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계룡육교 밑 미집행도로 30년간 불법점유 드러나

대전시 중구 오류동 199-1 도로 인근 사진과 그림. 노란선 부분은 30년 넘게 무단 점유돼 있는 미집행도로. 현재 화단과 창고, 타이어, 전주 등이 놓여져 있다. 파란선 부분은 작년 4월 17일 폐지된 미집행도로로, 이 부지에도 올해 8월까지 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사진·그림=충청헤럴드]

대전시 중구의 한 도로용 공공부지가 수십 년간 사유지처럼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인접한 개인 업체가 무단으로 점용한데다, 통신사는 기계를 설치해 임대료까지 챙겨왔지만 구청은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온 것으로 드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2일 충청헤럴드 취재진이 대전 중구청에 확인해보니 대전중구 오류동 199-1도로(사진)는 지난 1965년 10월 19일 중구로부터 도로용으로 결정된 '미집행도로'다. 

'지목상 도로'라고도 표현하는 미집행도로는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지목을 결정했지만, 당장 예산이 없어 포장작업을 하지 못한 부지로 엄연한 ‘도로용 공공부지’를 뜻한다. 그러나 <충청헤럴드> 확인 결과 전혀 도로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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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집행도로 위 놓여 있는 타이어와 각종 장비들.[사진=허경륜 기자]

해당 미집행도로 부지에는 전신주가 설치돼 있고 화단과 창고용 건축물, 타이어 등이 쌓여져 있었다. 사실상 부지에 인접한 'D교통'이 사유지처럼 사용해온 것.

특히, 관리·감독 기관인 중구청은 이 사실을 알고도 특별한 조치 없이 묵인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당국이 사유지화를 눈감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D교통 관계자는 "88올림픽 직전 중구(당시 동사무소)에서 도로부지에 미관개선을 위해 화단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며 "당시 인접해 있던 레미콘 회사에서 오는 먼지와 소음 등도 있어 자비를 들여 나무를 사서 심었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이미 30년이나 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구청도 1년에 한 번씩 실사를 나가지만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창고 시설물이 들어서 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인접한 ‘D교통’이 불법점용 사유지화…중구청 ‘나 몰라라’

창고형 시설물들이 미집행도로 위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사진=허경륜 기자]

게다가 KT는 영리적인 목적으로 통신주를 설치해 운영 중이었다. 통신주에 SK와 LG가 중계기를 달도록 하는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임대료로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 결과, KT는 전신주를 세울 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허가를 중구청에 요청하지 않았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신고절차도 밟지 않은 채 불법 점용을 자행하고 있던 셈. 

KT는 통신주 설치 허가와 임대료 관련해 몇 시간째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전도 별다른 허가 없이 몇 m근방 사유지와 미집행도로 경계에 전주를 설치해 놓고 사용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2002년 미집행도로와 사유지 경계선에 전주를 세웠다"며 "사유지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로부지에 설치하게 됐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한전과 KT는 전신주 무단 설치

KT 통신주와 그 옆으로 설치돼 있는 각 통신사의 중계기.[사진=허경륜 기자]

형법 제185조에 따르면 도로 교통을 방해한 행위를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도로법 제61조에는 관리청의 허가 없이 도로를 사유로 점용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벌금을 부과하기도 애매한 상황. 중구청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D교통 측은 30년 전 화단을 조성한 중구가 이후 이렇다 할 복구명령이나 조치를 통보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당시 구두로 지시했지만 그 내용에는 점용을 허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시민 박모(30)씨는 "예전에 이뤄진 조치라 하더라도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면 정상화 시키려는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데 알고도 아무 행정적 움직임이 없었다는 건 불법점용을 장려했다고 볼 수 있다"며 "관계 기관까지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미집행도로 부지 중 일부(44m)는 장기미집행시설로 용도를 폐지했다.

현재 폐지 결정된 후 화단을 철거하고 비포장 처리된 부지. 기울어져 있는 출처가 불분명한 전신주와 한전이 설치한 전신주(왼쪽)도 보인다.[사진=허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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