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향한 ‘야속함’과 ‘배신감’
정치권 향한 ‘야속함’과 ‘배신감’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2.0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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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3대 째 목회활동을 하는 어느 목사님의 들려주신 얘기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일이다. 낮이 긴 여름, 초등학교 2학년인 동생과, 작당아닌 모의(?)를 했다. 아버지의 옷 주머니에서 몰래 돈을 훔쳐, 군것질을 하자고 말이다.

당시 집 앞의 문방구점엔 군침을 흘릴 만한 것이 왜그렇게 많았는 지 몰랐다. 풀빵과 쫀드기, 캔디, 십리사탕 등등...먹고싶은 욕구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살만한 돈이 없으니, 안방에 걸어둔 아버지 양복 윗저고리에서 동전과 지폐를 꺼냈다.

동생과 말을 맞췄다. 그리고 문구점으로 내달렸다. 군것질을 하는 내내 동생과 '아버지에게 말하면 그냥 안둔다' 고, 약속, 또 약속을 했다. 해가 져 집에 갈 시간이 될수록 불안해졌다.

그 때마다, 동생에게 약속아닌 겁박을 했다. 아버지가 물어도 '절대 모른다고 해라','돈을 안꺼냈다고 해라','그렇게 안하면 이 다음에는 너하고 안논다'고 주먹까지 보이며 윽박을 질렀다.

고양이 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저녁밥상에 둘러앉자 아버지가 기도를 했다. 그 기도가 여느 때와 달랐다.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어 훔치거나...용서해달라는 대목이 나왔다.

상을 물린 뒤 예상대로 캐물었다. 정확하게 780원이 없어졌다며 자신과 그 동생에게 '바른대로 말하라. 그러면 용서할테니'. 먼저 자신에게 물었다. 자신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다.

다음은 동생차례. 동생도 처음엔 모른다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버지는 '우리가족 모두 천국에 가는데 거짓말하면, 너 혼자만 지옥에 갈래?'라고 말했다. 동생은 아버지와 자신을 번갈아 보며 난처했다.

​동생은 '으앙'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절도(?)사실을 싵토했다.

동생은 '형이, 아버지 옷에서 돈을 꺼내 사탕사먹자고 했다'고 했다. 동생은 회초리로 손바닥 세대를 맞고 끝냈다. 하지만 자신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30대를 맞았다. 돈을 훔친 데 15대, 거짓말을 한데 15대나 맞고, 무거운 훈계와 반성문을 썼다.

-본질 잊은채 약속 깬데 야속함

여간 분한게 아니었다. 그렇게 손가락을 걸고, 또 걸고, 코끝에 침을 바르고 퇘, 퇘, 침을 하늘에 뱉으며 약속한 동생. 야속을 넘어 약속을 깬 하소연 못할 배신감이 몰려왔다. 훔침이라는 본질은 잊고, 약속을 깬 동생에게만 야속하고 분했던 것이었다.

우리 국회가 지금 그렇다. 석 달이나 지각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제도 개선을 논의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도 핵심은 선거구제 문제다. 결론은 의원정수인데 말의 성찬 뿐이다. 늘어난 인구에 맞게 일을 하려면 국회의원수를 늘려야한다며 이를 던져 놓은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선거체제를 바꾸자는 말만 오갔지, 결론도 없다. 야 3당(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헌법에선 국회의원수를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300인'으로 못박고 있다. 선관위도 지난 2015년 이를 권고한 상태다.

우리의 인구를 5100만명으로 치면 17만명 당 국회의원이 1명이다. 제헌헌법 제정 당시의 국회의원 제적은 200명이었다. 인구 2000만명을 고려하면 10만명 당 1명 수준이었다. 의원 1명당 책임지는 인구수가 1.7배로 늘어난 셈이다.

야 3당은 선거제도 개선에 절대적인 역할을 할 민주당과 한국당은 신경 쓰지 않는데서 문제를 찾고 있다. 그렇지만 양당은 여론의 부담을 느껴 ‘하는 척’할뿐이다. 양당은 현행 제도 하에서 누리는 기득권을 굳이 내려놓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만 하더라도 129석을 가진 원내 1당이다. 총선 3년차인 현재도 40% 안팎의 여유 있는 당 지지율 1위다. 그태여 지금 제도에 손을 대서 남좋은 일을 시킬수 없다는게 그들의 계산이다.

손을 대더라도, 손톱만큼의 손해 보는 일은 않을 것이 뻔하다. 말로는 의석수 증가가 없는 제도개선에 중점을 둔다고 공언한다. 현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비례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거의 개혁을 않겠다는 얘기다.

-민주당·한국당,  연동형비례대표제에 째째한 수용

​한국당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지방선거 참패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 그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지역구당 2~4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 도시와 농어촌지역의 선거방식을 달리하는 도농복합형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원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100명이나 줄이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내놓았다. 한두 석을 줄이는 일도 쉽지 않은 터에 의석수를 100개나 줄이자고 한다. 현실성이 매우 낮다.

​한국당은 비례성 강화에는 역행하는 정반대의 안을 내놓았다. 현행 유지를 이끌어내려는 속셈이다. 의원정수 증가의 또 하나의 걸림돌은 의석수를 늘리면 자신이 누리던 혜택과 특권, 희소성이 줄어든다. 때문에 현행 유지 전략이다.

야 3당은 그래서 민주당의 야속함에 비난하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때 공약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태클을 걸기 때문이다.

대전의 시민단체와 야6당( 노동당, 녹색당, 민주평화당, 민중당, 우리미래, 정의당) 도 지난 달 29일 양당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혐오 1번이 '국회'이고 정치혐오 만든 주범은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라고했다. 단 1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불합리·불평등한 선거제도가 국민의 불평등한 삶과 양극화를 만든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제발 국회에서 싸우지 좀 말라'라고 하는데, 이 주문에 응답할 방법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은 물론 민주당내 반대기류를 설득하라는 요구가 그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뭔가. 이는 정당 득표율대로 각 당이 의석 수를 나누고, 배분된 의석 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예로 보면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정당 득표율은 7.23%였다. 그때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정의당은 7%의 득표율에 해당하는 21석의 의석수를 가질수 있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2명과 함께 나머지 19석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또다른 예를 보자. 민주당이 1년 4개월뒤 총선에서 33%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면 민주당은 100석을 가져가야 한다. 한데 지역구 110석을 얻었었다면 그대로 110석이 된다. 그리고 전체 국회의원 총수는 300명에서 310명으로 늘어난다. 대신 민주당은 비례 의석수를 한 석도 없다. 그래서 단 1표도 사표(死票)가 없다.

-기대와 달리 당리 당략에 빠진 정치개혁.

지금 선거제도에서는 양당이 다른 정당의 몫을 부당하게 차지한 셈이다. 그러니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양당은 제도가 바뀌면 자신들의 의석수(비례대표 의석수)를 그만큼 소수 정당에 뺏긴다고 주판알을 튀긴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야당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그랬지만, 20대 국회 들어 여당이 되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미온적이다. 상황이 달라지니 그땐 맞고 지금을 틀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 3당은 지난 달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득권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를 위한 공동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문 대통령에게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길과 물태우 대통령의 길이 있는데, 링컨의 길을 가라"고 했다. 노예해방선언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링컨 전 대통령과, 유약한 리더십으로 물렁하다며 ‘물태우’란 지적을 받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교한 것이다.

이어 “링컨은 노예해방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역구 민원도 들어주고 뇌물을 찔러주거나 협박까지 하는 등 가장 추악한 방법을 동원해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부터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우선 이 대표를 불러 나의 철학을 관철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자라면, 노무현의 비원을 이루라고 불러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뒤집는 행위를 할 것이냐”며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지 않고 궁색한 길로 계속 갈 거냐”고 거들었다.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역시 “문재인 정권은 광화문 촛불민심으로 탄생했고, 지금 민심은 정치가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한달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당장 나서야한다. 여야가 이런 저런 일정을 빼면 선거제도 개혁을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당리 당략이 아니다. 나라의 명운달린 정치문화 개혁이다. 그러러면 정치문화 개선이라는 본질을 잊고, 지난날 약속을 깬 야속함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더욱이 개혁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다. 정말 참된 정치를, 참된 미래를 위해서 나서야한다. 거듭말하지만 이제는 각 당이 기존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다. 상세한 당론을 펼쳐놓고 합의점을 찾기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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