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가 센 대전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납품 날자를 못 맞췄다고 대금을 안 줬다가 '납품 갑질'이라는 비난과 함께 모두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납품이 늦어졌다는 등의 이유로 케이티엑스(KTX) 차량 물품대금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하지 않은 코레일이 차량 제작·공급사인 현대로템에 남은 물품대금을 일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로템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코레일이 미지급 물품대금 233억여 원을 한국로템에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고속철 차량의 공급이 지연된 책임을 현대로템에만 물을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코레일 [사진=블로그 rnta****켑처]
코레일 [사진=블로그 rnta****켑처]

사건은 이렇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6년 6월 전라선·경부선 KTX에 투입할 KTX 차량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KTX 동력차 및 객차 100량을 3472억여 원(물가변동 등으로 인한 계약금 조정액)에 제작·공급하기로 코레일과 계약했다.

현대로템은 애초 2009년 6월 8일까지 납품하기로 돼 있던 1차분 60량을 8개월이나 늦은 2010년 2월쯤 납품했다.

코레일은 이에 계약위반이라며 납품 지연에 따른 비용(지체상금), 선지급금 이자, 아직 받지 않은 지체상금의 이자 등을 공제하고 나머지만 물품대금으로 지급했다.

그러자 현대로템은 2012년 5월 지급하지 않은 물품대금 847억여 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현대로템 쪽은 ▲대통령 전용차량 개조작업 ▲무리한 설계변경 요구 ▲철도노조 파업 등으로 공정이 지연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진행된 1,2심에서는 모두 현대로템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현대로템이 주장한 미지급 물품대금 가운데 116억여 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시운전시험을 하던 도중 대통령 전용차량 개조작업 때문에 발생한 82일간의 공정 지연은 현대로템 책임이 아니어서, 지체상금(납품 지체의 배상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코레일이 물린 지체상금이 과다하다"며 5%를 감액했다.

대전 코레일 사옥[사진=블로그 rnta****켑처]
대전 코레일 사옥[사진=블로그 rnta****켑처]

1심 재판부는 "다만 시운전시험 과정에서 터널 앞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와 전국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빚어진 이틀 간의 지체는 현대로템이 납품을 지체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므로 지체상금을 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에 더해 1심이 인정한 116억 7537만 원에다가 116억 3531만 원을 추가로 더 지급해야 한다며, 모두 233억 106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코레일의 무리한 설계변경 요구 때문에 모두 183일이 지연됐다는 현대로템 쪽 주장을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1심에서 인정된 대통령 전용차량 개조작업으로 인한 82일간의 지연에 대해서만 현대로템 쪽 책임이 면제된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로템이 납품한 차량의 흠이 경미하고, 차량 제작 과정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코레일이 부과한 지체상금 751억 원은 부당하게 많으므로 20%를 감액한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항소심인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체상금의 감액 사유 인정이나 감액 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심 법원의 전권이다. 원심의 지체상금 감액 비율이 뚜렷하게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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