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Y초등학교 “식사 예절교육 위해”…학부모 “과도한 비교육적 처사” 분개

충남 아산시 Y초등학교가 급식실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가 급식실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들이 점심식사 시간에 시끄럽다며 식사예절을 교육하기 위한 ‘교수방식’의 일환이라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아산신도시 지역에 위치한 Y초등학교는 지난 9월 12일부터 50만 원 상당의 소음측정기를 학교 급식실 기둥에 부착해 운영 중이다.

소음측정기는 ‘소음·진동 규제법 시행규칙’에 따라 90db(데시벨)을 기준으로 실시간 작동 중이며, 기준을 초과 시 경고음이 발생한다. 경고음은 약 2~3분 가량 지속된다. 아이들이 침묵을 강요받는 순간이다.

학교 측은 소음측정기 도입 배경으로 교육지원청의 '시끄럽다'는 평가를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아산교육지원청의 급실실 운영실태 점검에서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유난히 소란스러운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정숙한 분위기의 식사예절을 지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직접 자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소음측정기 도입을 결정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소음측정기 모습. 90db를 초과하면 경고등이 작동하게 돼있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 관계자가 유난히 소란스럽다고 평가할 정도면, 특별히 지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5주 정도 지났는데, 초반보다 경고음이 울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교사들도 아무래도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부모나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 바로 도입했다. 식사예절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수법 중 하나로 봐달라”면서 “개선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너지가 왕성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억압된 식사시간은 지나친 통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일 <충청헤럴드>가 직접 방문한 학교 급식실의 소음측정기는 점심시간이 끝나 비어있는 상태에서도 55~65db를 보이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들고 있던 노트를 식탁에 떨어뜨리기만 해도 기준치인 90db가 훌쩍 넘어갔다. 900여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심시간에 지키기는 어려워 보이는 정숙 기준이었다.

텅빈 급식실이지만 55~65db 정도의 수치가 유지 중이다. 현장을 방문한 취재 기자가 식탁에 수첩을 떨어뜨리기만 해도 기준치인 90db를 쉽게 넘길 수 있었다.

학부모 A씨는 “초등학생 때는 한창 웃고 떠들 나이 아닌가. 제일 즐거워야 할 점심시간을 소음측정기로 통제한다는 건 너무 가옥한 처사”라며 “어른들도 딱딱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으면 얹히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밥을 먹이는 학교에 누가 자녀를 보내고 싶겠냐”고 분개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조철기 의원은 “학업을 하면서 식사시간 만큼은 자유롭고 즐거워야 한다”며 “조리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기계적 장치로 훈육하고 통제한다는 건 군대식 발상이다. 시대적인 흐름과 어긋나는 행정 편의적인 시도”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한편 지난 2015년 2월 경기도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도 급식실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했다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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