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국민을, 충청인을 춤추게 하라
[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국민을, 충청인을 춤추게 하라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1.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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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얼마 전 대전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고 그가 이끌어 그의 사무실로 함께 갔다. 3층짜리 건물에 그의 방은 3층 맨 끝 방에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그의 사무실, 둥그런 회의 탁자 뒤엔 지역신문과 경제지가 놓여 있었다.

이사장실에는 흥미로운 간판이 걸려 있었다. 20년 전 쯤 걸린 액자형 간판이다. 그 나무 판에 적힌 글귀가 ‘고객을 춤추게 하자’는 것이다. 어떤 CEO의 경영 메시지보다 인상적이다. 고객을 춤을 추게하는 경영, 고객이 덩실 덩실 기뻐서 춤추는 모습이 그려진다.

"저 간판에 사연이 있어 보인다"고 물었다. 그는 빙그레 웃기만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대전 사립의 명문고교 교감 선생님 출신이다. 경영학이나 금융학을 전공한 적도 없다. 그저 수십 년간 일선 교사로 일했던 터다. 그의 말대로 20년 간 ‘백묵장사’를 했다.

- 리더가 현장을 뛸 때 조직이 산다.

그는 그래서 금융업은 낯설었다. 어찌 어찌하여 금고 이사장을 맡았지만 난감했다. 그래서 지방지와 경제신문만은 매일 빼놓지 않고 읽었단다. 그리고 낮엔 석 달간 뛰어다녔다. 회원들을 만났고, 동종업종 인사와 금융계에 있는 제자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그 간판은 그때 그들에게 얻은 모든 조언을 모아 내린 결론이다.

‘고객을 춤추게 하자’는 뜻은 그의 경영 지향점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경영철학이다. 좌우명인 셈이다. 그는 ‘고객이 춤을 춘다면...’에 맞췄다. "금고 오너인 내가 누군데.."하며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 고객, 금고 이용 가입자에 경영 방향을 맞췄다.

그는 만년 적자이던 금고를 취임 1년 3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물론 IMF의 아픔도 겪었다. 그 뒤 여러 차례 금융정책의 변화에 시련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취임 때보다 영업매출을 수백 배를 높여 놨다. 대통령상을 수상할 때 소감은 “고객을 춤추게 했더니 나도 춤을 추게 되더라”였다.

그간 여러 정당이 정치 입문을 권했지만, 거절했다. 그때마다 "저는 국민을 춤추게 할 수 없습니다"라며 손 사레를 쳤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입신영달하고, 명예나 얻을 욕심에는 배지를 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 잘났다고 저마다 나서는 선거판에 ‘국민을 춤추게 할수 없다’는 이유로 도리질했다. 그래서 존경을 받는다.

또 다른 금고 이사장도 고객을 춤추게 해 믿음을 얻은 예가 있다. 대전의 모 농수산물 시장 내 금고 얘기다. 오너인 G씨는 20년 가까이 금고를 운영, 반석 위에 올려놨다. 필자가 어느 종이신문사 대표이사와 발행인을 할 때 그를 만났다.

기자를 하다가, 신문사를 경영하는 입장이어서 성공한 이들을 찾아 다녔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필자는 무엇이든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결국 기자들에게 "충청 독자를 춤추게하는 신문을 만들자"고 역설했던 이유였다.

G씨는 농수산물시장에 새벽 3시에 나갔다. 상인들이 오기 전에 미리 10원부터 500원 짜리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 5000원 짜리 지폐, 1만 원짜리를 전날 바꿔놓고 시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새벽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잔돈이 필요했다. 상인들에 잔돈을 바꿔줘 불편을 해소해 줬다. 인근의 농협과 은행들은 새벽시장이 끝난 오전 9시가 넘어야 문을 열었다. G씨의 직원들은 새벽에 시장에 나와 상인들에게 잔돈 교환하는 일을 지금도 계속한다. 그러니 시장 상인들이 모두 이 금고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 경제 수장들 모두 바꿔 새틀의 경제정책필요.

문재인 정부나, 여야 정치인들이 국민을 춤추게 할 수 없을까.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는 우리 충청인 들이 기뻐 춤추게 할 수 없나. 현재 대로면 ‘아니올씨다’다.

지난 1997년 IMF(국제금융기구)에 자금을 요청할 때보다 경기가 최악이다. IMF시대, 건국 이래 최악의 경기라고 할 말큼 심각했다. 대전에서 시작한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민 모두가 눈물을 씻고 나서서 이를 이겨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떨까. 우리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지고 있다. 석 달 전만해도 그럴 리 없다며 부인해 온 문재인 정부는 이제야 이를 시인했다. 통계의 오류라던 정부가 슬그머니 경제위기를 인정, 뒤늦게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휴일인 4일에는 고위 당·정·청 회의도 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설도 맥락이 같다. 경제정책의 쇄신이라지만 문책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올 국감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이 수없이 지적한 경제위기, 불안, 침체 극복은 말의 성찬뿐이다. 그러니 누구로 어떻게 바뀔지, 사람이 바뀌면 경제가 살아날지, 역시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19개월 째 인데 벌써 세 번째다. 역대 정권에 비해 잦은 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딱 한번, 다른 전직 대통령도 두 번 외에는 총리가 대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의 장을 넓히려는 의지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관심은 연설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현실을 더 냉정히 직시하고 있는 지가 들어있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그 문제점들을 적절히 반영하는 지를 내포하는 까닭이다. 경제가 어렵다면 탄력적으로 국정운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민심 반영도 그 틀에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연설에 당면한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놀랍고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포용국가론’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그 요지인 셈이다. 이는 지금의 경제 기조를 바꿀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 경제지표와 거리가 있는 문 대통령 연설.

그는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또 “이를 위한 성장전략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추진”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내용들이다.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령층의 어려움은 “정책기조 전환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마다 청와대가 해온 이야기와 똑같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근본적 해소 방안은 연설에서 없었다. 그저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 뿐이다. 물론 연설 내용중에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안정적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무려 22%나 늘어 23조원이 넘는다.

세세한 얘기는 그렇다고 치자. 이럴 때 우리 경제는 정부가 10개월 째 ‘경기회복세’라고 우기는 것과는 다르다. 문 대통령의 국회연설 하루 전 31일 발표된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은 경제 위기의 현주소가 그대로다. 생산과 소비가 모두 부진했다. 산업생산은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됐다. 오죽하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란 자세로 일관하던 통계청마저 ‘경기 불안’을 인정할 정도다. 이제야 인정한 것이다.

선행지수도 8개월째 하락세다.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98.6을 기록했다.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3% 감소했으며, 소비도 2.2% 줄었다. 경기가 하강국면이다. 동행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동행지수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림세다. 향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8개월째 하락세다.

대외 환경도 나쁘다. 미-중의 무역 전쟁도 그중 하나다. 트럼프-시진핑 두 정상이 전화 통화로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지만 아직 미지수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격화, 세계 경제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중국을 최대의 무역상대국으로 하는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여기에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회수가 급속히 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자본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정부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선제적 대응조치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장기대책을 마련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

왜냐면 우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손 놓고 있었다. 개인 간 투자나 거래라는 이유로 불구경하는 꼴이다. 주식시장의 리스크 증가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고민했다면 이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

- 국민이 흥이 나서 춤출게 할 방법 없나.

드러난 수치들은 불안감을 넘어 위기감을 보여준다. 전 산업 생산지수는 106.6으로 전월보다 1.3%p 떨어졌다. 서비스업은 전월과 비슷하지만 광공업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을 중심으로 2.5%p 하락했다. 제조업은 2.1%p 내렸다. 광공업 하락폭은 작년 2월(-3.0%) 이래 19개월 만에 최대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9월 108.8을 기록, 전월보다 2.2%p 줄었다.

허겁지겁 ‘뒷북 대응’이 안되길 바란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대책은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질주에 미혹돼 자동차 같은 근간산업과, 이들의 근거지인 충청권등 지방경제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대책 마련도 미봉책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공유경제 서비스 등 혁신성장의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우리 경제가 더 추락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경제의 방향은 옳다고 만 주장하는 정부의 방향이 허둥대니 국민이 하나 되어 대응할 동력도 없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낮춰 잡았다. 다른 기관에서는 더 비관적인 수치를 전망한다. 설비 투자는 물론 생산과 소비에 걸쳐 지표는 계속 후퇴하는 중이다. 고용은 악화 일로이고 그나마 버팀목인 수출도 주변 여건을 보면 위태롭다.

하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진단에 이견이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의 경제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답뿐이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나. 기다리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하세월하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등 국민의 한쪽 부분은 하루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 정부는 공장이 돌아가고 시장에 불이 켜지도록 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룰 게 아니다.

머지않아,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거명된다. 누가 됐든 ‘민생경제 회복’에 직을 걸어라. 책상머리에서 숫자 놀음과 경제학 이론책을 집어치우고 휴대폰을 들고 현장에 나가라. 그래야 국민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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