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지사와 달리 취임 3일 만에 방문 '의회 무시'…“아직도 청와대 비서관인가”

나소열 충남도 정무부지사(오른쪽)가 취임 이후 충남도의회 예방이 늦어지면서 '홀대론'이 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충남도의회 유병국 의장(왼쪽)을 방문한 나소열 부지사.

충남도의회와 나소열 정무부지사의 관계에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기존 정무부지사들과 달리, 취임한 지 3일이 지나서야 도의회를 방문하면서 의회 내부에서 '홀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13일 충남도의회 유병국 의장(더불어민주당·천안10)과 이종화 부의장(자유한국당·홍성2)은 도청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회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정무부지사는 취임 즉시 도의회 의장단을 예방해 환담을 갖는 것이 관례였다. 그만큼 정무부지사에게 있어 도의회와의 조율역할은 중요한 업무였던 것. 일부 정무부지사들은 취임 이전이라도 내정사실이 공표되면 관계 개선을 위해 미리 예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취임한 나 부지사는 13일 오후 2시, 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뒤에서야 의회를 방문했다. 다만 이날 오전 유 의장과 이 부의장에게 전화로 ‘갑자기 일정이 생겨 방문계획을 변경하게 됐다’는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도정의 파트너이자 도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라는 도의회의 위상을 고려했을 땐, 예방 대상 후순위가 된 점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나 부지사의 취임식이 열린 10일 유병국 의장이 청내에 있었음에도 나 부지사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신임 정무부지사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도의회를 예방하는 매뉴얼이 비서진들로부터 세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도의회 예방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 나 부지사의 의도였는지 비서진들의 실수인지 모르겠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평소 나 부지사의 성품을 봤을 때 의도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이미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화 부의장은 “민주당이 다수인데다, 나 부지사가 충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할 때 공천을 줬다는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면서 “나 부지사의 임명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정무부지사의 가장 큰 역할은 의회와의 소통강화 아닌가. 그런데 시작부터 이렇게 홀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여·야를 떠나 의회는 집행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11대 의회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을 뒤늦게 접한 나 부지사는 “진작 예방하려 했는데 시간상의 문제로 미뤄지게 됐다. 아직 도청 내부 실·국도 못 돌아본 곳이 있다”며 “금요일(10일)에는 의장님이 청내 있는 줄 몰랐다. 그랬다면 제가 결례를 한 것 같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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