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초선의원이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인소개로 알게된 이로부터 공식 선거비용 외에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을 끊임없이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하는 참 정치를 실천해 화제다.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소연 의원(서구6)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중에 처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될 사람들이나, 정치를 희망하는 청년들, 후배들을 위해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페이스북의 글에 20일 오후 4시 현재 38개의 댓글과 6개의 공유가 붙었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 과정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를 본 대전선관위는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소연 의원(서구6)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인소개로 알게된 이로부터 공식 선거비용 외에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을 끊임없이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하는 참 정치를 실천해 화제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왼쪽에서 두번 째 김 의원.[사진=김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소연 의원(서구6)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인소개로 알게된 이로부터 공식 선거비용 외에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을 끊임없이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하는 참 정치를 실천해 화제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왼쪽에서 두번 째 김 의원.[사진=김 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그는 "전형적인 Winners Take All(승자독식) 게임 같은 선거에서는 당선이 절박한 후보들로서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주민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히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겪는 선거에 있어, 저는 대통령의 바람, 그야말로 평화의 바람을 타고 비교적 수월하게 선거를 치르고 감사하게 당선까지 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 두 가지의 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며 "나중에 처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될 사람들이나, 정치를 희망하는 청년들, 후배들을 위해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풀어나갔다.

얘기는 이렇다. 그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조금 급박하지만 제가 가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며 "그 과정에서 믿을만한 사람(A)으로부터 한 사람(B)을 소개받았다"고 털어놨다.

[사진=김 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이어 "A에 따르면 B는 선거의 달인이고 믿을만한 동생이니 뭐든 B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였다. 저는 단 한 번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선택이나 행위를 하며 살지 않았지만, 선거라는 것은 너무 생소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유경험자인 A가 제시하는 대로 B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B주변에(서)는 'B는 몇 천 만원을 주고 모셔 와도 부족할만한 실력자다. 복 받은 줄 알아라. 선거를 이렇게 쉽게 치르니 얼마나 좋으냐. A에게 감사해해라. 우리들은 A의 사람들이다. 너를 잘 모르지만 A를 봐서 도와주는 것이니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고 말했다.

처음 정치판에 들어서 첫 선거를 치른 김 의원은 본인이 이해못할 일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저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고, 선거사무실 비용이나 필요한 집기, 비품, 사무실에서 먹는 식음료비 등을 지불하거나 지불하기로 하고 회계 통장에 돈을 넣어두었다"며 "그런데, B와 주변 사람들은 후보들이 임대한 사무실에 와서 후보들의 비용으로 사 둔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 사람들 같았는데 왜 도대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처음 정치판에 들어서 첫 선거를 치른 김 의원은 본인이 이해 못할 일을 상세히 전했다.

김 의원은 "그렇지만, 저에 비해 동네 사정에 밝고 또 도와주겠다 모인 사람들 같으니, 웬만한 이야기를 듣고 따랐다"면서 "그런데, B는 종종 납득하기 어려운 주문을 했다. 가령 동네 주민의 장례식장에 가서 인사를 하되, A의 이름으로 봉투를 넣고 오라거나, 어떤 봉사조직에 와서 빨리 봉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A의 사조직 모임이어서 원칙적으로 제가 가서 봉사를 하면 안 되는 자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내 선거캠프인지 A의 사조직 아지트인지 알 수가 없었다. B와 함께 항상 사무실에 나와 있던 정체모를 사람들은 선거운동 중간중간에 재판에 다녀오는 저에게 '돈 많이 벌어 와라. 돈 많이 벌어 와야 우리한테 또 쓰지.'라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며 "(그럴 때) 제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선거비용 때문에 부담이 되어서 출마를 망설였다고 이야기 하자, '어째 여기는 돈 없는 사람들만 모이냐'며 투덜거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지만 평판이 좋았던 유경험자인 A를 믿고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고 넘기고 대체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당혹해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김 의원은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한지 2~3주 정도 된 어느 날 아침인사를 마치니 B가 와서 '지난번에 A가 준비하라고 한 돈 다음주까지 준비해라'고 했다"며 "저는 우리 지역구 선거비용 한도액이 대략 5,000만원 정도였고, A도 저에게 선거비용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해준 바 있기 때문에 기존의 회계 통장에 2,000만원에 이미 넣어뒀으니, 3,000만원 정도 추가로 미리 회계통장에 넣어두라는 말인 줄 알고 3,000만원 정도 준비하면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B는 '형(B는 A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한테서 그렇게 들었느냐'면서 코웃음을 쳤다"고 밝혔다.

이어 "(B가) 1억(원)은 넘게 들어간다고 하였고, 저는 '5,000만원 정도 이야기를 들었고 또 보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냐고 하였다"고 말했다.

그가 그자리에서 "그럼 저처럼 선거에 쓸 돈도 없고 흙수저인 청년들은 출마를 포기해야하는 거냐 물어보니, '(B는)그래서 청년들보다 아저씨들이 선거에 나오는 것'이라며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을 한 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저는 아침인사를 마치고 사무실 일정이 있어서 출근을 하고 또 일을 하면서 내내 이게 어떤 상황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어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상의를 했다"면서 "남편은 안 그래도 없는 형편에 어렵게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 망설였는데, 그렇게 큰 돈을 내면서 선거에 출마할 이유가 없고, 그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나중에 본전 생각이 나서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원칙대로 하거나 출마를 포기하라고 하였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저는 우리 당과 시민들께 이미 지역구의 대표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고,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B에게 좋은 말로, 나는 변호사지만, 이런 저런 집안 문제 등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여, 그렇게 큰 돈을 쓸 수 없으니, 선거비용 한도에서 쓸 수 있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지만, B는 수 차례 저를 만나자고 하거나 제가 선거운동을 하는 곳까지 찾아와서 돈에 대해 협상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분간 이 사람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선거사무실에 가지 않고 혼자서 아침저녁 인사를 하고 행사에 찾아가서 주민분들 만나는 (선거운동)일만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하루는 (B가)너무 집요하게 만나자고 하여 사무실에 갔더니, 근처 카페로 저를 조용히 안내하였다. B는 A가 몇 년 전에 선거를 치를 때 썼던 비용이라면서 표를 보여주면서 왜 1억 이상의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였다"며 "제가 돈이 없다고 하자, 각종 선거비용 중 많은 부분 거래처들이 모두 동네 아는 형님들이니 외상으로 일단 치르고 나중에 선거비용을 보전받아서 메꾸겠다고, 그리고 일단 제가 준비한 돈을 자기들이 쓰겠다고 하면서 그 종이에 외상을 ‘외’라고 적고 구체적 금액도 표기하여 주었다."며 힘든 상황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돈을 달라고 하는 이유를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는데, B는 몇가지 말을 해주었다. 제가 지역구 주민들이나 단체 회장들에게 밥을 사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니 안되니까, A가 밥을 사고 다니면서 A의 인지도를 이용하여 저를 홍보해주려면 그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제가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니, '(B는)후보님, 정치는 대범해야 합니다. A형처럼 돈을 쓰고 다녀야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C처럼 돈을 안 쓰면 주변에 사람이 없습니다. 감옥 갈 사람 여기 있지 않습니까'하면서 B는 자기 스스로를 가리켰다"고 말했다.

.[사진=김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사진=김 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김 의원은 당시 "저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B는 A의 지시로 저에게 이렇게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는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고, 이번 선거에서 제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노력하지 않을 것도 아니고, 혹시 인지도가 없어서 떨어지더라도 자신들이 책임질 것도 아닌데, 저에게 이렇게 돈을, 그것도 백 만원 이백만원도 아닌 그렇게 큰 금액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무섭기까지 했다."면서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밥 한끼 얻어먹고 A의 추천을 받아 저를 찍어줄 것이라는 말이 기가 막혔다. 원래 정치판이 이런 곳인데 제가 너무 순진했나...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B는 당황해하는 저에게 '후보님, 제가 선거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절실한 후보가 당선 되고도 일을 잘 하더라고요. 1표 아쉬운 줄 모르고 절실한 줄 모르는 후보들이 쉽게 당선되면 일도 대충 하더라고요'라면서 약을 파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B는 저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담판을 짓고 저를 드디어 설득했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을 것이다"라며 "다행히 저는 그때까지 B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어떤 돈도 사사로이 쓰지 않았고, 예비 후보자 등록 서류 준비를 비롯한 선거운동 대부분을 혼자서 준비하여서 B의 도움이 딱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그 뒤로 거절의사를 명백히 하고, 사무실을 빼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담판을 짓고 결론을 짓자는 B에게 이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 큰 소리를 치고 저희 선거캠프에서 더 이상 저와 함께 일하지 못하도록 마무리를 지었다"고 했다.

.[사진=김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사진=김 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그후 "그 뒤로 가족들과 지인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감사한 도움을 받아 무사히 선거를 치렀고, 초반에 정신적 고통이 심했던 만큼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큰 문제없이 잘 뚫고 지나온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B가 했던 수많은 개소리 중에서, 그래도 저를 잠시 흔들었던 말이 있다면 바로 '절실함'이라는 말이었다"며 "정말 내가, 대통령의 바람을 타고 너무 쉬운 자리에 누구보다 쉽게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절실함도 모르고 오만한 것일까 하는 끊임없는 자기 점검을 반복했다. 정말 내가 오만해서, 겸손하지 못해서, B와 같은 선거판 베테랑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제멋대로 잘난 척하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일까 하는 의문. 그렇게 수백 번의 자기점검을 거치고서야, 이 당연한 시시비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한편 김 의원은 한매체와의 통화에서 "비난받을 각오와 어떤 고통을 받을 지 예상하고 글을 썼다"며 "B씨가 지난 4월 중순부터 마치 저에게 돈을 맡겨 놓은 것처럼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돈을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과거 A씨가 선거과정에서 사용한 1장 짜리 선관위 신고 내역을 가지고 저를 찾아와 현수막과 홍보차량 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네들이 6000만~7000만원 정도는 외상으로 쓸 수 있다며 그 돈을 주면 자기네들이 선거비용 처리와 회계 처리를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칠까봐 더이상 말을 못하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전선관위는 28일 오후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김 의원과 B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 의원이 증거 자료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경우 조사를 거쳐 검찰에 고발 조치하고 비협조적일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의원의 페이스북 전문]

-절실함에 대하여-

저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Winners Take All 게임 같은 선거에서는 당선이 절박한 후보들로서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민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히고 예민해지기 마련이지요. 처음 겪는 선거에 있어, 저는 대통령의 바람, 그야말로 평화의 바람을 타고 비교적 수월하게 선거를 치르고 감사하게 당선까지 되었으나, 한 두 가지의 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처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될 사람들이나, 정치를 희망하는 청년들, 후배들을 위해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앞서 언급한 차마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조금 급박하기는 하지만 제가 가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믿을만한 사람(A)으로부터 한 사람(B)을 소개받았고, A에 따르면 B는 선거의 달인이고 믿을만한 동생이니 뭐든 B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선택이나 행위를 하며 살지 않았지만, 선거라는 것은 너무 생소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유경험자인 A가 제시하는 대로 B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B주변에는 “B는 몇 천 만원을 주고 모셔 와도 부족할만한 실력자다. 복 받은 줄 알아라. 선거를 이렇게 쉽게 치르니 얼마나 좋으냐. A에게 감사해해라. 우리들은 A의 사람들이다. 너를 잘 모르지만 A를 봐서 도와주는 것이니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해댔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고, 선거사무실 비용이나 필요한 집기, 비품, 사무실에서 먹는 식음료비 등을 지불하고 있거나 지불하기로 하고 회계 통장에 돈을 넣어두었는데, B와 주변 사람들은 후보들이 임대한 사무실에 와서 후보들의 비용으로 사 둔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 사람들 같았는데 왜 도대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에 비해 동네 사정에 밝고 또 도와주겠다 모인 사람들 같으니, 웬만한 이야기를 듣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B는 종종 납득하기 어려운 주문을 했습니다. 가령 동네 주민의 장례식장에 가서 인사를 하되, A의 이름으로 봉투를 넣고 오라거나, 어떤 봉사조직에 와서 빨리 봉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A의 사조직 모임이어서 원칙적으로 제가 가서 봉사를 하면 안 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내 선거캠프인지 A의 사조직 아지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B와 함께 항상 사무실에 나와 있던 정체모를 사람들은 선거운동 중간중간에 재판에 다녀오는 저에게 “돈 많이 벌어 와라. 돈 많이 벌어 와야 우리한테 또 쓰지.”라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제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선거비용 때문에 부담이 되어서 출마를 망설였다고 이야기 하자, “어째 여기는 돈 없는 사람들만 모이냐”며 투덜거렸습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지만 평판이 좋았던 유경험자인 A를 믿고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고 넘기고 대체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참된 정치인끼리의 만남. 오른 쪽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의원[.[사진=김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참된 정치인끼리의 만남. 오른 쪽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사진=김 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그런데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한지 2~3주 정도 된 어느 날 아침인사를 마치니 B가 와서 “지난번에 A가 준비하라고 한 돈 다음주까지 준비해라”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 지역구 선거비용 한도액이 대략 5,000만원 정도였고, A도 저에게 선거비용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해준 바 있기 때문에 기존의 회계 통장에 2,000만원에 이미 넣어뒀으니, 3,000만원 정도 추가로 미리 회계통장에 넣어두라는 말인 줄 알고 3,000만원 정도 준비하면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B는 형(B는 A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한테서 그렇게 들었느냐면서 코웃음을 치면서 1억은 넘게 들어간다고 하였고, 저는 5,000만원 정도 이야기를 들었고 또 보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냐고 하였습니다. 그럼 저처럼 선거에 쓸 돈도 없고 흙수저인 청년들은 출마를 포기해야하는 거냐 물어보니, 그래서 청년들보다 아저씨들이 선거에 나오는 것이라며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을 한 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아침인사를 마치고 사무실 일정이 있어서 출근을 하고 또 일을 하면서 내내 이게 어떤 상황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어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상의를 했습니다. 남편은 안 그래도 없는 형편에 어렵게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 망설였는데, 그렇게 큰 돈을 내면서 선거에 출마할 이유가 없고, 그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나중에 본전 생각이 나서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원칙대로 하거나 출마를 포기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당과 시민들께 이미 지역구의 대표로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고,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B에게 좋은 말로, 나는 변호사지만, 이런 저런 집안 문제 등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여, 그렇게 큰 돈을 쓸 수 없으니, 선거비용한도에서 쓸 수 있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지만, B는 수 차례 저를 만나자고 하거나 제가 선거운동을 하는 곳까지 찾아와서 돈에 대해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당분간 이 사람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선거사무실에 가지 않고 혼자서 아침저녁 인사를 하고 행사에 찾아가서 주민분들 만나 뵙고 있었는데, 하루는 너무 집요하게 만나자고 하여 사무실에 갔더니, 근처 까페로 저를 조용히 안내하였습니다. B는 A가 몇 년 전에 선거를 치를 때 썼던 비용이라면서 표를 보여주면서 왜 1억 이상의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였고, 제가 돈이 없다고 하자, 각종 선거비용 중 많은 부분 거래처들이 모두 동네 아는 형님들이니 외상으로 일단 치르고 나중에 선거비용을 보전받아서 메꾸겠다고, 그리고 일단 제가 준비한 돈을 자기들이 쓰겠다고 하면서 그 종이에 외상을 ‘외’라고 적고 구체적 금액도 표기하여 주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돈을 달라고 하는 이유를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는데, B는 몇가지 말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지역구 주민들이나 단체 회장들에게 밥을 사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니 안되니까, A가 밥을 사고 다니면서 A의 인지도를 이용하여 저를 홍보해주려면 그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니, “후보님, 정치는 대범해야 합니다. A형처럼 돈을 쓰고 다녀야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C처럼 돈을 안 쓰면 주변에 사람이 없습니다. 감옥 갈 사람 여기 있지 않습니까”하면서 B는 자기 스스로를 가리켰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B는 A의 지시로 저에게 이렇게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는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고, 이번 선거에서 제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노력하지 않을 것도 아니고, 혹시 인지도가 없어서 떨어지더라도 자신들이 책임질 것도 아닌데, 저에게 이렇게 돈을, 그것도 백 만원 이백만원도 아닌 그렇게 큰 금액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밥 한끼 얻어먹고 A의 추천을 받아 저를 찍어줄 것이라는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 원래 정치판이 이런 곳인데 제가 너무 순진했나...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B는 당황해하는 저에게 “후보님, 제가 선거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절실한 후보가 당선 되고도 일을 잘 하더라고요. 1표 아쉬운 줄 모르고 절실한 줄 모르는 후보들이 쉽게 당선되면 일도 대충 하더라고요”라면서 약을 파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아마도 B는 저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담판을 짓고 저를 드디어 설득했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그때까지 B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어떤 돈도 사사로이 쓰지 않았고, 예비 후보자 등록 서류 준비를 비롯한 선거운동 대부분을 혼자서 준비하여서 B의 도움이 딱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그 뒤로 거절의사를 명백히 하고, 사무실을 빼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담판을 짓고 결론을 짓자는 B에게 이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 큰 소리를 치고 저희 선거캠프에서 더 이상 저와 함께 일하지 못하도록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 뒤로 가족들과 지인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감사한 도움을 받아 무사히 선거를 치렀고, 초반에 정신적 고통이 심했던 만큼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큰 문제없이 잘 뚫고 지나온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B가 했던 수많은 개소리 중에서, 그래도 저를 잠시 흔들었던 말이 있다면 바로 “절실함”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대통령의 바람을 타고 너무 쉬운 자리에 누구보다 쉽게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절실함도 모르고 오만한 것일까 하는 끊임없는 자기 점검을 반복했습니다. 정말 내가 오만해서, 겸손하지 못해서, B와 같은 선거판 베테랑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제멋대로 잘난 척하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일까 하는 의문. 그렇게 수백 번의 자기점검을 거치고서야, 이 당연한 시시비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지역 정가 일부 사람들은 제가 변호사라서, 지 혼자 잘난 사람이라서, 오만해서, 겸손하지 못해서, 주변 사람의 도움을 거절하고, 아주 매몰차게 사람을 내쳤고, 예의도 없고 고마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떠들어대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또 평판이라면서 돌리는 사람들을 보고, 그렇다면, 제가 겸손한 선택을 했으려면, B의 불법적인 제안을 겸손하게 용인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가 주고, 야합하고, 돈도 좀 주거니 받거니 하고 그랬어야 했을까요? 좋은 말로 거절해도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B에게 화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뭐가 있었을까요.

그나마 사회적 관계 형성이 비교적 적은 저에게 이 정도의 손길이 미쳤다면, 중장년층의 후보들에게는 각종 미션, 옵션을 달고 다가오는 선거판 브로커들이 넘쳐납니다. 심지어 어떤 의원님의 외모를 지적하면서 선거에 떨어질 것이라고 성형수술을 하고 굿을 해야하니 얼마를 가지고 오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너무 황당하여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 수준의 헤프닝도 있지만, 제가 경험한 돈 요구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집요하고 액수가 커서 도저히 웃고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선거 기간 중에 제가 가끔 표정이 어둡다면서 많이 힘드냐고 다독여주고 가신 분들이 계셨는데, B 때문에 한참 고통을 받고 있을 때였을 것입니다.

저는 절실함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수진을 치고 절실하게 성공을 위해 싸우는 상황은, 자칫 그 상황을 이용하려는 주변의 악마의 손길마저 거부하지 못하고 쉽게 잡아버리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게 됩니다. 절실하고 겸손한 마음은 매우 중요하지만, 항상 법과 제도, 그리고 올바른 가치 추구, 절차 정의라는 틀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절실한 마음 하나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실함만 있을 때 그 절실함이 내포하는 위험성에 대해 항상 경계할 줄 알아야 하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나아가 그 절실함에 무리가 따른다면, 과연 내가 절실하게 꿈꾸는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깜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봐야할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거짓과 과장, 허위의 뜬소문들이 곧 역사가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정치에 나서게 될 예비 청년 정치인들을 비롯한 초보 정치인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써서 남겨봅니다.

10여편의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이번 연휴는 5편으로 마쳐야겠네요. 주제 꼭지와 개요는 모두 작성해두었는데, 어제 오지랖 넓은 아저씨 한 분 때문에, 계획이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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