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중심이자 야권 제1당인 자유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을 뽑는 선거가 11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투표로 다득점자를 뽑는 이날 원내대표 경선은 선거 후 곧바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잔류파인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구을)과 복당 파인 김학용 의원(3선·경기 안성)의 2파전으로 압축된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나 의원은 대전의 정용기 의원(대전· 재선)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복당파의 지지를 얻고 있는 김학용 의원은 김종석 의원(비례·초선)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표밭갈이를 해왔다.

▶두 후보 간 박빙 승부되나=나 의원 측은 친박계와 중립지대에서 우세를 장담하고 있다.

나 의원측 관계자는 “복당파가 승리할 경우 또다시 ‘복당파 vs 친박계’의 갈등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잔류파와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나 의원 쪽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원대대표에 출마한 나경원(왼쪽), 김학용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선진국으로 가는길' 국가재조포럼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원대대표에 출마한 나경원(왼쪽), 김학용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선진국으로 가는길' 국가재조포럼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김 의원 측에서는 복당파의 지원 사격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50여 표 이상을 확보했으며, 7표가량 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지만 김 의원 특유의 친화력 있는 스킨십으로 표심을 잡고 있다. 특히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가 확정된 뒤 김 의원 지지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각 후보 측이 승리를 장담하고 있어 근소한 차이의 박빙 승부가 될 전망이다.

▶충청 의원들의 표심은= 충청권은 무려 11명의 소속 의원이 포진해있다. 홍문표 전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대개 친박 내지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만큼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나경원 의원으로 쏠릴지 관심사다. 더욱이 초·재선 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용기 의원이 나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다.

지난해 1월 18일 당시 새누리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모임을 갖고 현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충청헤럴드DB]
지난해 1월 18일 당시 새누리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모임을 갖고 현안 등을 논의했다.[사진=충청헤럴드DB]

정 의원은 지난 10월 친박 그룹인 유기준 의원 등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가질 만큼,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홍 전 사무총장은 친 홍준표 계열이자 친 이명박, 비박계로 분류되고, 정진석 의원은 친홍, 친박계열이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

▶충청 출신 나경원의 원내대표 3수 도전 결과는=충북 음성 출신인 나 의원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원내대표 도전이다. 대중적 인지도는 당내에서 선두권이지만, 원내대표 선거에서 내리 2패를 했다.

박근혜 정권 때 나 의원은 원래 ‘비박계’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번엔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대거 흡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내 친박계 인사들의 모임인 우파 재건회의는 지난달 30일 나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 명단을 발표했다. 비록 해당 의원들이 “공개 지지는 아니다”라며 부인하긴 했지만, 정치권에선 양측의 연대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한 언론에서는 나 의원의 당내 분위기를 보도하기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 의원이 어느 때보다 해볼 만한 선거판”이라면서도 “이번 도전도 실패하면 당 중진으로서 정치력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의원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나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는 정말 열심히 뛴다. 절박함 때문인지 ‘달라졌다’는 평가도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고 했다.

▶영남후보 없는 각축전=앞서 언급했듯이 나 의원은 정용기 의원을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김 의원은 김종석 의원을 각각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선택했다.

나·김 의원이 당초 지역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구·경북(TK)’에서 러닝메이트를 구할 것이라던 예상과는 어긋난 결과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구성하는데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후보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또한 그간 최소한 재선급 이상이 맡는 것이 관례였던 정책위의장 후보에 김 의원이 초선을 내세운 것도 파격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지역별ㆍ선수별 짝짓기가 무너지면서 표 예측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 두번 째)과 정용기 의원(왼쪽 첫번 째), 김학용 의원(오른 쪽 첫번 째)과 김종석 의원(오른 쪽 두번 째)이 국회의원 기자실인 정론관에서 각각 러닝메이트를 소개하는 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 두번 째)과 정용기 의원(왼쪽 첫번 째), 김학용 의원(오른 쪽 첫번 째)과 김종석 의원(오른 쪽 두번 째)이 국회의원 기자실인 정론관에서 각각 러닝메이트를 소개하는 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복당파의 24명 김의원 지지하나=김 의원과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5.9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바른 정당을 전격 탈당, 한국당으로 유턴한 13명 중에 속한다. 이어 11명이 돌아왔다. 모두 24명이다. 11일 경선에서 김 의원은 복당파 표를 대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정 표를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복당파 독식’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최근 “복당파가 당 접수하면 TK 신당이 나온다"라는 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가까스로 당 지지율이 20% 중반까지 회복한 만큼 내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 박 좌장 김무성 움직이나=당 일각에선 지난 7일 차기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한다.

김 의원은 지지층이 겹치는 강석호-김학용 의원 간 후보 교통정리를 통해 여전한 막후 조정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를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는 등 김무성의 2인자다. 때문에 김학용 의원이 당선되면 김무성 의원의 막후 정치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자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김무성 의원의 영향력이 부활하는 구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서도 있다.

심지어 한국당 초·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 모임에서 지난달 14일 성명을 냈다. ‘통합과 전진’ 모임은 “보수 분열, 우파 분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무성 의원은 자숙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이 ‘원내대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얘기했다는 보도가 나온데 따른 반발이었다.

한 언론은 한 초선 의원이 “김학용 의원은 인물론을 내세우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참작하면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를 떼어놓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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