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첫 공식 일정을 협치행보로 시작했다.

협치를 강조한 이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주민, 박광온, 설훈, 김해영, 남인순 최고위원과 함께 장대비를 맞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김영삼·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차례로 찾았다.

눈길은 끄는 일은 1972년 유신독재에 반대하며 학생운동을 하다가 옥고까지 치렀던 이 대표가 이날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협치를 강조한 이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김영삼·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협치를 강조한 이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김영삼·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분단 70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분단을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분들에게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참배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 세대에서는 '독재자'라는 평가가 있지만 보수진영에서나 산업화 세대에서는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통령이란 평가가 있는 만큼 묘역 참배를 통해 보수진영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현충원 참배 이후 국회로 돌아와서도 협치행보는 이어졌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 예방을 시작으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을 예방했다.

문재인 정부의 민생·개혁과제 수행을 원활하게 뒷받침하려면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야당과의 협력이 긴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일찌감치 '5당 대표회담'을 제안한 이 대표는 이날은 야4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대표회담 취지를 설명하고 협력을 구했다.

그중에도 이 대표와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연 때문인지 격의 없이 대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을 예방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을 예방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그는 "자주 만나서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 당선 인사말로 '5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 좀 하자'라고 제안을 드렸다"라면서 여야 간 대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가능한 한 서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라며 "다만 기본적인 경제정책에 있어 서로의 생각이 상당히 달라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 나름대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한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화두였다.

이 대표는 "예전에 청와대에 계실 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지 않느냐"라며 "그런 마음을 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는 당·정·청 회의지만, 여야 간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워낙 정책적 혜안과 결단력이 있으시니까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 않겠나 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이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각각 따로 만나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야당 원내대표 등과 면담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입법과제와 예산 등이 원내 협상에서 결정되는 만큼 원내대표들까지 꼼꼼하게 만나는 모양새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는 "어제 대통령이 전화하셔서 '여러 법안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치를 잘 하라'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진정한 협치를 위해서 집권당이 저희 얘기를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9월 남북정상회담의 여야 의원 방북 추진은) 국회의장 주관으로 하는 게 모양새가 더 좋을 않을까"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방북 추진이) 너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이 가실 때 따라가기보다 남북관계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한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 대표는 이후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장 원내대표, 정의당 이 대표·윤 원내대표도 각각 만나 손을 잡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근 대통령도 말했던 정치 개혁과제인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문제에서 이 대표님이 소신에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며 "북미 간 상호 신뢰가 부족해 비핵화가 먼저냐, 종전선언이 먼저냐가 문제인데 잘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 본청 민주평화당 대표실을 예방해 정동영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 본청 민주평화당 대표실을 예방해 정동영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대표는 "내가 다른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를 잘 알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개혁노선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을 그동안 주창해왔는데 문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있어서는 최대의 우군이고, 이 대표도 정치개혁의 참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정도는 평화당과 저희 당이 협력해 왔는데, 그 수준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라며 "노회찬 의원이 서거하는 바람에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가 무너져) 정치 구도에 변화가 와 어려움이 많을 텐데, 우리 당과 협의해 개혁과제 등을 잘 처리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이정미 대표 역시 "민주당 당원들이 '베테랑의 귀환을 바라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덕담을 건네고서는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 이번 정기국회가 아닌가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에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권력 구조와 연계해야 해서 같이 다루면 제일 좋은데 개헌 문제를 다루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정미 대표의 환노위 법안소위 배제와 관련해) 한국당이 이치에 안 맞는 주장을 하는데 원내대표와 협의해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앞서 이날 협치와 함께 당정청 간 소통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실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실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 협의를 강화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진단하고 추진하겠다"라며 "이번 주 당정청 회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기간에도 수시로 과거 참여정부 총리로 지낸 시절을 언급하며 "주말에라도 당정청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라면서 당정청 간 소통을 강조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와 한병도 정무수석 간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당 대표의 회동을 적극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