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 달째 입찰 학교는 고작 5곳…예산·관리 등 교육청-학교 대립
학교 현장에서는 입찰담당 업무 놓고 보건교사-행정직원 ‘떠넘기기’

올 겨울 중국발 황사의 한반도 상륙이 예고된 가운데, 대전시 학교 내 공기청정기 배치 지연이 불가피해지며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올 겨울 중국발 황사의 한반도 상륙이 예고된 가운데, 대전시 학교 내 공기청정기 배치 지연이 불가피해지며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의 ‘공기청정기 임차용역’ 지시에 학교에서 예산과 관리 등의 책임 문제로 각종 갈등과 잡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1일 대전의 일부 유치원과 초·중·고교 전체에 공문을 보내 내달 1일부터 공기청정기 설치를 진행토록 했다.

공기청정기는 유치원과 학교가 희망한 대수만큼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유치원 및 학교별로 계약해야 한다. 하지만 공문이 발송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입찰 시행률이 저조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11곳이 입찰에 참여해 5곳만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306개교 중 1.6%에 불과한 진행률이다. 마감한 학교 중 ‘유찰’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실상 공기청정기 설치 사업은 표류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각 업체들이 인맥 등을 총동원해 학교측 관계자에 자사 제품을 낙찰시키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까지 할 여지를 열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예산과 관리책임에 대한 학교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학교는 시교육청에서 전체 물량에 대한 입찰추진을 요구하는 반면, 교육청은 학교별 관리제로 가야한다며 대립하고 있다.

학교측 "예산절약 위해 일괄 입찰" VS 교육청 "관리인력 부족, 학교별 계약"

학교측은 ‘예산절감’을 이유로 시교육청이 일괄적으로 임차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입찰규모가 커 낙찰하안률이 제한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큰 폭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입찰 시 낙찰하한율이 최대 12%(2000만 원 이상) 또는 10%(2000만 원 미만)까지만 적용된다.

시교육청이 36개월 기준으로 책정한 공기청정기 한 대당 임차비용(관리 포함)은 5만 원.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하면 대당 4만 원 초·중반대로도 계약할 수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학교 담당자는 “이미 부산·경남·서울 지역의 일부 학교는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임차 용역 담당자가 돼 공기청정기 1대당 43000원에 계약을 진행중”이라며 “대전도 일괄구매방식으로 변경하면 충분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음에도 시교육청이 책정한 대로 대당 5만 원에 계약하는 건, 예산낭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학교별 계약 시 낙찰비용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낭비’라기 보다는 ‘상생’의 의미를 내세웠다.

특히,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리체제를 언급했다. 타 시·도에 비해 관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별 관리체계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대량으로 계약을 하게 되면 대기업이 유리해지고, 대기업 위주로 입찰을 받기 쉽다”며 “중소기업이나 장애인, 여성친화 기업 등에게 고루 기회가 돌아가게 하도록 소규모(학교별) 계약이 이뤄지게 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부산의 경우 교육지원청만 5~6개 된다. 대전은 동부와 서부 2개 뿐”이라며 “도합 8000개로 추산되는 대전지역 학교 공기청정기를 교육지원청이 관리할 시, 한 교육청이 4000개씩 관리해야 된다. 그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입찰계약 행정업무" VS 행정직원 "미세먼지 예방, 보건업무"

학교현장에서는 용역 담당자 선정에서 업무 떠넘기기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임차 용역을 두고 보건교사와 행정실 직원이 서로 업무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권자인 학교장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청의 관련 공문은 영유아법에 따라 학교장 권한으로 입찰과 구매·관리를 담당하는 책임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도 학교에서는 교육청이 책임과 부담을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학교와 교육청간의 대립이 첨예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보건교사협회는 “미세먼지 관련 사업이라고 해서 ‘보건’ 분야라고 생각하지만, 행정업무를 수반하는 임차용역은 어디까지나 행정실의 관할”이라며 “공기청정기를 시설물로 규정하고, 입찰·계약업무는 행정실의 업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맞서 행정실 직원들은 보건업무 영역이라는 점을 들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한 학교 행정실 직원은 “공기청정기 관리에 대한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보건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입찰 및 구매에 대한 행정적인 부분을 행정실에서 맡기로 하고, (보건교사가) 책임자로서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달라는 제안조차도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측에서 문제 제기를 받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파악한 상태”라며 “이에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계약 방식이 바뀔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 할 단계다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민 박모(37)씨는 “학교측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업체와의 비리가 일어날 여지도 다분해 보인다”며 “결국 이번일로 공기청정기 배치가 지연되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하루 빨리 상황이 진전돼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게 하는 게 교육청과 학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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