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글 옮겨 읽기(1)] 고 언론인 정상희의 '문화는 신뢰...'
[명사의 글 옮겨 읽기(1)] 고 언론인 정상희의 '문화는 신뢰...'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10.1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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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곧 좋은 문화를 만든다. 좋은 말이 글이 되고, 좋은 사진이 또 글이 되어 좋은 문화가 만들어진다. 좋은 문화는 좋은 국민을 소통하게 하여 좋은 사회, 멀리는 좋은 미래를 만든다.

좋은 글은 펜보다, 총알보다 강하다는 얘기는 고금동서를 통해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읽는 문화가 쇠퇴하는 안타까운 시대, 그래도 좋은 글과 좋은 명언과 좋은 시는 빛이 난다. <충청헤럴드>는 '좋은 글, 좋은 뉴스보기'캠페인의 차원에서 명사들의 좋은 글을 옮겨 다시 읽는 기회를 시리즈로 이어간다<편집자 주>

[신문쟁이 정상희의 별것아닌 사람의 별난 고백]

땅 투기를 했는지, 밀수를 했는지 간에 돈을 번 김서방이 마을 한 가운데 기와집을 짓고 떵떵거리고 산다. 김 서방은 소싯적에 그마을에서 천덕꾸러기 머슴살이를 했던 터라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 고울 수 만은 없다.

뿐 만 아니라 김서방네 사는 꼴은 매우 해괴스럽기도 하다. 진수성찬은 김서방 내외와 자식들만 먹어야 했고,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조차 손도 못대게 한다. 마을 사람들과 떡 한접시 나눠 먹는 일이 없다.

고급 자동차와 외국여행에 세월가는 줄 모르고 살아가던 김서방네는 드디어 고리의 일수놀이를 하다가 돈을 몽땅 떼버리고 부도직전에 이르러서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고 정상희 기자의 에세이 집'별 것 아닌 사람의 별난 고백'[사진=충청헤럴드DB]
고 정상희 기자의 에세이 집 '별 것 아닌 사람의 별난 고백'[사진=충청헤럴드DB]

가정도 통치못하는 자, 없는 자를 돕지도 못하는 자, 마을 사람들과의 품앗이조차 거부한 자로 낙인 찍히면서 김 서방네의 자력갱생을 위해 돈을 꿔주는 사람도 없었다. 

김서방네는 한마디로 이웃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된다.

이른바 문화가 김서방네 경제행태에 눈곱만큼도 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조지 메이슨 대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역저 '트러스트(TRUST)'를 통해 문화는 각 가정의 경제를 뛰어 넘어 나라경제·세계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는 "세탁소 운영에서 대규모 집적회로의 생산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협동이 필요치 않은 경제활동은 거의 없다. 사람이 일터에서 일하는 동안의 일터는 개인을 사적인 삶에서 끌어내어 사회적 세계로 연결시켜준다"고 말한다.

고 정상희 기자의 '신뢰는 문화...'라는 에세이[사진=충청헤럴드DB}
고 정상희 기자의 '신뢰는 문화...'라는 에세이[사진=충청헤럴드DB}

그는 한국가의 볼지와 경쟁력은 하나의 지배적인 문화적 특성, 즉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이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 다고 지적, 신뢰는 그 사회의 갖가지 문화적 당양성에서 싹튼다고 암시한다.

몰락한 김서방 가정이 잘살 던 때에 마을 회관을 지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오페라를 공연했거나, 마을에 체육관을 지어 마을 배구팀이라도 만들어 마을 대항 시합에서 마을을 빛냈더라면.

그런 문화적인 투자를 했더라면 김서방 가정에 경제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이웃들은 김서방네의 문화 창달 실적을 높이 사, 김서방네를 도왔을 것이다. 신뢰가 재산이 될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박세리 열풍이 한창이다. 13일자 H일보 여기자 칼럼에서 "그의 승리가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운 것은 틀림없지만 나라의 경사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하고 그의 우승을 돈으로 따지는 것은 천박하다고 썼다.

칼럼에서는 박세리 열풍에 골프가 대중화 될까 두렵다고 쓰고 이어, 그 뜨거운 바람이 합리성을 삼키고 맹목을 퍼뜨릴 것을 생각하면 더욱 두렵다고 썼다. 그는 한국에서의 골프 역기능을 염두에 두고 썼으리라.

프랑스 축구팬들이 그들의 우승을 열광적으로 축하해 주고 있다. 팀의 영광 뿐만 아니라 프랑스라는 나라의 영광이 아닐까. 프랑스는 월드컵 우승을 통해 전세계에 국가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것. 국민의 문화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 국민의 단결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 것. 이로인해 프랑스 경제도 크게 도움 받게됐다는 것을 안다. H일보 여기자에게 물어보자. 우리 충청도 처녀 총각들의 발군의 노력으로 세계에 한국의 신뢰를 심고있다. 신뢰가 쌓여 문화적으로 고양되면서 경제적인 이익이 없다고 단언할 수있을 까. 1996년 천안 태생 마라토너 이봉주는 아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 국민을 기쁘게 했다.

고 정상희 기자의 에세이 집'별 것 아닌 사람의 별난 고백'[사진=충청헤럴드DB]
고 정상희 기자의 에세이 집'별 것 아닌 사람의 별난 고백'[사진=충청헤럴드DB]

박찬호는 LA다저스에서 1군 투수로 뽑혀 금년에 벌써 8승을 기록, 국민을 열광시키고 있다. 공주 총각이다.

박세리의 경우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한 라운딩하자고 초청이 들어올 정도로 세계 저명인사가 됐다. 그의 영광과 축재는 국가가 향유할수 있는 문화적인 혜택에 비해 조족 지혈이다.

충청도 처녀 총각들은 이 웅울한 IMF시대에 우리 국민에게 용기를 붇돋워 주는 빛나는 표상이다. 당신은 박세리의 영광의 나라의 경사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너무도 빈약한 표현이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후쿠야마는 쌍둥이적자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라고 말하고 국가경영을 이보다 더욱 위태롭게하는 것은 바로 '신뢰의 적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 신뢰사회의 속성을 골고루 갖춘 한국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걱정한다. 이런 때 박세리, 박찬호, 이봉주 등 충청도 총각 처녀들이 국가의 문화적 가지를 드높임이 IMF를 이기는 힘이다.

​고 정상희 기자(1963년동아일보 입사-동아일보 퇴직)[사진=충청헤럴드 DB]​
​고 정상희 기자(1963년동아일보 입사-동아일보 퇴직)[사진=충청헤럴드 DB]​

신문쟁이 정상희가 누구냐면= 충남 홍성출신으로 홍성고를 졸업한 언론인. 196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1995년  동아일보 제2사회부장으로 퇴직했다. 정 부장은 30년 간 주로 고향 충청도인 대전과 청주, 홍성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지역에 영향력있는 주요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충남도청. 대전시청 등을 출입하기도 했다. 정 부장은 퇴임 후에도 대전 중구청 ‘대들보’ 편집국장, ‘대전이코노미’ 대표 등을 역임하며 언론 생활도 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언론계에서 해직된 충청 언론인의 모임체인 목요언론인 클럽 회원이자, 목요언론지 편집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지난 2016년 5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치료 중에 77세의 일기로 별세해 아쉬움을 남겼다. 촌철살인의 글로 유명하다. 거침없는 말투를 그대로 글로 쓰는 신문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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