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동향을 파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재수(60) 전 기무사령관. 그는 충남 당진이 고향이며, 중앙고와 육사 37기 출신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와 고교와 육사 동기생으로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7일 오후 송파구 법조타운의 한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7일 오후 송파구 법조타운의 한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 삼성병원에는 군 선후배와 정치권 인사들이 주말, 주일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발인은 11일이다.

정진석 자유 한국당 의원(4선·충남 공주 청양 부여)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 북의 글에서 "적폐몰이에 지친 이재수 전 기무사 사령관이 투신자살했다. 너무도 먹먹하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석함을 토로했다.

정 의원은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박지만 씨와 함께 이 장군을 본 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이었다"라며 "두 사람 모두 시대의 광풍에 시달리느라 마음이 황폐해져 있었다. 속절없이 소주잔만 기울였다"고 했다.

이어 "이 장군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3일 영장 실질심사에서 기각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리라 짐작하지 못했다"면서 "충남 당진 출신인 이장군은 온유한 성품의 참 점잖고 인간미 넘치는 군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진=정진석의원 페이스북 켑처]
[사진=정진석의원 페이스북 켑처]

그는 "그는 육사 37기의 선두주자였다. 선후배들이 다들 육군 참모총장 감이라고 했지만, 박지만 씨의 동기라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생의 마지막 글에서 그는 ‘군은 세월호와 관련해서 유족들이나 국민들에게 아무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갈 테니 부하들은 선처해 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가 목숨을 던지고서야 언론들은...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들을 사찰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한 군인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유족들을 도와주려 했다는 사실을 지나가듯이 한 줄 다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세종 시에서교편을 잡은 부인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전날인 2일과 받은 다음날인 4일 EG회장인 박지만 씨와 두 차례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부인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세종시인 이 전 사령관은 예편 후 지인이 빌려준 서울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검찰이 이 전 사령관을 소환 조사한 뒤 지인에게 “왜 집을 빌려 주었냐”는 취지로 전화를 했고, 이 전 사령관은 ‘지인이 혼비백산했다’고 주변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사진 위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아래왼쪽 정진석 한국당 의원, 오른 쪽 EG회장 박지만씨[사진=충청헤럴드DB]
사진 위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아래왼쪽 정진석 한국당 의원, 오른 쪽 EG회장 박지만씨[사진=충청헤럴드DB]

박 회장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이 전 사령관을 위로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세종 시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부인 얘기를 꺼내며 “정년이 남아 있는데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라고 걱정했다고 한다.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술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의 투신 소식을 전해 듣고 지인들에게 “그 자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했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 영장 실질 심사 전날인 2일에도 점심을 함께했다. 박 회장은 “구속될 수도 있는데 처음 며칠은 수치스러울지 모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지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박 회장의 고교 ‘단짝 친구’이자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다. 2013년 10월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이 전 사령관은 이듬해 10월 박 회장과 ‘절친’이라는 이유로 경질됐다.

당시 박 회장은 “누나 때문에 이 전 사령관이 (대장 승진에) 물을 먹었다"라고 지인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올 3월 EG그룹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 회장은 지난 주말에 사업차 일본으로 출국해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박 회장에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윗선을 불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가 가장 힘이 들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이 전 사령관이 지난 7일 목숨을 끊은 뒤 빈소에는 이 전 사령관을 추모하는 군 선후배와 정, 관계 인사들의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8일에는 김학용·유기준 한국당 의원과 유승민 바른 미래당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9일에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진태 같은 당 의원이 각각 조문했다.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7일 오후 송파구 법조타운의 한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7일 오후 송파구 법조타운의 한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바른 미래당은 10일 김정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온갖 치욕을 견뎌내고 끝내 죽음으로 명예를 지켜낸 故 이재수 사령관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죽음으로써 아랫사람을 지키고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를 지켜낸 고 이재수 사령관을 끝으로,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군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고 이재수 전 사령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문재인 정권 하에서 정치보복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생기는 것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문 정부가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과잉수사와 정치보복으로 언제까지 안타까운 죽음을 만들 것이냐. 검찰은 언제까지 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수사만 할 것이냐"며 "의도된 정치수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김진태 같은 당 의원도 "사찰을 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전례 없이 수갑을 채웠다"며 "참 군인으로서 명예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말이 적폐 수사이지 인민 수사이고 반동분자 숙청"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이재수 씨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회찬(고 정의당 원내대표)도 받았는데 못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 나라를 지킨 공에 따라 장례도 국방부장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디어스 등 진보 언론들은 이 전 기무사령관의 극단적인 선택은 안타깝다면서도 "특히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의 실체를 밝히고 문제를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극단적인 선택은)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극을 국면전환의국면전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보수 세력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불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주말 동안 이재수 전 사령관의 빈소에 들른 보수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적폐 청산의 탈을 쓴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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