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교장 사진 게시, 친일작사·작곡가 교가, 강점기 규정 및 교훈 등

20일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학교 일제 잔재 청산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이 일제 잔재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학교 중 70%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학교내 일제 잔재에 대한 청산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날 도교육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713개 학교 가운데 ▲공개적인 장소에 일본인 학교장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는 학교 29개교 ▲친일경력자들이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가 있는 학교 31개교 ▲학교 생활규정에 일제 강점기 징계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학교가 80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인 교장 사진은 초등 23개교, 중학교 1개교, 고등학교 5개교 등에서 주앙현관이나 계단벽면, 복도 등에 전시돼 있었다. 이들 사진 중에는 일본도를 들고 있거나 군복을 입고 있는 제국주의 색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며, 재직기간이 해방 이후인 1945년 10월인 학교장도 있었다.

또 모두 23개교에서 김동진(3곳), 김성태(11곳), 이흥렬(6곳), 현제명(3곳) 등 친인경력자들이 교가를 작곡하고 ‘지원병을 보내며’,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 등 또 다른 친일경력자 7명이 8개교의 교가를 작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작곡한 김성태는 경성후생실내악단에 참여해 ‘대일본의 노래’를 지휘했으며 현제명은 1938년 친일 전향 성명을 발표하고 ‘후지산을 바라보며’를 작곡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이들 교가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이 수정 또는 존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그 내용을 역사교육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광주학생운동 당시 징계 조항으로 쓰였던 백지동맹이나 동맹휴학 등의 용어를 아직도 학생생활규정에 쓰고 있는 학교도 80여 곳에 이르렀다. 

도내 한 학교 역사관 모습. 일본인 교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교훈의 경우, 70%에 가까운 학교가 일제 강점기 식민지 사상에 순종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성실, 근면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여학교에서는 아직도 순결, 진선미 등의 교훈도 있었다. 

김지철 교육감은 “기억하지 못한 아픈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역사학의 잠언이 있다”며 “우리가 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교육계가 더 깊이 있게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또 “과거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과 선구자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작곡가가 친일활동을 열심히 했다. 친일 화가들이 유관순 열사의 영정을 그린 것과 똑같다”며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이라고 단순히 기념식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일제 잔재 청산 운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발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오는 26일 독립기념관에서 ‘학교 친일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 토론회’를 열고 향후 올바른 역사교육 방향에 대해 중지를 모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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