겠다고 최근 밝힌 데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헛된 예산 낭비를 암행 감찰 중이어서 반복된 도로 굴착과 포장사업의 폐단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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