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파가 당직을 독식하면서 잔류파 의원 자존심 건드렸다."
자유 한국당 내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정용기 팀이 잔류파이자 친박계의 지지 속에 비박계·복당파인  김학용 의원을 압도한 뒤 충청권 잔류파의 한 국회의원이 12일 <충청 헤럴드>에 전한 얘기다.
그는 "68 대 35, 이 득표의 격차는 모두의 예상 뛰어넘은 것"이라며 내년 2월 있을 당대표 경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분석은 예상을 뛰어넘은 나경원. 정용기 조의 큰 표차는 이른바 김무성계의 당직 독식을 향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원내대표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 김무성 의원과 정우택 의원 등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나경원 원내대표·정용기 정책위의장 팀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 112명 중 당원권이 정지된 9명을 제외한 103명 전원이 참석한 경선 투표에서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는 68표를 획득했다. 상대 후보인 김학용·김종석 의원은 35표 득표에 그쳤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나경원 의원과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정용기 의원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 함진규 정책위의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나경원 의원과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정용기 의원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정용기 신임 정책위의장, 함진규 정책위의장.[사진=연합뉴스]

한국당 한 관 계자도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장내에는 의원들의 작은 탄성마저 터져 나왔다"면서 "무려 33표라는 큰 격차가 난 것은 당내 의원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전했다.
한국당 잔류파의 한 당권주자는 "김학용 의원이 되면 탈당파가 계속 연속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게 되고, 김무성 대표의 뒷그림자도 너무 크다"며 "나경원 의원이 된 요인을 그 두 가지로 분석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충청권 또 다른 중진의원도 "큰 표 차이가 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며 "너무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만 계속하니까, 당을 지킨 잔류파 의원들의 자존심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충청권 의원 중에서는 이번 경선을 통해 김무성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 스스로도 '복당파'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석호·김학용 의원 사이의 후보 단일화에서 김학용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두 의원의 인물·능력의 우열은 떠나서, 강 의원 역시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탈·복당 전력이 없고 한국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에서 표의 확장성이 넓다.
김의원은 그런데도 자신이 당대표였던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김학용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면, 좀 더 전폭적으로 경선 지원을 했어야 했는데 이조차 '뜨뜻미지근'했다는 비판이 비박계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충청권 비박계의 한 인사는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의 타이밍을 놓쳤다"며 "강석호·김학용 의원 사이의 단일화는 어떻게 포장하든 김무성 대표의 개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면 후보 단일화 직후에는 자신이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줬어야 했다"고 패인을 소극적 지원에서 찾았다.
충청권 인사는 이어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김의원이 ) 만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전당대회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면서"7일에야 비로소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미 김학용 의원이 불리해진 뒤에 떠밀리듯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이 인사의 발언은 즉, 김학용 의원도 경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6일 김무성 의원이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만나고 다니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 관련 활동을 하는 게 '원내대표 밀어주기'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질문자의 이름을 정색하고 부르더니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피해를 보고 있지 않느냐"고 '울컥' 했다는 것이다.
김학용 의원은 당시 "설마 우리 김무성 대표가 나 피해 보게 하려고 그러겠느냐"고 반문했으나, 오히려 이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약간의 '의구심'이 읽혔다는 반응도 나온다.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며 김무성 의원이 따르던 의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면, 한동안 한국당의 '상수'로 기능했던 김무성계가 급속도로 형해화되면서 소속 의원들이 각자도생 하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 홍문표 진영의 오른 쪽부터 이주영 정우택 나경원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들[사진=충청헤럴드 db]
반 홍문표 진영의 오른 쪽부터 이주영 정우택 나경원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들[사진=충청헤럴드 db]

충청출신 한국당 관계자는 "만약 김무성계가 결집을 유지하려면 카리스마 있는 대권주자급 인물이 구심력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노리며 전면에 재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전폭 지원했던 충청권 출신 정우택 의원은 희색이 만연하다.
물론 정 의원과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격돌했던 사이이지만, 이번 경선을 앞두고서는 구원(舊怨)을 걷어내고 거의 하루에 한 차례 꼴로 만나며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의 한 재선의원은 "정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찐박'으로는 (원내대표 경선이) 안 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옛 범친박계·잔류파의 '대표선수'로 옹립한다는 수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 이후 '영남권 3선 이상'을 공언했던 나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찾기에 어려움을 겪자, 한 차례 고사했던 정용기 의원에게 마음을 바꿀 것을 권유하기도 했었다"며 정 의원의 공을 인정했다.
원내대표 경선 참패를 직감한 김무성 의원이 이날 의원총회에 정견발표와 상호토론까지 전부 끝난 뒤 투표가 시작돼서야 비로소 느지막이 나타나 투표만 마치고 퇴장한 반면, 정우택 의원은 어깨 수술로 팔에 깁스를 했음에도 일찌감치 의총장에 나타나 자리를 지킨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정우택 의원은 경선장에서 퇴장하려는 김무성 의원을 멈춰 세워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는 쌍방이 원내대표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 입장에서 승패가 판가름 나는 순간을 앞두고 정 의원의 여유와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관측이다.
향후 입지에 대해 전망하는 충청권 의원들도 있었다.
충청권 또 다른 재선의원은 "'김무성과 정우택의 대결'이 정우택 의원의 승리로 귀결됨에 따라, 내년 2월 말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노리는 정 의원의 행보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고 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전당대회 출마를 안 하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경남 창원 성산 보궐선거 출마로 선회한다  가정하면 정우택 의원에게 절대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청권 원외 위원장인 한 인사는 "내년 2월 당대표 경선에서 결국 정우택 의원"이라며 "나경원 의원이 이기면 '견제심리' 때문에 전당대회는 비박계가 유리해진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몰표가 나오면서 정 의원이 기세상 더욱 유리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론대로 집단지도체제가 채택된다면 '1인 2 표제'가 되는데, 정우택 의원이 영남에 근거를 두고 있으면서 그간 입장을 같이 해왔던 당권주자 한 명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정 의원이 당권 행보에 소극 적였으나, 앞으로는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날 국회 주변에서 11일 경선에서 극소수의 의원을 제외하고 나경원 의원팀에게 충청권 의원이 몰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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