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란 ‘어떤 것을 재는 기준’이라고 한국표준연구원이 정의한다. 이는 측정의 기준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결코 뗄 수 없는 행위가 ‘측정’이다. 측정은 미터나 킬로그램과 같은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현재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의 정의는 '어떤 양을 재는 기준으로 쓰기 위하여 어떤 단위나 어떤 양의 한 값 이상을 정의하거나 현시하거나 보존하거나 또는 재현하기 위한 물적 척도, 측정 기기, 기준물질이나 측정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2018년 세계 측정의 날(WMD, World Metrology Day)을 맞아 지난 5월 17일, 대전의 한국표준연구원(KRISS) 본원에서 기념식 및 축하공연 등이 열린 행사를 가졌다.[사진=한국표준연구원 홈페이지 켑처]
2018년 세계 측정의 날(WMD, World Metrology Day)을 맞아 지난 5월 17일, 대전의 한국표준연구원(KRISS) 본원에서 기념식 및 축하공연 등이 열린 행사를 가졌다.[사진=한국표준연구원 홈페이지 켑처]

대전에 있는 한국표준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측정이며, 그 기준이 표준이라고 한다.
시간은 사회생활을 구성하는 기본 틀이다. 이때 시계가 맞지 않으면 당장 그날 활동에 차질이 빚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시계가 정확한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나 '116' 전화 시보는 정확한지는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한국 표준 과학연구원이 유지하는 국가 시간표준에 의하여 항상 정확하도록 계속 맞추어 주고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이를 나타내는 것이 '단위'이다. 단위에 대해 어느 전문가는 인류의 가장 큰 지적 성취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하다. 단위는 측정의 기본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자’다. 우주 어디에 가도 이 자 하나로 모든 치수를 통일해서 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본단위가 7개 있다. 질량, 온도, 전류, 물질의 양 외에 시간(초), 길이(미터), 빛의 강도(광도, 칸델라)가 포함된다.
단위들은 시간이나 공간에 따라 변하면 안 된다. 특히 ‘단위의 기초'인 7개 기본단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면 안 된다.
이런 가운데 16일(한국 시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다른 단위의 기본이 되며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없는 국제단위계(SI)의 ‘기본단위’ 절반 이상이 바뀐다. 물론 한국도 여기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4개의 단위가 바뀌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정밀 의약이나 화학 등의 분야는 정밀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국제적인 단위 재 정의에는 한국도 일부 기여를 했다. 온도 단위 켈빈을 정의할 때 필요한 볼츠만 상수 측정에서 대표적인 표준기구인 프랑스 및 영국 표준기관의 값이 미세하게 달랐다. 양인석 표준연 열유체표준센터장팀은 자체 측정을 통해 영국 기관의 오류를 밝혀내 정확한 상수를 찾는 ‘심판자’ 역할을 했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kg) ▲전류 단위 암페어(A) ▲온도를 측정하는 과학적 단위인 ‘켈빈(K)’ ▲물질의 양(量)을 재는 단위인 ‘몰(mol)’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 정의되는 것이다. 바뀐 기본단위의 발효는 내년 5월 20일부터다.

기본단위 ci[사진- 한국표준연구원 홈페이지 켑처]
기본단위 ci[사진- 한국표준연구원 홈페이지 켑처]

이날 4개의 기본단위가 바뀌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 단지 정밀 의약이나 화학 등의 분야는 정밀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7개 기본단위 중 4개가 한꺼번에 달라지는 것은 143년에 이르는 근대 단위 표준화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4개 단위를 재정의하는 것은 기존의 정의가 불안정하거나 시간에 따라 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측정 과학자들은 1875년 세계 최초의 국제조약인 ‘미터 협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1889년 길이의 자인 ‘국제 미터원기’와 질량의 자인 ‘국제 킬로그램원기’를 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들 원래 기본은 절대불변의 자가 아니었다. 물질이 산화 등 화학반응을 겪거나, 표면에 이물질이 쌓이면서 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의 원기의 경우 100년 동안 0.05mg이 변했다. 1억 분의 5가 변한 미세한 수치이지만, 최근 정밀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미세한 차이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 뒤에 나머지 네 개의 기본단위를 이번에 바꾸는 것이다. 질량은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플랑크 상수’를 이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올해 7월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이 무수한 실험과 측정을 통해 값을 얻은 최신 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졌다. 일정한 시간 동안 전자기력과 중력이 각각 물체를 당길 때 한 일의 양을 비교하면, 그 수식에 포함된 플랑크 상수를 구할 수 있다.
이호성 한국 표준 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과학계는 이날을 위해 25년 동안 단위 기준 변경의 과학적 타당성과 혹시 모를 여파를 주의 깊게 연구해 왔다”며 “기존 단위의 수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일상에 미치는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7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미터 협약을 체결하고 5월 20일을 세계 측정의 날로 제정하였다. 미터 협약이란 미터법 도량형의 제정·보급을 목적으로 체결한 국제 협약으로서 길이, 질량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본단위를 제정한 것이다.
한국은 1959년 미터 협약에 가입 후 1964년부터 계량법에 의거하여 미터법을 전면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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