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고 알지만 1·2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다. 근데 한국당은 무엇을 했느냐”

“일주일에 나흘씩, 하루 10시간 이상씩 재판을 받는 게 피고인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고 생각하느냐. 한국당에서 그거 따진 의원이 있느냐. 그래서 열정을 가진 의원들이 없다는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63)가 4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외부 위원에 내정된 뒤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졸속”이라고 규정한 뒤 "한국당 의원들은 왜 다 침묵했느냐. 야당의원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탄핵 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탄핵 심판은 졸속이라고 확신한다. 엉터리 탄핵소추안에 뇌물죄 수사를 시작도 안했는데, 헌재에 항의하는 법률가가 한국당엔 왜 아무도 없었느냐”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실정에 조금이라도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그게 바로 국민이 한국당을 외면하게 만들었고, 우리 보수 전체를 궤멸 직전으로 몰아넣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 ​국회의원의 자질로 열정과 지식 등을 강조하면서, 일부 비박계를 향해 "공부 좀 하라"라며 "그러니까 한국당 의원들 품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그러더니 이들을 향해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둘 줄도 알아야 한다"라며 의미심장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사람을 잘라도 박수 받을 수 있고, 60%를 물갈이해도 지탄받을 수 있다"면서 본인이 "소 잡는 백정이 아니라 소를 키우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2월로 계획된 차기 한국당 전당대회를 '보수통합전대', '보수단일대오'로 꾸려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개 조강위원이 통합전대를 주장하겠나"면서도 "국민의 희망이 바로 보수 통합 그리고 단일 대오라는 점을 얘기하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위기인 때에 보수가 분열되어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조강특위의 임무 중에 하나인 '물갈이'의 인선 기준은.

▶한 사람을 잘라도 박수를 받을 수 있고, 60%를 물갈이를 해도 조강특위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나라를 지켜오고 건설해오고, 가족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 이 대한민국 보수층이 한국당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제가 조강위원으로 온다니까 많은 언론이 '차도살인이다', '단두대다'라면서 만평도 나오고 그러더라. 하지만 저는 소 키우는 사람이지 소 잡는 백정이 아니다.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게 지식이다. 어젠다(의제)에 대한 이해 없이 국회 표결에 참가하는 건 사기극에 불과하다. 국정과제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국회의원이 되고, 통치자가 되겠다는 큰 꿈 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에 불과하다.

두 번째, 지식만이 아니라 도덕성이 필요하다. 정직함과 결단력을 가져야 하고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막스 베버가 늘 얘기하지 않았나. 열정만큼 소중한 게 없다.
국회의원의 예를 들자면, 지역구 아무리 관리 잘하더라도, 거기서 아무리 높은 점수 받더라도, 기본적인 의원으로서의 품성과 열정을 갖고 있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 그것이 옳은 태도 아니겠나.

▷보수단일대오와 보수통합전대는 다른 가.

▶보수단일대오 이른바 보수통합전대, 이런 얘기가 물론 제 입에서 나갔다. 국민의 희망이 바로 보수통합 그리고 단일대오를 얘기하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다. 아직까지 이념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당제로 간다는 건 온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당제가 우리 국민이 아직까지 바라는 제도라고 믿는다.
 (통합의 걸림돌과 공동책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와중에) 물론 문제는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어떻게 볼 것인가, 탄핵과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뭐로 구속됐다고 알고 계시나. 뇌물 받았다고 알고 계실 것이다. 뇌물죄 중에 가장 큰 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건이다. 그런데 그건들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 스포츠재단 16억만 제3자 뇌물 수수로 인정됐다. 직전대통령을 구속시켜 놓았는데 우리 국민이 알고 있는 영장에 기재된 가장 큰 범죄가 무죄가 나왔다. 그런데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뭐하고 있느냐.

일주일에 나흘, 10시간 이상씩 재판을 받는 게 과연 피고인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건가. 내가 이런 말하면 친박이냐고 오해하시겠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할 생각 전혀 없다. 탄핵 사유 있다고 믿는다.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자세를 얘기하는 것이다. 자기들도 다 책임은 일부분 있지 않나. 직전 대통령이 구속되어 있고 반론권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재판 연일 되는데 따진 의원 있었나. 그래서 내가 열정 가진 의원들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건 비박‧친박 문제가 아니다. 전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 혹은 전체 과정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책임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그게 국민들이 한국당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우리 전체 보수를 궤멸 직전으로 몰아넣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통합의 걸림돌 되는 인사는 인적쇄신의 대상인가 

▶인적쇄신이라는 게 쳐내는 게 다가 아니다. 하나하나 다 소중한 당의 자산이다. 그걸 쳐내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한 분도 쳐내지 않고 면모를 일신하는 게 가장 좋은 쇄신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게 조강위의 역할이자 제1의 사명이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것처럼 엄청난 피바람이 불고, 프랑스 혁명 이후 단두대 설치해두고 오늘은 누구, 내일은 누구, 로베스피에르처럼 그렇게 파자마 차림으로 목을 자르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도 그런 건 두려워한다. 갑자기 제가 자는데 밤에 누가 목 자르겠다고 오면 어떡하나. 그런 짓은 안 할 것이다.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을 듣는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실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하루가 됐으면 한다.
물론 책임져야 할 분은 책임져야한다. 그런데 꼭 목을 쳐야 하나? 이른바 보수정권이라고 부르는 기간에 누구나 다 책임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책임질 것이다. 현미경으로 밝혀서 넌 되고 넌 안 되고 하는 게 쇄신이라면 전 그런 쇄신은 안할 것이다. 제가 기대하는 인적쇄신은 일신을 하고, 야당 의원을 야당 의원답게 만드는 것이다. 목을 치는 것보다 비바람 맞으며 자란 들꽃 같은 분들을 앞으로 많이 모시고 들어오는 게 우리 조강위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 자신이 당권‧대권 도전을 위한 인적쇄신이라는데 

▶김병준 위원장 속으로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다. 저랑 단 둘이 있을 때에는 그런 말씀하신 적은 없었다. 오히려 반대의 말은 하실지언정…. 제가 아는 김 교수는 사심을 그렇게 많이 담는 분이 아니다. 아니 그런데 그런 욕망을 갖고 있다고 나무랄 수 있나? 그런 욕심을 가진 분이 많아야 한다. 권력 의지를 갖고 서로서로 경쟁하는 분이 더 많아야 한다.

▷ 아무래도 친박에게는 전 위원이 적대적일 거라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하는 와중에 정치인의 지식을 강조하면서) 정치인들이 공화주의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한국당 계신 중진들 중에서도 공화주의 쓰시는 분들 계시는데 코미디 같은 일이다. 오늘날의 현대 민주주의가 이미 공화주의와 동의어적으로 쓰인지 서구에서 100년 가까이 됐다. 여기가 무슨 미국 독립혁명 일어난 때냐. 우리가 공화주의 안 한 적 있나.
제가 정치인의 자질을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니까 한국당 의원들의 품질 문제가 나오는 거다. 지금부터 긴장 좀 하시고, 속된 말로 '빠삭'하게 공부 좀 하시고 실천하려고 해야 면모가 일신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다른 분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옛날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의자'라는 시가 있었다.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둘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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