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공무원노조 “갑질, 군기잡기”…고위직 간부 “세심하고 합리적”

충남도의회 308회 정례회에 대해 도청 공무원노조가 "갑질과 군기잡기"라는 쓴소리를 던졌다. 반면, 고위직 공무원 사이에서는 "역대 의회 중 가장 합리적이고 세심한 심사"였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충남도의회의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308회 정례회가 3일만 남겨 놓은 가운데, 도청 공무원 사이에서 제11대 도의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도에 따르면, 충남도공무원노조(이하 노조)는 전날 공직자 내부망인 행정포털에 “충남도의회는 막말과 군기잡기 등 갑질행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올렸다.

성명에서 노조는 “도의회는 집행부와 함께 도의 살림을 맡는 양대 축으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정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의 실·국장을 향한 막말이나 비인격적인 언어공격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일부 의원은 ‘×발’이라는 욕설은 물론, ‘무식하다. 기본이 안 돼 있다’, ‘교육 좀 시켜라’ 등 모멸감을 주는 비인격적인 막말을 쏟아내 동료 의원조차 고개를 돌리거나 비웃음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TV에 적나라하게 잡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도를 넘는 막말과 죄인 취급에 ‘공직자로서의 자괴감마저 들었다’는 말이 실·국장들의 솔직한 심정”이라며 “예산심의과정에서도 지난해 90억 원에서 올해 402억 원으로 4배 넘게 삭감 당하자 ‘내년 사업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업부서들이 크게 반발했다. 계수조정에서 200억 원대로 내려갔지만, 내년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예결의의 심사가 새벽 2시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무려 17시간의 강행군으로 거의 모든 직원들이 주말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며 “내부망에는 ‘이러니 누가 애 낳고 싶냐고요…가정이 파탄 날 지경인데’, ‘애기 보려고 주말만 기다렸는데…’, ‘요즘 도의회 보면 무슨 군대 같아요. 병장이 이등병 군기 잡는 것도 아니고’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집행부를 향해서는 시간외를 인정해달라는 댓글도 폭주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노조는 “인내의 게이지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도의회는 개인의 영달보다는 도민을 먼저 생각하는 균형 있고 이성적인 견제와 건전한 비판 관계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4000여 충남공직자들의 가정 돌봄과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도민들의 직접적인 생활과 관련되는 예산을 즉각 부활시켜라”라고 촉구했다.

17시간 강행군 예산심의…"집행부 군기 잡기" VS "역대 최고의 심사“

충남도의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회의 모습.
충남도의회 308회 정례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회의 모습.

노조의 이 같은 혹평과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역대 의회 중 가장 꼼꼼하고 합리적인 예산심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청 고위직 간부 공무원 A씨는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11대 의원들은 집행부가 미처 보지 못한 것까지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돌봄센터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설치하려 했던 지문인식기 예산 7000만 원이, 황영란 의원의 지적으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는 걸 알게 됐다. 두 명의 장애인 의원은 각종 단체의 알력으로 집행부가 직접 손대기 어려운 예산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충고해주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해줬다. 큰 도움이 됐다”고 호평했다.

이어 “삭감 규모가 역대 최다라고는 하지만,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일한 것이라고 본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여당이 다수인데 왜 그러냐는 시선은 관행적인 관점이다. 오히려 야당이 다수였던 10대 의회보다도 뭔가를 하려는 의원들로 똘똘 뭉쳤다. 역대 의회 중 가장 합리적이고 세심한 심사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예결특위의 마라톤 심의에 대한 시선도 엇갈렸다. A씨는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심의 속에서도 계수조정 과정에서 살릴 건 살리고, 깎을 건 깎아야 한다는 논쟁이 치열했다. 정말 제대로 된 심사였다고 본다”며 “심의에 앞서 542가지 업무를 6일 밤새워 공부했다. 그런데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정을 이야기 하니 전혀 고생한 것이 없었다. 정잘 재밌게 심의를 받았다”고 추켜세웠다.

끝으로 그는 “일부 예산은 국비로 내려온 복지관련 예산을 세운 뒤, 이후 중앙정부가 방침을 바꾸면서 삭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돼 집행부의 요구로 삭감한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 마치 도의회가 도지사 공약사업을 삭감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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