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너무 많습니다. 100명으로 줄입시다", "아닙니다. 국회의원 수를 더 늘려 제대로 일하게 합시다“

한때 놀고먹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빗발칠 때 청와대 국민청원난에 오른 글이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막상 어디를 어떤 식으로 늘리느냐를 놓고 그 방법과 대상지역을 놓고는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권에서 정치개혁가운데 핵심 중의 하나인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는 그래도 수월하다는 얘기다.

정치개혁의 최대 화두는 선거구제와 직결된 의원정수조정및 선거구획정문제. 사진은 지난 19대 국회 때 선거구획정에 불이익이 없게 하자는 충청권 여야의원들 회동[사진=연합뉴스.충청헤럴드 켑처]
정치개혁의 최대 화두는 선거구제와 직결된 의원 정수 조정 및 선거구획정 문제. 사진은 지난 19대 국회 때 선거구획정에 불이익이 없게 하자는 충청권 여야의원들 회동[사진=연합뉴스.충청헤럴드 켑처]

하지만 줄이는 것은 국회의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논란이 거세다.

선거구를 줄이는 것은 쉽게 의원수를 감축하는 것이어서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에서 보듯 5명을 축소하는데도 엄청난 후폭풍이 따랐다.

심지어 시·군 합구지역의 경우도 '왜 하필 우리냐'며 국회로 몰려가 집단 항의시위를 벌였던 일도 생생하다.

국회는 지난달 1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위원장으로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회 정개특위의 위원들은 여야 의원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들이 해야 할 정치개혁 현안은 간단치 않다. 때문에 이들 어깨는 무겁다. 선거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지금까지 제기돼 온 정치개혁 과제들을 반드시 실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제일 골칫거리는 헌재 결정으로 선거구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된 선거구 획정과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까지 다루어야한다.

정치개혁특위가 다뤄야할 선거구제와 선거구 획정문제는 당사자인 여의도 정치권과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그중에도 선거구 획정에 따른 의원정수 조정문제다.

헌재는 제 20대 총선 전 300명 가운데 200명을 지역구로, 나머지 100명을 비례대표로 선출할 것을 결정내린 사항이다.

구체적으로는 헌재는 이후 2014년 10월 30일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지역구) 대 1(비례대표)로 허용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인구편차를 2 대 1 이하로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제시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사진= 충청헤럴드 DB]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 충청헤럴드 DB]

그런데도 정치권은 지난 2016년 2월 지역구 253석(비례 47석)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 안이다.

헌재의 결정대로 하면 현 지역구의원을 무려 53명이나 줄이는, 혁명에 가까운 최고의 난제를 풀어내야한다.

그 53명을 현재 비례대표 47명과 합쳐 100명으로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가능할 까.

우선 정치권 전체를 냉소내지 혐오하는 국민의 대다수가 줄인다면 모를까 국회의원 단 1석만 늘린다고 해도, 두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구는 물론이거니와 여야 정당이 유불리를 따져 당리당략으로 의원수를 조정할 것이 뻔한 이치여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다 지역구민들도 통폐합 등으로 지역구를 축소하고 의원정수를 조정하면 4, 5개 시.군이 합쳐지는 이른 바 '공룡선거구'가 탄생, 제대로 지역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점도 있다.

또한 이 같은 정치개혁의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 선거구 조정에 민감하지 않을 수없다. 선거구 획정문제는 의원들의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으로 정개특위가 이 사안에 갇혀 있는 한 정치개혁 법안의 처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우려가 높다.

정개특위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은 3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인다는 것은 국민과 언론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뭔가 고비용 저효율의 현 정치상황을 바꾸면서 정수를 조정하든지, 선거구제를 바꾸든지 해서 조정해야 설득할 수 있는 난제"라고 했다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 안으로 영·호남이 각각 2석씩 줄이는 대신 충청권 선거구는 제19대 국회 당시 25석에서 20대에는 27석으로 2석 늘렸다.

그 때 줄어드는 지역에서의 대대적인 반발을 상기할 때, 오는 2020년 4월 제 21대 총선을 17개월여 앞두고 의원정수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지 의문인 것이다.

이런 조짐이 일자 정치개혁의지가 강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섰다.

문 의장은 한 3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월급깍아 의원 330명으로 늘리면 개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의원의 월급을 줄여 그 재원으로 의원수를 늘리면 국민들도 선거구제 개편에 동의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원정수를 늘리자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정치개혁에 대해 "촛불혁명의 완성은 개헌(헌법개정)이고 선거구제 개편이 개헌의 핵심"이라며 "총선 때 득표수에 비례해 의원수를 정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결합한 선거구제다. 현행은 각 지역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먼저 확정한 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하게 된다.

이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 정수를 현재보다 10% 정도, 30명가량 늘려야 한다."며 "의원을 늘리는데 국민들의 반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300명이 쓰는 예산을 330명이 쓰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당 원내대표들과 개헌 얘기를 하면서 1년 안에 개헌 문제를 풀고 싶다고 했더니 원내대표들이 마음만 먹으면 올해 안에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원정수 조정은 인구 상, 하한선을 구분지어 줄을 그어왔다. 그러다보니 충청권의 경우 도농 간 인구 격차가 커 늘 인구가 적은 쪽이 이쪽에 넣었다가. 저쪽에 넣었다하고 결국 인구가 많은 쪽에서만 국회의원이 나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인구 상, 하한선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이 법 제25조는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인구 · 행정구역 · 교통 등 기타조건을 고려’한다는 포괄적인 기준과 행정구역 분할과 관련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는 시·도의 관할 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교통 등의 조건을 고려하여 구·시·군을 단위로 획정한다. 이 경우 하나의 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런데도 인구 상.하한선으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문제를 정하다 보니 국회의원후보의 자질과 역량보다 시. 군 지역구에 따라 인구가 많은 지역 출신이 금배지를 달았던 것이다.

충남의 경우 서천, 부여, 청양, 금산, 계룡, 태안 등에서는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나오기란 별 따기다.

이 같은 일이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2016년 2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수를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수를 54석에서 47석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경기에서 8석, 서울·인천·충남·대전에서 각각 1석이 증가했고 경북에서는 2석, 전북·전남·강원에서는 1석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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