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화가 단단히 났다. 정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112석의 자유한국당을 누른 원내 5석의 정의당이지만 의석이 적어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20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소수당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배제된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다수당의 횡포”라며 원내교섭단체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이른바 공동교섭단체인 ‘정의와 평화’의 패싱을 여실히 드러난 결정이다.

승자독식의 현 선거구제로  소수정당이 국회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데다, 거대양당의 횡포로 신인 정치인의 정치입문이 사실상 어렵다. 청와대에서 열린 믄 재린 대통령과국 회 5당원내 대표간의 회동[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승자 독식의 현 선거구제로 소수정당이 국회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거대 양당의 횡포로 신인 정치인의 정치 입문이 사실상 어렵다.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5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그런 케이스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고용노동소위(노동소위)에서는 당 대표인데도 이 대표를 제외했다.

노동 문제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 환노위 노동소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옛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했던 2004년 총선 이후 처음이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대표를 환노위의 2개 법안심사소위(노동소위, 환경소위)가 아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 배정했다.

환노위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안소위의 경우 여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배제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정미대표 페이스북켑처]
국회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배제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정미 대표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환노위 여야 간사들은 노동소위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8명으로 줄이고 여야에 각각 4명을 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당시 공동교섭단체였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 정의)도 당연히 야당 몫으로 소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타계해 ‘평화와 정의’ 의원이 19명으로 줄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야당 몫 4자리를 교섭단체인 한국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씩 나눠 갖기로 하면서 정의당을 빼버린 것이다.

노동소위는 노동 관련 법안을 심사해 전체회의에 올리는 중요한 과정을 거치게 되어있다.

법안소위에선 합의제가 원칙이어서 소수정당이어도 심사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의당은 노동법안의 방향을 정하는 노동소위에서 노동 가치를 실현해왔고, 무엇보다 서민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왔다.

전반기 환노위 노동소위에서 활동한 이 대표가 지난 5월, 여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노동소위에서 합의하려고 하자 끝까지 반대했던 일은 유명하다.

환노위 소속 교섭단체들의 결정으로 노동계를 적극 대변하던 원내 5석의 비교섭단체 정의당의 목소리가 노동소위에서 지워지게 됐다.

그는 지난 2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법안소위에서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과정에서 제가 노동계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그것을 (다른 당이)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반기 국회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자 권익이) 후퇴한 법안이 상정돼있다. 정의당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를 배제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다양한 민의를 수렴해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소수정당에 대한 배제가 그것이다.

환노위에서 노동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고용노동소위는 전반기에 10명이었다.

집권 여당 5명, 야당 5명이 참여했다. 이 대표는 야당 쪽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고용소위 인원을 8명으로 줄였다. 여당 4명, 야당 4명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3당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야당 몫 4명에서 정의당 자리를 뺐다. 정의당이 항의하자 민주당은 “야당끼리 합의하라”라는 입장이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의당은 범여권이니 민주당이 양보하라”라는 견해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정미 의원이 우리 당을 범죄집단이라고 해서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1석을 주겠느냐”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환노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 역시 “정의당은 야당이지만 실제로는 준여당, 범여권”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에 야당 몫을 줄 경우 노동소위 구성이 사실상 범여권 5명, 야당 3명이 될 수 있어 어렵다는 뜻이다.

이정미 대표는 이와 관련, “우리는 여당 대접 받아본 적도 없고 명백한 야당인 정의당에 대해 다른 야당이 여권 대접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여야를 싸잡아 맹비난했다.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과 함께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음에도 법안소위에서 배제돼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어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주현·장정숙 의원에 대해서도 희망에 반하는 상임위 배정에 이어 법안소위와 예결소위 모두 배제한 것은 정치보복"이라며 "두 의원의 당적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보복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덩치만 큰 제1, 제2, 제3당보다 알짜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소수정당들이다.

거대 정당들이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환노위 법안소위에 배제해 당리당략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의석이 적거나 원내교섭단체도 아닌 소수정당은 민의를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도 소수야당의 특활비 폐지 및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노력이 돋보인다.

거대 양당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소수야당이지만, 주도적으로 이 정치개혁을 이끌었다.

정의당을 비롯하여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특활비 폐지를, 민주당과 한국당은 앞서 제도개선을 주장했었다. 소수야당은 양당이 제도개선이란 이름으로 적폐를 유지하려는 ‘꼼수’라고 질타했다. 급기야 마지못해 양당의 무릎을 꿇리고 국회 특활비를 사실상 폐지시켰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쌈짓돈인 특활비를 청와대, 정부부처까지 손보겠다는 태도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도 소수야당이 주도적이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맡았다.

이들 소수정당은 6.13 지방선거 이후부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했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심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에)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가 피할 수 없다”라며 “그런데 아직 (거대양당은) 정개특위 구성을 위한 명단도 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 역시 “관건은 민주당의 자세에 달렸다”라며 “문 대통령이 강력히 지지한 것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겉만 ‘친문(친문재인)’이고 속은 친문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라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그동안 문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청와대 눈치만 보며 주저해온 민주당이 이번엔 응답할 차례다”라며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민주당이 협상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올해 안에 선거법 개정이 마무리되도록 국회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소수정당의 역할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후 남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다.

지금처럼 승자 독식의 거대 양당의 횡포를 막는 것은 물론 소수정당이 얻은 표가 의미 없는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표 방지는 결국 유권자의 소수의견도 국정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정미 대표처럼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배제되는 설움이 없어지는 등 비교섭단체의 소수정당 국회의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선거구제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정해진 것이다, 제13대 총선(1988년 4월 26일)부터 적용됐다. 핵심은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소선거구제는 각 지역구별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수와는 별개로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식이다. 13대 이후 총선에서도 이 같은 큰 틀은 유지되면서 국회의원 의석 수만 미세하게 조정됐다.

20대 총선을 보면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253명,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47명 총 300명이 선출됐다.

정치권이 바로잡아야한다는 현행 선거구제는 승자 1인 독식이라는 단점이 있는 까닭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되다보니 큰 여야 정당만 살아남았다.

즉, 앙당 체제가 형성되면서 맨날 정쟁일 뿐만 아니라 지역·계파구도가 중요하게 작동된다.

반면 신생·소수정당의 진입이 어렵게 돼 정치·경제·사회적 약자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창구는 부족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다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1위로 당선되면 2위를 지지한 표는 모두 사표로 처리된다. 이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평등하게 전달되지 않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한 선거구제 개편의 틀로 꼽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론에 들어가면 여야의 셈범이 제각각이다.

여야가 1년 8개월 남은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전에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동형 비례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후 남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 단위로 하는 안과, 권역별로 나누는 안에 대한 조율은 여야 각 당의 타협이 필요하다.

정치학자들은 “승자 독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보완하고, 지역·계파구도 탈피한 소수정당 진입 등을 고려할 때 연동형 비례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면서 “정치권이 상당 부분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으나, 의석 수에서 손해 보는 정당들이 쉽게 응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수정당의 지지 의견, 소수정당의 법안이 무시되지 않고, 거대정당의 횡포와 지역구도가 탈피되는 개혁이야말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치개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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