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112명의 소속의원 가운데 95명이 참석했다.

오는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대비를 염두에 두면서 우선 9월 정기국회에서의 자유한국당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특강을 통해 ‘들판론’을 폈다. 그는 “들판에 내쫓겼으면 들판에 맞는 생존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과거 집권당으로서의 안락함과 타성에 젖어 있다”라면서 “황량한 들판에선 밥숟가락을 넣어줄 사람이 없다. 혹시라도 누가 숟가락을 입에 넣어줄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는 깨끗이 버려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들판으로 쫓겨난 야당이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동력은 첫째도 둘째도 대중의 힘이다”라고 했다.

당의 혁신과 지도부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자유한국당 정용기 국회의원(재선/대전 대덕)[사진=KBS뉴스켑처]
당의 혁신과 지도부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자유한국당 정용기 국회의원(재선/대전 대덕) [사진=KBS뉴스 캡처]

그는 그가 배포한 책자 내용 중 ‘우리는 야당이다’에서 소개한 ‘정치적-전략적 행동수칙’ 편에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말하고, 단순하게 행동해야 한다. 대중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는 수준에서 대중이 알아듣는 주파수를 통해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민주당에서 안희정이 실패한 이유는 ‘20세기 철학’, ‘통섭’ 같은 대중의 주파수에서 벗어난 용어 선택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는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동네 조폭, 들개, 건달이 되자는 것은 아니지만, 끝장을 볼 수 있는 야당의 무서움으로 정기국회를 맞이하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 나를 미워하던 대중도 친밀해져 있는데 이것이 미운 정”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들 얘기로는 의원들이 앉은 자리 곳곳에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지난 6. 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60여 쪽의 소책자는 “국회만큼 야당이 싸우기 좋은 공간은 없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토론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 혁신의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인적 청산’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당의 가치 재정립이 먼저, 인적 청산은 그 뒤에 의논할 문제”라는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최근 ‘복당설’이 돌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등을 거론하며 이전 지도부 책임을 묻는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대덕구 정용기 의원(재선)은 지도부의 폐쇄적 당 운영을 꼽았다. 그는 “당 위기의 원인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이다. 대법관 버전이냐, 구중궁궐 버전이냐, 검사 버전이냐, 교수님 버전이냐 차이만 있을 뿐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는 시스템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와 김 비대위원장 체제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지난 6. 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제 생각과 똑같다”라고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이어 조심스럽게 “저는 다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으로 맞받았다.

앞서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당의 가치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라며 이전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편으로는 리더십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한국 정당 전체가 순간적 사건이나 잘못에 쉽게 무너지는 구도가 돼있다. 당의 체질이 단단하지 못한 것인데,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문제”라고 받아넘겼다.

이에 대해 박완수 의원이 “과거 비대위를 했어도, 지도자가 바뀌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라며 또 다시 홍 전 대표를 겨냥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여기서 반대할 분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먼저 호응한 뒤, “잘못된 지도자가 나온 경우에도 그 지도자가 나온 환경과 배경이 또 있다”라고 말했다.

정용기 의원이 “당 위기의 원인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이다. 대법관 버전이냐, 구중궁궐 버전이냐, 검사 버전이냐, 교수님 버전이냐 차이만 있을 뿐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느 시스템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홍준표 전 대표 체제와 김 비대위원장 체제를 싸잡아 비판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가장 먼저 “제 생각과 똑같다”고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이어 조심스럽게 “저는 다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으로 ‘반박’했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불통이라는 평을 들었던 홍준표 전 대표와는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뚜렷한 색깔이나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연찬회 특강에 나선 외부 인사들은 ‘쓴소리’를 냈다.

지난 6. 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특강[사진=연합뉴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당 연찬회 겸 대토론회를 열었다.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특강[사진=연합뉴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경제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들은 제1야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어려워지면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오판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 못지않은 궤멸이 올 것이다. 20, 30대 지지율이 4.5%다. 젊은이들은 이 정당을 버렸다. 정당으로 안 본다”라며 “답답한 꼰대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기성세대들도 안 돌아온다”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전영기 논설위원은 “자유한국당 특강을 간다고 했더니 큰형님도, 아내도 가지 말라고 했다. 여러분이 미워서가 아니라, 한 일이 없어서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국민들이 거부하고 폐기하기까지 자유한국당이 뭘 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라며 “여러분들은 친박, 비박으로 1년을 보냈지만 나는 매주 칼럼을 쓰면서 한 번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을 잘못 말함)을 안 써봤다. 국민들은 관심 없다”라고 꼬집었다.

빽빽한 특강과 토론 일정으로 채워진 연찬회는 밤 9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외부 특강을 제외하고도, 김성태 원내대표의 오전 ‘전략 특강’에 이어 오후엔 김종석 의원의 경제 강의, 저녁에는 비대위원회 방향 논의 토론회에 앞서 김병준 위원장의 ‘1대 1 맞춤 강론’ 등이 이어졌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의원들이라 듣기만 하는 토론회가 토론회인지 특강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편 정용기, 이은권 의원 등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로 꾸려진 '통합-전진'이 21일 첫 모임을 하고 여러 계파를 융합해나가는 밀알의 역할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혁신 모임 '통합-전진' 소속 초·재선 의원 9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가 정책 대안과 당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임을 만들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전진' 모임은 재선의 김기선, 김도읍, 박대출, 박맹우, 윤영석, 이완영, 정용기 의원, 초선의 엄용수, 강석진, 민경욱, 박완수, 송희경, 이은권 의원 13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이들은 매주 1회씩 국회에서 현안 조찬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용기. 이은권 의원등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로 꾸려진 '통합-전진'이 21일 첫 모임을 하고 여러 계파를 융합해나가는 밀알의 역할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른 쪽 두번 째 정용기 국회의원(재선. 대전대덕구)[사진=연합뉴스]
정용기, 이은권 의원 등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로 꾸려진 '통합-전진'이 21일 첫 모임을 하고 여러 계파를 융합해나가는 밀알의 역할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른쪽 두 번째 정용기 국회의원(재선. 대전 대덕구) [사진=연합뉴스]

정용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시점에, 우리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대변하는 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할을 하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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