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는 늘 말이 많다. 때문에 인사권자는 인사요인이 무엇인지, 왜 인사를 해야하는 지를 분명히 하고 단행해야한다.

자칫 인사가 설득력을 잃어 의문이 생길을 경우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조성해 인사를 안한 만도 못하게 된다. 

지금 국회에서는 ​야당이 황수경 전 통계청장 경질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청와대는 "정례적인 인사"라고 응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황수경 전 청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가 썩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고 언급, 논란이 증폭됐다.

황 전 청장은 이어 전날 대전정부청사 통계청 회의실에서 가진 이임식에서서 직원들에게 통계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당부하는 발언을 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8일 정부대전청사 통계청 회의실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사진=통계청 제공]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8일 정부대전청사 통계청 회의실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계청 제공]

그는 이임식에서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 통계를 만들어서 정책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통계는 객관성이 중요하다. 그것이 통계청이 견지해야 할 점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재임 기간 통계청이 외부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한 뒤 '올 때도 갑작스럽고 갈 때도 갑작스럽다'고 밝혀 황 전 청장이 경질된 사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임식에서의 발언은 그가 정부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면직됐다는 해석을 연상시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에서는 "정부 정책기조에 맞지 않는 통계 조사 결과가 나오자 문책성 인사를 한 것"이라는 비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 황 전 청장의 경질 사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은 당시 조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 같은 폐해를 낳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첫 참석한 강신욱 통계청장(왼쪽)이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첫 참석한 강신욱 통계청장(왼쪽)이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당시 표본 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고령층 가구 비율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지표와 올해 지표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맞비판이 나왔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국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통계가 마음에 안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해버렸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데 대통령 앞에서 진실을 진실답게, 사실을 사실로서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부의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서의 정보 왜곡 현상이 이미 심각하거나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역시 이날 당원내대책회의에서 "(황 전 청장 경질은)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자료를 내민 통계청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고 압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통계청장 교체에 관해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며 "통계 설계가 잘못됐다고 해도 분배 지표가 악화된 현실이 조작될 수 없다.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앞서 청와대 측이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에 관해 반론할 때 사용한 기초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압박성 인사·코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미래당도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혹시라도 경제정책에 대한 통계를 조작해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맞다면, 국가 정책 마련의 기본이 되는 통계 작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통계청의 표본 오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 "만약 김 부총리 말대로 통계청 조사에 표본 오류가 없었다면 이번 통계청장 교체는 문재인 표 통계를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새로운 표본 중에서 유독 1분위 표본이 과다로 추가됐다"며 "이번 통계와 관련해서 신뢰도 문제가 있고 또 시계열적으로 이것을 분석한 것은 오류"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가 적극 해명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자[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차관의 임기가 보통 14~15개월이고 집권 2기와 정기국회 앞둔 시점인 7~9월 사이에 차관 인사가 단행 되는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정부의 인수 시점이 5월이었고 이 때문에 지난 정부의 평균보다 3~4개월 정도줄게 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통계에 개입한 흔적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이에대해 거들었다.

김 대변인은 "(황 전 청장의 재임중)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지시를 내린 적도 결코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 독립에 개입·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황 전 청장이 ‘제가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는 발언에 대해 "그건 그분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마련하기 위해 통계청장을 교체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김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신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인사"라며 "특정 이슈 때문에 특정인을 집어서 인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경 전 청장의 후임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의 자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강 청장이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또 강 청장의 박사학위 논문(‘존 로머의 분석적 맑스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연구’)를 봤을 때 통계 전문가라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청장은 청와대가 요구하는 대로 자료로 디펜스해주는 분으로 통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임종석 실장은 "강 청장도 통계분석을 전문으로 해온 사회경제학자"라고 했다.

강 청장은 그래선지 취임식에서 최근의 논란을 의식,"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은 있을 수 있지만, "특정해석을 염두에 둔 통계 생산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강 청장은 대전정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했을 때 많은 야당 의원들이 그러한 우려를 했다. 혹시 다른 분들도 그런 염려를 가졌다면 염려할 만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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