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당 간판이 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

민주평화당은 원내 14석이나 되지만 '비교섭단체 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송기자출신이자 지난 2007년 제 1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던 그다.

그가 13일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그러나 다른 교섭단체 대표연설과는 달랐다.
통상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의 경우 연설당일 국회의 의사일정을 잡지 않는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다른 이슈에 묻히는 것을 막기위해서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은 연설이지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법상 '연설'이 아닌 사실상 '발언'으로 불린다.

연설(발언)시간도 크게 다르다. 교섭단체 연설은 40분이나 주어지나 비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엔 15분이다. 무려 3분 1수준으로 비교적 짧다.

본회의장 분위기와 박수와 야유 고성 등도 교섭단체와 다르다. 

정 대표는 이날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시장 안정 대책으로 "다음번 국회 본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법을 최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승자독식 양당제도 아래에서 정치는 권력 쟁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 국회의원 뽑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민이 주신 표만큼 국회의원 숫자를 할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5당이 마음만 먹으면 역사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께서 선거제도 개혁의 의지를 밝히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선 "70년 동안 대결하고 적대했던 시대를 접고, 협력하고 공존하는 평화의 시대로 가는 대전환의 길목에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야 5당 대표가 평양에 함께 간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 72%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본회의장에선 곧바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시작됐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연설 내용이 묻힐 수밖에 없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여야가 서로 공방 논평을 내며 화제를 키워주는 반면 이날 정 대표 발언 이후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렇다할 반응도 없었다.
여기에다, 비교섭단체의 차별은 이 것만이 아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교섭단체는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정책연구위원을 지원받지만 비교섭단체는 해당되지 않는다.
비교섭단체는 주요 입법이나 예산안 등의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임위 간사 자리도 부여되지 않아 의정 활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최경환 평화당 최고위원 겸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의총 직후 "현재 20명으로 돼있는 (교섭단체) 기준을 10명 이상으로 구성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과다한 제약 조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국가의 의원정수별 교섭단체 인원을 보면 독일 하원은 622인 중 5%인 31석을 기준으로 하며, 이탈리아 하원은 3.2%, 일본 중의원을 보면 0.4%"라면서 "6.7%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은 현재까진 답보 상태"라며 "손학규 대표에게 가서 (비례의원 3인) 당적정리를 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이며 교섭단체 의원 수 20명을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확정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평화당은 이용호·손금주 무소속 의원에게 예결특위 간사 자리를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공동교섭단체 합류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올 연말에는 바른미래당의 보수파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고,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보수통합하면서 호남 의원들이 탈당해 평화당 쪽으로 온다는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유성엽 평화당 최고위원이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공감대는 거대 양당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교섭단체 재구성을 향한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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