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북동행을 제의 받고 이를 거절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실한 성과가 나오길 고대하고, 그 성과를 촉진하고 완성하는 일을 남북국회회담으로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비서실장이 밝혔다.

문 의장은 1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4차 믹타(MIKTA)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한 이날 "개인적으론 연내 남북국회회담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수현 실장은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문 의장이 "이번 남북국회회담은 꽉 막힌 남북 사이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남북이 3차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정말 잘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국회회담이 잘못되면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페이스북  켑처]
[사진=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페이스북 켑처]

이어 "정부가 잘하는 일에 국회가 나서서 미주알 고주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다만 남북정상의 대화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뒷받침하고 보완하면서 이끌고 가기도 하는 것으로 국회회담의 역할을 한정시켜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국회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한쪽의 바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측에서 답변이 오면 구체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이날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도착 장면 등 정상회담 경과를 지켜보며 정국과 원내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페이스북 켑처]
[사진=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페이스북 켑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TV로 정상회담 장면을 지켜봤다.
지도부는 평양 국제공항 전경과 환영인파를 지켜보며 '전용기'를 주제로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문 대통령이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인 오전 9시55분쯤 언론을 물리고 비공개회의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진저한 비핵화를 앞당기는 구체적 약속이 꼭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기업 총수들의 방북 동행, 의제 설정 문제 등 회담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바른미래당은 정상회담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기원하는 등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책회의에서 "얼렁뚱땅 선물보따리로 싸가려했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여의치않자 기업(총수)을 데려가려고 한게 아니라면 투자설명회 같은 방북은 그만하고 비핵화 진전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를 제쳐두고 경협에만 매진하는 본말이 전도된 회담이 돼선 결코 안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비핵화) 실질적 로드맵이나 김정은의 입을 통한 비핵화 (의지가)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천명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함진규 의장은 "한국당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며 △보여주기식 회담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내용 △'선(先)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 원칙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전에는 국제사회 대북제재 동참 △비핵화 전 군축 논의는 시기상조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도 의제에 포함 등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채이배 대표 비서실장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오전 10시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 문 대통령 일행의 평양도착 장면을 시청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디 성과 있는 방북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더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의미가 없다. 오로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가 첫번째 매듭"이라며 "그러나 이 매듭을 풀지 못한다면, 200명 방북단은 그저 평양 유람에 그친 행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의원도 "바른미래당이 회담의 실패를 바랄 이유는 1%도 없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종목표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한국당 지도부와 유사하게 신중한 모습으로 장면을 지켜봤다. 다만 방북동행 인사 명단, 김정은 위원장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 등 한국당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갖고 대화를 나눴다.

손학규 대표는 10시4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무표정한 얼굴로 대표실에 들어선 손 대표는 기자들에게 북 측의 영접에 대해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환영을 해줬다"고 평했다. 그는 김 위원장 내외의 등장을 보며 "김 위원장 부부사이가 좋은 모양이야"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회담이 잘됐으면 좋겠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협의되고 핵 리스트가 제시돼 미국이나 국제사회서 남북 회담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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