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정치, 협치하는 여야 관계 등을 무색하게 하는 새해 예산안 처리가 올해도 대치와 야유·고성·항의 가운데 가결됐다.

대화와 타협, 절차에 따른 의사 진행도 실종됐고, 여야의 칼끝 대치를 연상케했다.

◇오전 본회의 직전=국회는 예산안 처리 디데이(D-Day)인 5일부터 6일 새벽까지 숨가쁜 정쟁으로 얼룩졌다.

새해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야간. 국회의장과 야당간 고성과 항의, 야유와 반발로 뒤엉켰다가 한국당의 퇴장속에 6일 새벽 가결됐다(사진=연합뉴스)
새해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야 간, 국회의장과 야당 간 고성과 항의, 야유와 반발로 뒤엉켰다가 한국당의 퇴장 속에 6일 새벽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부터 예산안 합의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지난 4일 공무원 증원과 소득세 인상 등을 유보한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잠정 합의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협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이제라도 합의안을 파기하자는 격앙된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전 본회의 전 의총을 소집해 소속 의원을 상대로 '집안 단속'에 분주했다. 지난 7월 추가 경정 예산안 표결 당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지연됐던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한국당 의총이 길어지자 정회를 선포했다.

◇저녁 9시 본회의=오후가 되자 본회의 속개 시간은 오후 9시로 잡혔다.

국회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이 새해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며, 여야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새해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며, 여야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회의에 맞춰 또 다시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도 최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의총을 각각 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총은 20분 이내에 끝이 났지만, 예산안에 결사 반대하는 한국당의 의총은 길어졌다.

한국당 의총에서는 오전의 의총과 같이 반대 의사 표현 방식을 놓고 "피켓 시위를 하자",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연기를 요구하자",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성명을 발표하자", "반대표를 던져 한국당의 뜻을 알리자"라는 등의 강경론이 우세했다.

한국당 의총은 오후 8시 2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지속됐으며, 내부 표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끝날 것 같다"고 밝혔다.

◇본회의 정회 논란=이런 가운데 정 의장이 한국당 의총이 끝나기 전인 오후 10시 본회의 속개를 강행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인 오후 10시 13분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소속 의원 70여 명이 본회의장으로 몰려들어 정의장에게 본회의 속개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하는 도중에 본회를 진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정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11시간 동안 의총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나. 여러분들이 항의할 입장이 아니다. 명분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의장석 앞으로 나가 "이렇게 의사를 진행해도 되나. 아침부터 기다렸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자리에 앉으세요"라는 고성과 함께 한국당 의원들을 비난하기도했다.

이어 정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여야 합의에 따라 의사 일정을 진행하는데 왜 반대하나"라고 득세법 개정안 표결을 강행하자, 한국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새해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야간. 국회의장과 야당간 고성과 항의, 야유와 반발로 뒤엉켰다가 한국당의 퇴장속에 6일 새벽 가결됐다(사진=연합뉴스)
새해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여야 간. 국회의장과 야당 간 고성과 항의, 야유와 반발로 뒤엉켰다가 한국당의 퇴장속에 6일 새벽 예산안이 가결됐다.[사진=연합뉴스]

김성태·이주영 의원 등 원내대표 후보군이 정 의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 측의 감정은 더욱 격해졌고 민주당 의석에서는 "조기총선을 하자"는 고성이 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의 "정세균 사퇴하라, 국민의당 물러가라, 여당2중대 물러가라, 밀실야합 각성하라"라는 구호와 야유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계속해서 본회의를 진행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고, 정 의장은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즉석 합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30분간 정회를 선언했다.

◇한국당 불참 속에 예산안 새벽 가결=본회의는 30여 분 쉬었다가 속개됐으며 새해 예산안은 1시간 20분가량 찬반 토론을 거쳐 6일 새벽 0시 30분 가결됐다.

민주당에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예산안 부결을 막기 위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국회의원들까지 포함해 121명 소속 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했다.

한국당 100명 정도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밀실 야합 예산'이라는 피켓을 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또 표결을 마치자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규탄 성명을 낭독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