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4 21:54 (월)
[휴먼스토리] 추적 20년만에 4명의 가짜 독립운동가 찾아낸 언론인
[휴먼스토리] 추적 20년만에 4명의 가짜 독립운동가 찾아낸 언론인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9.14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시민의 기자다'란 캐치프레이즈는 언론인이라면 생소하지 않다.

지난 2000년 탄생한 오마이뉴스 얘기다. 오마이뉴스는 이 캐치프레이즈로 민주.진보언론이면서 정직한 보수를 대변해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되, 경직된 진보에 회초리를 들고, 양심적이고 생산적인 보수와는 악수를 청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게 창사 정신이다.

이 오마이뉴스가 20년 전부터 가짜 독립운동가 및 친일, 독재정권 하수인들의 국립묘지 이장운동을 탐사, 기획했다.

오마이뉴스 대전충남 심규상 기자의 끈질긴 추적이었다. 결국 이 추적이 성과를 냈다. 장산곶매 블로그에서는 "기름기 없음은 물론 꾸미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실의 무게가 있고 진실의 향기가 있다"고 극찬했다.

오마이뉴스 대전충남 심규상 기자가 20년간 끈질긴 추적보도로 가짜 독립운동가 4명의 서훈을 박탈하게한 성과를 냈다.[사진 =불로그 장산곶매켑처]
오마이뉴스 대전충남 심규상 기자가 20년간 끈질긴 추적보도로 가짜 독립운동가 4명의 서훈을 박탈하게한 성과를 냈다.[사진=블로그 장산곶매 켑처]

글에서도 심 기자의 취재역정을 소개했다. 심 기자는 2003년 오마이뉴스 대전충청 창간멤버로 합류, 대전충남지역 주재기자 일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15년간의 기자생활 중, 의미 있는 기사를 많이 쏟아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 가지다.

첫째는 “대전지방 국세청이 관내 대기업의 세금을 대폭 할인 해 준 사건”을 여러 협박과 회유 속에서도 탐사보도로 세금 부과를 이끌어낸 일이다. 둘째는 가짜 독립운동가의 진실을 밝혀내 서훈을 취소시킨 기사다. 그리고 대전 충남지방에서 6.25전쟁기간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터”를 취재해 실제 발굴로 이어지게 한 일이다.

그 중, ‘가짜 독립운동가’를 밝혀낸 기사는 정말 의미가 있다.

제보로 2015년 8월3일자 보도를 시작해 1963년도에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받은 ‘대전 김태원’이 다른 운동가의 공적을 도용, 서훈을 받게 된 사실을 밝혀낸다.

실제 독립운동가인, 평북 의주 출신의 김태원은 1902년생으로 19년에 중국 관전현으로 건너가 독립단에 가입한다. 20년에는 양승우를 단장으로 하는 벽창의용단(광복군 사령부 직속의 별동대) 단원으로 주재소 습격, 밀정처살, 독립단원 모집 등의 활동을 벌였다.

가짜로 드러난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정수의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면이다. 하지만 묘비에는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정범의 원적지인 "평북 초산"이라고 새겨 넣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그의 처를 합장했다. (지난 2015년 사진)[사진=오마이뉴스켑처]
가짜로 드러난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정수의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면이다. 하지만 묘비에는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정범의 원적지인 "평북 초산"이라고 새겨 넣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그의 처를 합장했다. (지난 2015년 사진)[사진=오마이뉴스켑처]

“결국 25년에 신의주 경찰에 체포되어 26년 사형선고를 받고 그해 12월 24세의 나이로 평양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한 것“으로 조선·동아·신민·중외일보 등은 전한다.

1926년 5.16일 조선일보와 7.1일 중외일보 기사는, 신의주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구형하는 공판 때 “방청객이 물밀 듯이 몰려들어 경계가 엄중했고 근래에 보기 드문 큰 재판”이라고 사실을 전하고 있다.

가짜 독립운동가 ‘대전 김태원’은 ‘평북 김태원’과 동명이인임을 바탕으로 일대기는 차용되고 조작된다. 사형이 집행된 ‘평북 김태원’과 달리 ‘대전 김태원’은 평양형무소에서 탈출, 상해로 건너가 임정 실무요원으로 충북특파원이 된 것으로 꾸며진다. 상해이후는 역시 실제 독립운동가였으며 1919년 임시정부 충북특파원이었던 ‘안성 김태원’의 공적이 차용된다. 이 또한 이름이 같은 분이다.

심 기자는 기획취재를 통해, “'평북 김태원'은 '김해 김씨 법흥파'이고 모친은 '장씨'이며 서훈을 받은 ‘대전 김태원’은 ‘경주 김씨’이며 모친의 성씨도 ‘남씨’여서 둘은 전혀 다른 인물임을 밝혀낸다.

‘평북 김태원’은 1903년생이고, ‘대전 김태원’은 1901년생으로 나이가 두 살 차이이며 주소지도 ‘평북 김태원’은 평안북도 의주군 의주면 출생임을 확인했다.

이 기사는 대전충남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이후 보훈처는 2015년 8월 서훈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보훈처 업무 초창기라하더라도, 63년도에 부여한 서훈이 부실심사에 의한 것임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또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중요한 사실이 있다. 2011년 보훈처도 ‘평북 김태원’, ‘안성 김태원’, ‘대전 김태원’의 공적자료에 의문이 있다는 점을 발견, 자체 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이유’로 “서훈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도 드러났다.

진짜 독립운동가 김정범 선생의 공훈록(왼쪽)과 가짜 로 드러난 김정수의 공훈록(오른쪽). 심규상기자는 보도에서 두 사람의 공훈내용이 유사하고 근거서류가 같아 한쪽이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사진-오마이뉴스 켑처]
진짜 독립운동가 김정범 선생의 공훈록(왼쪽)과 가짜로 드러난 김정수의 공훈록(오른쪽). 심규상 기자는 보도에서 두 사람의 공훈내용이 유사하고 근거서류가 같아 한쪽이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사진-오마이뉴스 켑처]

보훈처는 지금도 당시 “공적에 문제없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지금도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가짜 독립운동가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은 아버지 공적(?)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고위관료를 지내고 정년 퇴임 후에는 광복회 대전충남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김영진 ‘광복회 대전충남연합지부’감사,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김태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에 의해 “공적을 위조하고 각종 혜택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김정인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반발, 심규상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연금도 압류되는 신세가 되었다.

또 대전시와 대덕구청도 행정과제를 안게 되었다. 관내 ‘쌍청공원’에 있는 ‘대전 김태원’의 ‘어록비’와 ‘생애비’를 철거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이들의 늦장 행정은 시간을 질질 끌었다.

관청의 이런 태도로 말미암아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예비후보자들이 ‘가짜 독립운동가’의 ‘생애비’앞에서 숭모행사를 벌이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이 기사로 심규상 기자는 대전지역 중견 언론인들이 수여하는 ‘목요언론대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빛나는 기사들이 많다. 6.25때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터를 찾아내기 위해 마을마다 쫒아 다녔다. 어르신들에게 막걸리와 담배를 대접하고 걸음걸이 부실한 촌로들을 등져 메고, 마을 뒷산에 올랐다.

그래서 기억을 되살리고 증언을 수집해서 유해 매몰지를 특정할 수 있었다. 그 노력은 ‘진실화해위’를 통해 공주에서 400구, 홍성에서 수십구, 아산에서 219구를 발굴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가 최근 '오마이뉴스의 탐사, 기획보도에 따라 가짜 독립운동가로 의심받아온 4명의 공적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서훈을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에대한 가짜 의혹이 제기된 지 20여 년 만이다.

지난 달 27일자 정부 관보. 고 김정수(독립장), 고 김낙용(독립장), 고 김관보(독립장), 고 김병식(애족장)에게 지난 1968년 수여한 정부 포상을 지난 달 15일자로 취소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켑처]
지난 달 27일자 정부 관보. 고 김정수(독립장), 고 김낙용(독립장), 고 김관보(독립장), 고 김병식(애족장)에게 지난 1968년 수여한 정부 포상을 지난 달 15일자로 취소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켑처]

정부는 지난달 27일자 관보를 통해 고 김정수(독립장), 고 김낙용(독립장), 고 김관보(독립장), 고 김병식(애족장)에게 지난 1968년 수여한 정부 포상을 지난달 15일 자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관보내용 중 취소 사유가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짐'으로 돼있다.

14일자 오마이뉴스 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보훈처는 지난 1968년 평안북도 영변군 용산면 출신인 김정수(1909∼1980)에게 항일조직인 참의부 등에서 항일투쟁 활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수여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김정수'와 거의 유사한 공적으로 '김정범'에게 애국장(4등급)을 수여했다.

한 사람의 공적에 두 사람에게 이중으로 포상을 했으나, 이중 '김정수'가 '가짜'라는 얘기다.  

'김정수'와 함께 서훈이 취소된 고 김낙용(독립장), 고 김관보(독립장), 고 김병식(애족장)은 모두 김정수의 일가로 각각 김정수의 조부, 부친, 숙부다.

김정수는 또 다른 '가짜 독립운동가 김진성'의 형이다. 보훈처는 1998년 애국지사 묘역에 있던 '가짜 김진성'(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을 30년 만에 파묘한 후 그 자리에 진짜 애국지사인 '김진성 선생'을 안장했다.

오마이 뉴스는 "김정수 일가가 남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조작하는 방법으로 3대에 걸쳐 5명이 독립유공자 행세를 하며 각종 혜택을 누려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20년 전 김정수 등 가짜 독립운동가를 고발한 김세걸(71,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장남, 현 서울 노원구 거주)씨는 "문제를 제기한 지 20여 년이 지나서야 서훈을 박탈했다"며 "어이없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훈 취소 결정이 지연된데 대해 "서훈을 받은 분을 단순 의혹제기로 공적을 재심의 하기는 곤란했다"며 "김정수 심사 당시 서훈의 근거가 되었던 가출옥서류가 확인되지 않아 서훈 취소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하지만 김정수의 인우보증서 필적감정과 각종 증빙자료를 통해 김정수가 가짜 독립유공자임을 밝혀 서훈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