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원들의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2016년 기준 OECD 3위)이다.

또한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1년 내내 불참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2016년 기준 OECD 3위)의 수준이면서도 국회경쟁력은 OECD의 최하위다. 고비용저효율의 국회의 적폐개혁이 첫발은 특권내려놓기다[사진=네이버 이미지 켑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2016년 기준 OECD 3위)의 수준이면서도 국회경쟁력은 OECD의 최하위다. 고비용 저효율 국회의 적폐 개혁의 첫발은 특권 내려놓기다. [사진=네이버 이미지 캡처]

독일 하원이나 프랑스 하원이 본회의에 불참할 때마다 의정활동 지원비를 깎거나(독일의회), 경고나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리는(프랑스의회) 일과는 아주 딴 판이다.

청와대 게시판인 국민청원은 이런 정치권을 비판하는 글로 연일 메워진다. 우리가 뽑아 금배지를 달아주고 국정을 논할 서울 여의도 국회에 보내고는 실망이 폭발하는 것이다.

그중에도 국회의원의 세비는 곧잘 국민의 분노로 연결됐다.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서는 ‘무노동’ 상태를 유지하며 정쟁(政爭)만 벌이면서도 고액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겨가는 일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8일 청와대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달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했다.

국회의원 최저시급 청원은 ‘최저시급 인상 반대하던 의원들부터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고, 최저시급 노동자처럼 점심 식사비도 하루 3,500원으로 해달라, 나랏일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인센티브 주는 방식으로 해달라, 제일 아까운 세금이 거친 말 하는 국회의원 월급이다’라는 내용이다. 무려  27만 7,674명이 참여했다. 청원 호응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때문에 뉴미디어 비서관이 나서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8일 청와대는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으로 책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지난 3월 8일 청와대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달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참여해주신 국민들의 목소리, 이번에도 겸허하게 듣겠다. 그런데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국회의원 월급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은 국민들도 잘 아실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청와대가 해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의견을 모아주신 것이 국민들의 뜻, 민심이다. 이 부분은 정부와 국회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애매한 답을 냈다.

청와대는 ​국회의원의 급여와 수당과 관련,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입법부의 권한"이라며 "국회의원 급여와 수당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으로 결정된다. 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수당은 매월 20일에 지급한다‘라고 되어 있고,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 보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보좌직원 보수 등이 모두 법에 규정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13일에 게시된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해달라"라는 국민청원도 주목된다.

내용은 "공무원 및 정치인들은 돈이란 개념 가체를 모른다. 일을 해도 안 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말이다. 전에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발언 중 '돈 주는 거 내가 집에 갖다 주는데 뭔 잘못'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만큼 돈을 돈으로 안 본다는 거다. 국회는 선진국 처럼 국회에서 일할 때만 세비 및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의원들이야 본인들이 직접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며 밑 직원(의원 비서진)들에 일을 다 시켜먹고 본인은 서류 글 몇 자 읽어 보고 제출 한다. 선진국은 의원들은 본인 스스로 뛰고 활동을 한 다음에 서류 정리 정도만 밑 직원에게 맡긴다"라는 내용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각 당 대표 등이 지난 7월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각 당 대표 등이 지난 7월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오른 내용도 흥미롭다.

'​국회의원 세비를 외부 독립기관에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고 이날 7명이 동의했다.

청원 내용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받는 세비를 자기들 스스로 정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적폐 중에 적폐다.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의원들의 세비를 외부독립기관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깎여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를 무노동 무임으로 하자는 글도 7백여 건에 이른다.

주요 내용은 "19대와 20대 총선 때 주요 정당들은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본희의, 상임위 회의 결석 때 세비 삭감)' 등을 공약했지만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세비를 2.6% 인상했다. 국민 경제는 파탄나고 있는데, 여야할 것 없이 너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최저임금 도입을 제안하는 글도 있다.

제안은 "국회의원은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무보수이거나 보수가 적으면 고급 인력의 유입이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지난 1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한 청원 제안자의 게시물은 한 달 뒤 동의한 사람이 27만 명을 넘었다.

청원 동의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제안자는 “철밥통, 그들도 최저시급을 받아야 한다”라며 “나랏일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급여 체계를) 바꿔 달라”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2010년 IMF가 분석했듯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보수가 일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이 청원이 나온 뒤 한 언론이 점검해보니 지난 2월 국회의원들은 임시국회 기간 절반(13일)을 파행으로 날렸지만 월급을 다 타갔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사무실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각종 수당으로 월평균 1,149만 원을 받는다. 의원들 월급은 도대체 어떻게 짜여 있길래 수당만 1,149만 원이나 되는 것일까.

기자가 지난달 국회 사무처에 전화를 걸었다. 정확한 의원 급여 날짜와 구체적인 의원 한 명당 지급되는 세비와 각종 수당, 업무추진비, 정책개발비, 특수활동비 등을 알아보기 위한 담당 부서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화를 빙빙 돌렸다.

국회 안내팀·의사과·지출계·운영지원과 등에 차례로 연락했다. 의원 급여 항목들이 적힌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와 의원 평균 급여 명세서를 요청했으나 한결같이 어디로 알아보라 식이다.

그러더니 국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절차와 규정’을 거론하며 “급여 내역을 알고 싶으면 공식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하라”라는 것이었다

​그래놓고 국회의원들을 위한 안내책자라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정보공개청구도 판단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 

국회 의사당 전경[사진= 네이버 이미지 켑처]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네이버 이미지 캡처]

그러나 국회 도서관의 ‘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라는 자료에는 제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 5월 기준의 의원 급여 내역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국회의원은 매달 20일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와 수당을 지급받는다. 국회의원이 받는 돈은 크게 ▲수당 ▲상여금 ▲각종 지원 경비로 짜여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수당 646만 원(올해부터 2.6% 인상), 관리업무수당 58만 원, 입법활동비 313만 원, 급식비 13만 원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월급 항목에 일반 회사에서 쓰는 기본급이란 명목이 아니라 수당이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 매월 받는 수당 외에 1·7월에 받는 정근수당(일반수당의 총 100%)이 지급된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설과 추석에는 명절휴가비(일반수당의 총 120%)도 지급된다. 여기다 갖가지 항목의 지원 경비가 월평균 770만 원 나온다.

여기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이 1년에 받는 돈은 연간 2억 3,047만 원에 달한다.

즉, 수당과 상여금 1억 3,796만 원에다 지원 경비 9,251만 원, 이 밖에 경우에 따라 가족수당·인력채용경비·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이 지급되며, 회기 중에는 특별활동비(일당 3만1,360원)까지 지정된 계좌에 넣어준다.

이 거액을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쏟아 붓는 것이다.

늘 싸움질 발목잡기 아니면 생떼쓰기, 반대 아닌 반대만 하는 그들에게 국민이 혈세를 매달 모아준다.
충청권 국회의원에게 물어보니 사실이었다. 이러한 항목이 찍힌 급여 명세서를 이메일로 받는다고 한다. 이 국회의원은 “본인만 볼 수 있다"라면서 "급여 명세서는 ‘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에 나오는 자료와 같다”라고 했다.

최근 국회는 꼼수 논란 등 우여곡절을 거쳐 특수활동비를 거의 없애기로 결정했다. 시민단체나 언론의 강력한 압박에 마지못해 국회 특활비를 폐지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의정활동을 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늘 정쟁과 파행으로 국회의 문을 열지 못하거나, 문을 열고도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면서 수당과 상여금 각종 지원 경비를 축내기 때문에 국민이 단단히 화가 났던 것이다.

거기다가, 부정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을 의결한 그들이 피감기관의 돈에 얹혀 해외 출장을 다녀왔던 일이 폭로되면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무용론이 쏟아졌다.

그런 비난 속에서도 그들이 이 족쇄를 스스로 풀었으면 그나마 비판이 덜했을 텐데 스스로 반납한다고 공개했지만 꼼수여서 파장이 더컸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당론을 모으자,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며 침묵만 지켰다.

하지만가 여론과 시민단체의 강한 뭇매를 맞고 더 버텨내지는 못했다. 조찬회동을 가진 지난 1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했다.​ 

거대 양당이 국회 특활비 전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닌 원내교섭단체 몫만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원내교섭단체와 의장단·상임위원장 몫의 약 62억 원 특활비 중 교섭단체 몫 17억 원만 폐지하는 것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한 것이 들통나 꼼수라는 비난이 일었다. 

양당은​​ 실망한 국민들로부터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 의장은 의장단·상임위원장 특활비를 폐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6일 상임위원장단과 회동을 갖고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납작 엎드려서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국회는 62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특활비 중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에 꼭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5~6억 정도의 특활비만 남기는 것으로 결정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국회는 오늘부로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든 특활비를 폐지한다”라고 발표하면서 가까스로 진화됐다. 

그는 5~6억 정도의 특활비에 대해서는 “꼭 필수 불가결한 비용이 있다”라며 “최소한의 필수불가결한 이것까지 폐지하라고 하면, 국회를 해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내려놓아야 할 특권과 특혜는 문제의 특활비만이 아니다.

충청권 한 정치학 교수 A 씨는 19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일 안 하고 노는 우리나라 의원들의 수당 등 세비는 지난 2016년 기준으로 OECD 3위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1년 내내 불참해도 이렇다 할 제재도 없다"라며 이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의정활동에 충실하지 않으면 제재한다. 영국, 독일은 의정활동 지원비에 페널티를 주고, 프랑스와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는 의장의 경고와 함께 국민에게 이 사실을 공개한다. 우리는 그런 일도 없고 조항도 없다.  

9명에 달하는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도 주요 국가보다 두 배나 많다. 스웨덴은 국회의원 4명당 정책보좌관 1명을 둔다.

일본과 EU의 여러 나라는 4~5명 수준이다.

한국 의원들은 기사 월급뿐 아니라 유류비 등 차량 관련 지원비도 타내고 있지만, 북유럽 의회의원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아무런 교통비 지원이 없어서다.

지난해 서울대가 조사해보니 한국 국회의 경쟁력은 OECD 국가 가운데 26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 국회가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이렇다할 효율이 없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국민들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군림’하는 셈이다.

앞으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 때 주의해서 보라. 그들은 매년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 수장이나 기업인들을 불러 윽박지르고, 부실 입법을 쏟아내기 일쑤다.

구시대 때 사정당국이 혐의자를 불러다 취조하듯이 다룬다. 선진국으로 가야한다고 대정부 질의를 해놓고, 정부의 답변을 할 때는 뻔뻔히 자리를 비우는 일도 적지않다.

정기국회 중에도 몇몇 의원들은 골프백을 메고 경기도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경우도 있다. 

온갖 특권을 누리면 일이라도 잘해야 할 텐데 말이다.

19대와 20대 총선 때 여야 주요 정당들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손을 싹싹 비비며 여당 후보들은 여당 속에 야당 노릇하겠다고 외쳤고, 야당 후보들은 대화와 타협으로 격이 높은 의정활동을 약속했다.  

하지만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본회의·상임위 회의 결석 때 세비 삭감)’ 등을 공약해놓고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오히려 올해 세비를 2.6% 인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국회의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줘도 아깝다”라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국회의 적폐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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