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오후 6시38분쯤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문 대통령이 곧 입장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11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의 보고가 있을 것"이라며 "박수를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 취재진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 취재진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프레스센터 스크린에는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2018.9.20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그런 뒤 2박3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귀경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프레스센터로 들어섰다. 대국민보고를 하기 위해서 였다.

문 대통령이 프레스센터에 들어설 때 취재진들은 박수로 그의 성공적 귀경을 반겼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도 청와대 비서진과 함께 들어서며 손을 들어 답례했다. 표정이 밝았고, 단상에 오르는 걸음걸이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단상과 가까운 자리에 앉은 기자들은 직접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선 환호성도 들렸다. 단상에 자리잡기 전 손을 흔들던 문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준비한 대국민보고 메시지 형식으로 인사를 전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단상 아래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이 나란히 도열했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평양회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과 문 대통령의 답변은 종전선언, 비핵화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가급적 종전선언을 조기에 이뤄야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국민보고 및 질의응답은 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퇴장했다. 기자들은 뒷줄에서 앞줄로 나가 문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다시 박수를 보냈다. 진중한 대화를 마친 뒤 떠난 그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취재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떠나기 직전 다시 한 번 현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문대통령 대국민보고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성원해주신 덕분에 평양에 잘 다녀왔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루었고 최상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3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두 정상 간의 신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 방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북측에서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단을 정성을 다해 맞아주었습니다. 오고 가는 동안 공항과 길가에서 열렬하게 환영해주고 환송해준 평양 시민들께 각별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두산에 오가는 동안 삼지연 공항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배웅해 준 지역 주민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5·1 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단체조와 공연에서 15만 평양 시민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연설을 했습니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T했다.[사진=연합뉴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귀환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를 T했다.[사진=연합뉴스]

그들은 한반도를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저의 연설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3일간 저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첫날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단 희망을 밝혔습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돼야 하므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는 차원에서 우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습니다.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또,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의 빠른 진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북한이 우리와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한 것은 지난날과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의할 문제라며 우리와의 협의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순탄하지 않고 북미 대화의 진전이 남북관계의 발전과 긴밀히 연계된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하며 북한도 우리에게 북미 대화의 중재를 요청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나는 미국이 이와 같은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합니다.

이번 남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결실은 군사분야 합의입니다.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남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 간 위협적인 군사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남북 간에 있어 정전협정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식하는 데서 더 나아가 미래의 전쟁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합의서에 담지 못했으나 구두로 합의된 것도 있습니다.

국회 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자체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전면 가동을 위해 북측의 몰수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도 동의했습니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는 이를 기념하고자 12월에 열리는 대고려전에 북측 문화재를 함께 전시할 것을 김 위원장에게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그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평양에 가기 직전인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문을 열었습니다.

남북 대화와 협력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라는 의미와 함께 남북이 본격적으로 서로 오가는 시대를 연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여유를 두기 위해 시기를 '가까운 시일 내'라고 표현했지만 가급적 올해 안에 방문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저는 국민께서도 김 위원장을 직접 보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에 대한 그의 생각을 육성을 통해 듣는 기회가 오기 바랍니다.

오늘 백두산을 다녀왔습니다.

천지에 올라 저는 우리 국민이 굳이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땅에서 백두산을 관광하는 시대를 하루빨리 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고 오늘의 성과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합니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국민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평양회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숙원입니다. 그 숙원을 이루는 길에 국민 뜻과 늘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문대통령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그 부분을 다시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박 3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친 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를 찾아 대국민보고를 통해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에 담지 못한 남북정상회담 논의 내용이 있다고도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그때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내외신 기자들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핵리스트 신고 등과 관련한 추가 메시지를 받은 게 있나.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대화의 재개·촉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 또는 그에 대한 상응 조치는 기본적으로 북미 간에 논의될 내용이다. 그래서 남북 간에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어느 정도, 어떤 표현으로 담을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그밖에 특별히 전체적인 합의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지 않았다.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 앞으로 제가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그때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다. 미국 측은 우리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듣길 원한다. 반대로 북한 측에서도 우리를 통해서 미국 측에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그런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충실히 함으로써 북미 간에 대화를 촉진시켜 나가고자 한다.

-- 평양공동선언에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김 위원장이 '상응 조치'에 대해서는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는가.

▲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 북한이 취해 나가야 할 조치들, 그에 대해서 미국 측에서 취해야 할 상응한 조치들,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북미 간에 협의해야 할 내용이다. 그 부분들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가 구두로 의견을 나눈 바는 있지만, 이를 여기서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 트럼프 대통령이 상응 조치를 북한에 제공한다면 어떤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싱가포르선언에서 북미 간 합의가 있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것이고, 그에 대해 미국 측은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미관계를 새롭게 수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평화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조치들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서로 균형 있게 취해져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고, 그에 맞게 미국 측에서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며 새로운 북미 관계를 만드는 조치들을 취한다면 북한도 추가 비핵화 조치를 빠르게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 연내 미국을 포함한 종전선언에 대해 낙관적 전망 갖고 돌아왔나.

▲ 종전선언에 대해 조금 개념이 다른 것 같다.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 빠른 시일 내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약속이 65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선 전쟁을 종식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먼저 하고 그것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종전선언의 개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종전선언이 마치 평화협정 비슷하게,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효력이 있어서 유엔사의 지위를 해체하게끔 만든다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는 효과가 생긴다거나 하는 견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개념을 달리하기 때문에 종전선언 시기에 대해 엇갈리게 된 것으로 저는 판단한다. 이번 방북을 통해 저는 김 위원장도 제가 아까 말한 것과 같은 개념의 종전선언을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협상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평화협정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최종단계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때까지 기존의 정전체제는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 지위,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 등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그런 문제들은 완전한 평화협정 체결 후 평화가 구축된 다음에 다시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에 의해 주둔하는 것이므로 종전선언이라든지, 평화협정과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한미 간 결정에 달렸다. 그런 점에 대해 김 위원장도 동의한 것이고, 종전선언에 대한 그런 개념이 정리된다면 종전협정이 유관국들 사이에 보다 빠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그 부분을 다시 논의하려고 한다.

--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의 합의가 있었는데, 종전선언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기간에 종전선언을 추진할 구상이 있나.

▲ 가급적 종전선언은 조기에 이뤄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기 때문에 북한은 더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것은 언제든지 검증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뿐만아니라 이번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한다면 북한은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도 할 수 없게 되고, 미사일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경우 북한 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도 영구히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미국 측에서도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를 종식시켜 나가는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은 말하자면 적대관계를 종식시키자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이므로 그런 식의 신뢰를 북한에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종전선언이 끝이 아닐 것이다.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들이 취해진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다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이번 비핵화 합의 수준이 '현재 핵' 폐기로 나아가는 데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합의들을 실질적 이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할 것인가.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이어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한다면 앞으로 추가로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의 활동은 완전히 할 수 없게 된다. 말하자면 '미래 핵' 능력을 폐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한다면 영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핵물질이나 핵무기 생산을 비롯한 핵 활동이 중단에 들어간다는 뜻이 될 것 같다. 물론 영변뿐 아니라 여타 핵시설도 영구히 폐기돼야 하고,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있다면 그것도 폐기 수순으로 가야 완전한 핵폐기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게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씀드린 것이고, 그에 맞춰 미국 측에서 북한과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식의 상응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취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번에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 폐기와 함께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까지 언급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큰 걸음을 내디딘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진척은 북미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과거 6·15 선언, 10·4 선언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하나의 이유뿐이다. 정권이 교체돼서다. 그다음 정부들이 들어선 뒤 10·4 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없어서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9·19 성명, 2·13 합의와 같은 6자 회담을 통한 비핵화 합의와 이번 비핵화 합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비핵화 합의는 실무적 협상을 통한 합의였다. 그리고 핵폐기의 단계마다 검증하고, 다음 단계 동시 이행을 함께 논의하는 식으로 설계돼서 언제든지 검증이나 사찰에 대한 견해차로 삐끗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비핵화 합의는 그렇지 않고, 사상 처음으로 북미 양 정상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미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행되리라 믿는다. 물론 실무협상 단계에서 때로는 논의가 교착, 지연될 수 있다. 그래서 제2차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2차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국면을 크게 타개한다면 이번 비핵화 합의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지난번 싱가포르선언에서는 원론적 합의를 이뤘다. 비핵화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협상을 통해서 해야겠지만, 조금 크게는 양 정상 간 합의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합의에 맞춰 실무협상이 진행되도록 비핵화의 시한을 정한다든지, 쌍방 간 교환해야 할 조치를 크게 합의한다든지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비핵화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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