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회 국감장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뿐 만 아니다. 운동 선수가 나와 추궁하는 의원과 맞서는 가하면 음식셰프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직 항공사 승무원과 전직 방송사 여자 아나운서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현직 승무원과 아나운서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관해 증언했다.

김도희 전 아나운서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 방송근무환경을 증언하고 있다. 그는 방송기자로 활동하다  2012년 TJB 대전방송에 입사, 3년 6개월간 메인 뉴스 앵커로 일해왔다.[사진=충청헤럴드DB]
김도희 전 아나운서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 방송근무환경을 증언하고 있다. 그는 방송기자로 활동하다 2012년 TJB 대전방송에 입사, 3년 6개월간 메인 뉴스 앵커로 일해왔다.[사진=충청헤럴드DB]

이들은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의 신청으로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이 가운데 충청인들에게 낯이 익은 전직 여자 아나운서가 들어왔다.

빨간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전직 여자 아나운서는 김도희씨다. 그가 나오자 여기 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김 전 아나운서는 방송기자로 활동하다 2012년 TJB 대전방송에 입사, 3년 6개월간 메인 뉴스 앵커로 일해왔다.

그의 국감 증언은 지방 방송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아나운서들의 근무환경을 계기로  노동·인권 쪽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올해 로스쿨에 진학했다"고 입을 열었다.

2012.4.9 - 2015.10.9일까지 3년 6개월간 TJB 8뉴스 뉴스앵커를 맡았던  김도희 전 아나운서.{사진=godhfma7님의 블로그켑처]
2012.4.9-2015.10.9일까지 3년 6개월간 TJB 8뉴스 뉴스앵커를 맡았던 김도희 전 아나운서.[사진=godhfma7님의 블로그켑처]

먼저 “3차에 걸친 전형을 통해 입사해 3개월의 수습을 마친 뒤 오디션을 통해 2012년 4월 메인 뉴스 앵커로 발탁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후 이상하게 계약서 작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당시 아나운서가 6명이었는데 6명 모두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아나운서의 발언은 또렷또렸했고,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후 2년 뒤에야 계약서를 썼지만, 그것도 저희 중 한 명이 구두통보만으로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나머지 아나운서들이 계약서 작성을 요구해 이뤄진 것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당시 수당을 포함해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면서 "1시간 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음악 선곡과 내레이션, 음성 편집을 2~3시간에 걸쳐 마쳐도 수당은 3천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회사 위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부 행사 등에 참가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퇴직할 때는 회사 쪽에서 ‘프리랜서’라는 이유를 들어 종속성을 인정하지 않아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2012.4.9 - 2015.10.9일까지 3년 6개월간 TJB 8뉴스 뉴스앵커를 맡았던 김도희 전 아나운서.{사진=dju1980님의 블로그켑처]
2012.4.9-2015.10.9일까지 3년 6개월간 TJB 8뉴스 뉴스앵커를 맡았던 김도희 전 아나운서.[사진=dju1980님의 블로그켑처]

그의 방송사 근무 현실에 대한 증언은 냉정하고 매서웠다.

그러면서 “방송국의 갑질과 횡포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증언했고, “언론 자체가 떳떳하지 않으면서 노동·인권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바닥이 좁다는 이유로 협박이나 회유가 있었다. 문제 삼을 경우 ‘너는 다른 데 가서 방송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폭로하자 의원들은 잠시 멈칫하며 끄덕였다.

그러더니 김 전 아나운서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법전을 꺼내 들기도 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정말 법이 문제라면 법을 바꿔줬으면 좋겠다”며 “미약한 제 목소리가 방송 영역의 근로 환경 개선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간절함도 밝혔다.

그는 “방송 영역에서 많은 노동자들, 스탭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과로사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방송인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노동청이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의원들이 주목했던 부분은 이 대목이다.

국회환경노동위의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사진=연합뉴스켑처]
국회환경노동위의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사진=연합뉴스 켑처]

김 전 아나운서는 “6년 일하고 지난해 퇴사한 아나운서는 (노동청에서) 노동자성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임의로 판단을 하지 않기도 하고 똑같은 사안인데 4년3개월 일한 사람은 노동자로, 6년을 일한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자의적이고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에 퇴사한 아나운서와 (회사가)법적소송에 가면서 (자신들에게)불리한 것을 없애려고 했다”고 TJB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MBC에서 기자로 일하다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하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10년간 비정규직 방송인으로 일했던 그는 현재 방송계를 떠나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는 “언론은 사회적 약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어왔고 뉴스의 생명은 신뢰, 보도의 핵심은 감시와 고발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 자체가 떳떳하지 않으면 그들은 노동·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방송사 근무를 통해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노동·인권 쪽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올해 로스쿨에 진학했다"고 거듭 밝혔다.

이상돈 의원은 김 전 아나운서의 증언을 듣고 “보도 분야 메인앵커라면 정규직이어야 한다”며 “프리랜서라는 명목으로 저임금을 받았고 사실상 종속적인 노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방송 작가, 외주 제작사 스탭뿐만 아니라 방송의 핵심 기능인 뉴스 보도를 담당하는 아나운서마저 방송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바깥에서 볼 땐 화려하지만 저임금의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고 엄격하게 보면 노동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승무원 복장을 입고 나온 유은정 씨도 항공사 승무원들의 열악한 환경과 여성 승무원에게 '성 상품화' 소지가 있는 복장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승무원복장을 입고나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나온 승무원 유은정 씨[사진=연합뉴스 동영상켑처]
승무원 복장을 입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나온 승무원 유은정 씨[사진=연합뉴스 동영상 켑처]

유 씨는 "승객 짐을 내릴 때 블라우스가 당겨 올라가는 등 '민망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희도 이런 부분을 민감하게 이야기하지만,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어렵게 말했다.

그는 "2∼3시간 잠을 자고 출근해야 하는 날이 연속되기도 한다"며 "잠이 모자라면 순간적으로 피로도가 높아져 안전 업무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실토했다.

유 씨는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승무 인력이 부족하니 더 뽑아달라고 해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폭로,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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