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체코(Czech Republic)는 한반도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면적이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16곳이나 되는 세계 최고의 문화 집결지다.
체코는 유럽의 매력에 빠진 여행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영특한’ 여행지다. 누구나 한 번쯤 동화의 배경으로 그려봤음직한 낭만적인 중세의 건물과 정감 넘치는 골목, 세계 최고 수준의 맛있는 맥주와 이국적인 동유럽의 문화를 즐기러 매년 수많은 여행객이 몰려드는 ‘스타급’ 여행지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가 부담스럽다면 조금만 벗어나 주택가나 골목길로 들어가 중세 시간여행을 마음껏 즐기며 자신만의 여행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체코 여행의 매력이다. 
체코는 프라하를 제외하고도 볼거리가 풍성한 나라다. 특히, 프라하 이외의 도시들 물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경비만으로 넉넉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남부 보헤미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고성과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이 소개된다. 온천과 영화제로 유명한 카를로비바리, 인골로 만든 납골당으로 유명한 쿠트나호라 등도 찾아간다. 
체코 외곽의 한적한 분위기와 그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체스키 크룸로프는 프라하보다 환상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다.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 크룸로프

프라하에서 약 4시간 떨어져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는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는 말이 허툰 수식어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리는 뱀처럼 굽이진 강과 언덕에 의해 보호받아 체코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집 한 채, 상점 하나 모두 일부러 그렇게 만든 듯 붉은 지붕에 하얀 벽으로 깜찍하게 치장하고 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하루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고풍스러운 그림의 한 장면 같은 건물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서 걸어가다 보면 중세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체스키 크룸로프를 대표하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정원들, 각기 다른 모양의 건물과 대저택, 교회 등이 옛날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파스텔톤으로 치장된 예쁜 건물들은 각기 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벽에 벽돌모양을 그려 넣은 바로크 양식 건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달라 흥미롭다. 
미로처럼 난 골목길을 걷다가 예쁜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가자.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을 둘러보고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올라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중세 건물들은 찻집이나 상점, 펜션 등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마을을 관광하고 은은한 불빛이 감도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맞는 아침은 매우 특별할 것이다.

까를로비바리
까를로비바리
브리들로 온천
브리들로 온천

화려한 온천마을 카를로비바리는 신성로마제국 때부터 인기를 끌어온 온천 마을이다. 14세기에 개방된 온천 도시. 영화 ‘프라하의 봄’에서 테레사(쥘리에트 비노슈)의 고향이자 토머스(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처음 만난 곳이다. 탄산, 염수, 알칼리 성분이 풍부해 소화기 계통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다. 오랜 세월 모차르트, 괴테, 톨스토이, 베토벤 등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소다. 
세련된 옛 시가지를 걷다 보면 도처에 세워진 광천지에서 사람들이 컵을 들고 물을 떠 마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온천수는 소화기 계통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으므로 빨대 달린 컵을 하나 사서 동참해 보자.
관광객들은 컵을 들고 다니면서 군데군데 있는 온천수 수도에서 물을 받아 마신다. 마을 한복판을 따라 흐르는 강물에서 김이 폴폴 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산악전차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마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서멀(Thermal)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옛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온천욕 또한 독특한 체험이 될 수 있다.

쿠트나호라
쿠트나호라

쿠트나호라는 10세기경에 조성된 곳으로 은광맥이 발견되면서 13∼14세기 보헤미아 지방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작고 한적하지만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성당, 돌담과 돌계단이 어우러진 골목길에선 중세 시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4만 명에 이르는 사람의 뼈로 장식된 납골당도 있다. 14∼15세기 초 페스트와 후스 전쟁으로 수만 명이 매장된 뒤 1511년 수도사가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 계단을 내려서면 양편에 뼈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형태의 탑이 있고 중앙 천장에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뼈를 이용한 대형 샹들리에가 있다.
체코의 대표적인 맥주인 ‘버드와이저’의 고향인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맥주의 풍성한 거품만큼이나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1265년 프르세미슬 오타카르 2세가 보헤미아 왕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세워졌다. 교통의 요지로 불리는 이곳은 1827년에 오스트리아의 린츠와 함께 유럽 최초의 철도마차의 종착지로서 상업적으로 성장한 도시다. 
삼손 분수는 보헤미아의 뜨거운 열정을 담은 블타바 강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한 쪽 길이가 133m에 이르는 광장은 삼손 분수를 중심으로 사면이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이곳 건축물의 1층은 작고 귀여운 수십 개의 상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거대한 아케이드를 형성하고 있다. 아케이드는 스위스 베른의 아케이드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강한 비가 내려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사면의 아케이드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체스케 부데요비체 여행의 장점이다.

체스케 부데요비체
체스케 부데요비체
체스케 부데요비체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광장은 보헤미안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평화롭게 비둘기가 날고, 분수에서는 쉬지 않고 물이 흐르지만 과거에 이곳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시민들의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세계 전역에서 찾아온 보헤미안을 꿈꾸는 이방인들에게 또 다른 세계로의 출구이자 만남의 장소가 된다. 파란 하늘과 그 아래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분수, 도시의 중후한 멋을 더해 주는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광장의 모습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든 고개만 돌리면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 바로크 양식 등의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어 마치 야외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체코 남부지방은 다른 지역과 달리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의 영향으로 비교적 기후가 온난해 예부터 와인이 많이 생산되어 왔다. 체코 와인은 프랑스나 독일 산 와인처럼 그리 국제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주 다양한 맛을 가진 와인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는 3세기 로마시대 때부터 와인이 생산됐다고 한다. 18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발디체
발디체

수도 프라하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체코 발티체는 신의 물방울의 고향으로 유명한 ‘발티체 캐슬’이 있는데 이곳에는 체코 국립와인센터가 있다. 
국립와인센터에서는 포도 경작과 와인 생산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교육하며 매년 체코에서 생산된 최고 와인 100개를 선정하기도 한다. 이곳에 들르면 그해 체코에서 선정된 100여개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체코 남부지역은 큰 산이 없고 낮은 구릉이 펼쳐져 있어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여러 곳에 있는 와이너리를 찾아가 와인을 맛보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체코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지방에 비해 여름이 짧고 기후가 춥다는 특징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낮은 라이트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또 대부분 화이트 와인이고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 와인이 많다. 체코 남쪽의 와인 중에는 아이스 와인도 유명하다. 와인은 첫 서리가 내린 뒤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하는데 기온이 영하 6도 정도 되는 초겨울에 수확된다. 이곳에는 관광객들에게 자전거를 대여해 주고 30km 가량을 관광객 스스로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의 와이너리를 들르며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도록 한 여행코스도 있다.
발티체는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인 레드니체(Lednice)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충청헤럴드=우석자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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