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횡단보도에서 5세 여아를 숨지게 한 40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실형이 선고됐다가, 번복되어 실형 금고형으로 바뀐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는 <충청헤럴드>가 올 연초부터 연속 보도[1월12일. 1월22일. 1월27일.3월 14일. 5월31일자]하며 세상에 알린 우리 일상의 사고였다.

사고개요= 사고 내용은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충청헤럴드가 올 연초부터 연속보도한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 기사. 당시 A씨(44)가 모는 카니발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당시 5세)과 B양의 어머니를 치었다. B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B양 어머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사진=충청헤럴드 보도 켑처].
충청헤럴드가 올 연초부터 연속보도한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 기사. 당시 A씨(44)가 모는 카니발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당시 5세)과 B양의 어머니를 치었다. B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B양 어머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사진=충청헤럴드 보도 켑처].

A씨(44)가 모는 카니발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당시 5세)과 B양의 어머니를 치었다.

B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B양 어머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15년 차 119구급대원인 B양 어머니는 중상을 입고도 쓰러진 아이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B양의 어머니는 “다음 날 소풍을 가는 딸아이를 위해 장을 보고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를 피할 겨를도 없이 치여 둘 다 쓰러졌다”며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죽도록 괴롭고 미칠 것 같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가족과 이웃주민들의 도움= 그 후 귀한 어린생명을 잃은 아버지(소방관)와 아파트 이웃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에 현수막과 호소문을 붙이며 사고의 내용과 재판 등의 실상을 알렸다.

그 사고를 직접 목격했다는 해당 아파트 주민은 지난 1월 11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주민은 사고 직후 사진과 글을 게재해 사건을 알리기도 했다.

주민 목격자는 "사고 희생자인 딸의 아버지가 아파트에 호소문도 붙이고 사고 현장과 출입구에 현수막도 달고 있다"라며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그는 사고 현장 사진과 함께 "6살 어린이의 핏자국이 물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라면서 "가해자 본인도 가족이 있으면서, 저런 행동을 한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라며 애타는 피해자 아버지의 호소문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엄마와 딸이 승합차에 치인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사고 내용 등을 자세히 알린 호소문 [사진=충청헤럴드 1월12일자]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엄마와 딸이 승합차에 치인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사고 내용 등을 자세히 알린 호소문 [사진=충청헤럴드 1월12일자]

소방관인 피해 어린이 아버지는 당시 호소문에서 “저희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소문들이 있어서 사실을 알려 드리고 도움을 받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라고 시작했다.

그는 “2017년 10월 16일 19시 10분경 퇴근한 처가 다음날 소풍가는 딸을 위해 아들, 딸과 함께 장을 보고 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관리사무소 분수대 앞)를 거의 다 건너던 중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에 피할 겨를도 없이 치여 딸과 함게 쓰러졌다”며 “블랙박스 확인 결과 차가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해 딸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기는 도저히 사망사고가 날 수 없을 정도로 과속방지턱이 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인데 (가해자가) 어떻게 운전을 하였길래... 단지 못봤다고만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적었다.

호소문은 또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는) 바로 멈췄다고 했지만, 블랙박스 확인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사고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갈 정도로 상식선을 넘는 행동과 죄값을 달게 받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최대한 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으로 저희를 기만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충청헤럴드등의 안타까운 사고내용이 보도된 뒤 독자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사진=헝와대 홈페이지 켑처]
충청헤럴드 등의 안타까운 사고내용이 보도된 뒤 독자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그는 "6년 만에 힘겹게 얻은 소중하고 보석보다 귀한 딸을 잃고 아내는 꼬리뼈가 부러진 중상을 입고도 사고 당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혼자 남은 죄책감으로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고 있다"면서 “가해자에게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하고, 다시는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고 장소에서 넋을 기리고자 꽃과 과자를 놓고 가는 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면서 당시 "다음주에 아이의 추모제를 아이가 좋아하던 분수대에서 하고자 한다. 아이가 좋은 곳으로 가도록 추모를 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끝을 맺었다.

국민청원과 법규개선= 소방관인 부모는 사고 이후 온라인에 이 같은 가해 남성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올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철성 경찰청장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철성 경찰청장의 답변을 받아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3월 14일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도로교통법에 도로 외의 구역에서 보행자 발견 시 운전자에게 서행·일시 정지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 시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방송에 출연한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이철성 경찰청장은 3월 14일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도로교통법에 도로 외의 구역에서 보행자 발견 시 운전자에게 서행·일시 정지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 시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방송에 출연한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켑처]

당시 이 청장은 “도로교통법에 도로 외의 구역에서 보행자 발견 시 운전자에게 서행·일시정지 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 시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5선·대전서갑)의원은 여러차례 현지를 방문한 뒤 아파트 단지 내 횡당보도 교통사고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할 것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3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 사망사고와 관련,아파트 단지 내 중대한 교통사고는 무겁게 처벌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충청헤럴드db]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3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 사망사고와 관련, 아파트 단지 내 중대한 교통사고는 무겁게 처벌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충청헤럴드db]

▶대전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이병삼)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금고는 구속인 점에서는 징역과 같지만 강제 노역이 없어 징역보다 처벌 수위가 한 단계 낮다. 검찰이 올 6월 구형한 금고 2년보다 형량도 적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안전보행을 담보로 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로 5세 여아를 숨지게 해 그 과실이 중하고, 유족이 회복 불가한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 유족들로 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선고문 낭독의 큰 실수= 재판부는 이날 큰 실수를 했다. 판결문을 번복한 것이다. 대전지법 317호실에서 열린 이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다”고 주문을 읽었다. 법정구속이었다.

귀한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는 방청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징역 1년 4개월'이란 판결을 듣고 법정을 나왔다.

대전지방법원[사진=충청헤럴드 db]
대전지방법원[사진=충청헤럴드 db]

그런 뒤 몇 시간이 지났을 때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반성과 사과도 없는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이라고 선고를 듣고 형이 너무낮다고 했었는데, 방송에서는 '금고 1년 4개월'이라고 번복된 것이다. 

선고 직후 잘못 낭독된 것을 확인한 판사는 피해자 가족이 법정 밖으로 나간 뒤 이를 정정했다고 한다. 판사가 미리 써 둔 판결문에도 금고로 적혀 있었다.

방청석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서 씨 부부와 취재진은 이를 듣자마자 법정을 나왔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선고 결과가 ‘금고 1년 4개월’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고 직후 잘못 낭독된 것을 확인한 판사는 피해자 가족이 법정 밖으로 나간 뒤 이를 정정했다고 한다. 판사가 미리 써 둔 판결문에도 금고로 적혀 있었다.  

소방관 부부는 법정과 집에서 두 번 울었다. 이들 부부는 “매일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판결문 낭독 실수까지 벌어지다니 사법부가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A씨의 1심 선고 결과가 전해지자 온라인은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판결 내용을 공유하며 A씨의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