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부터 하루 두번씩 15일 광복절에 한집도 빼놓지 말고 태극기를 게양하라고 방송을 했는데"

73번째 광복절을 맞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한 아파트는 90가구 중 단 3집만 태극기를 걸었다.

때마침 아파트단지 화단과 수목에 물을 주는 이 아파트 경비원 A씨는 "3집 밖에 태극기를 걸지 않았는데 이런일은 지난 6월6일 현충일과 3.1절도 비슷했다"면서 "태극기를 단 3집은 학교선생님이 사는 가정"이라고 말했다.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아파트에 90가구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 90가구 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 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이 아파트는 시의원과 구의원도 사는 곳이라며 이들 집들도 태극기를 걸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아파트 길건너 주택가에는 단 두집만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주민 B씨는 "예전에는 국경일에 태극기를 걸지 않으면 마치 나라에 큰 죄를 짓듯이 했고 태극기를 걸고 볼일을 봤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무렵 또다른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도 마찬 가지였다.

나름대로 지역 유지들이 산다는 이 넓은 평수의 아파트 역시 15층짜리 6개 라인 90가구 중에 6집만 태극기가 걸렸다.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아파트에 90가구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아파트에 90가구 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대전 시내 도로마다 태극기가 게시됐으나 이 아파트 역시 공무원과 교사가정 몇 집만 태극기를 걸었다.

같은 단지내 또 다른 아파트 동은 그나마 90가구 중에 10집에서 드문드문 태극기가 펄럭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구청과 주민센터(동사무소)의 협조공문에 따라 사흘전 부터 하루에 두번씩 한번에 두번씩 네번이나 단지내 방송을 했는데 협조를 안한다"고 씁쓸해 했다. 

아파트 단지 내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가 높이 걸려있었다. 광복절 73주년을 맞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기린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대전지역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가 보면 몇몇 집외에는 게양된 태극기를 볼 수 없었다.

여기에다 또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룸 등 다세대주택에는 아예 게양대가 설치되지 않았다.

대전시 서구 갈마동 용문동 주변과 대전시 동구 용운동, 대전시 유성구 궁동 등의 원룸과 오피스텔에서는 아예 태극기를 단 가정이 없었다.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아파트에 90가구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제 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전의 한아파트에 90가구중 6집이 태극기를 게양하는등 선열과 애국지사 기림이 퇴색되고 있다 [사진=나지흠기자]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건축물에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난간을 설치하는 경우 각 가구마다 1개소 이상 국기 게양대를 마련해야 하나, 난간이 없는 다세대주택 등은 이 같은 규정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일을 대전뿐만아니라 세종시 천안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었다.

대전의 관련업무를 맡은 구청 공무원은 "각 구청 등이 최근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국기 게양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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