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유치 실패 정치권 책임 공방…천안시의회 집행부에 ‘의지부족’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신진영 천안을 지역위원장(왼쪽)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충남과 천안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이하 SK클러스터) 용인 결정 발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여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하나로 뭉쳐 정부에 적극대응하자고 독려하지만, 상대 정당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축장이전 범천안시민추진위원회는 26일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모두가 애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며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된다. 종축장 부지가 선거를 의식한 상대방 흠집내기 용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고 정치권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SK클러스터 입지 발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벌어진 책임 공방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완구 전 총리는 논평을 통해 SK클러스터 입지 발표 당시 해외출장업무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와 구본영 천안시장을 싸잡이 비난하며 “외국출장을 즉시 중단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박완주 국회의원(민주당·천안을)은 “이 전 총리가 SK클러스터 유치실패와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를 운운할 자격이 있냐”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당시 충남지사로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막지 못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다시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과 신진영 천안을 당협위원장은 “대규모 공모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광역·기초단체장, 국회의원 등이 협업해 장관, 국무총리를 만나고 청와대를 방문해 국토균형발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홍보를 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수인 지역정치권을 비난했다.

특히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있는데도 도지사는 일본에 나가 있고, 시장은 브라질 출장 중이라니 어떤 발상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천안시와 경쟁했던 청주는 35조 신규투자가, 이천은 20조 투자, 구미도 2년간 9000억 원이 투자되는데 천안만 빠진 상황”이라고 공세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에 와서 이렇게 비난하기에 앞서, 여야를 떠나 충남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탰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한국당에서 sk클러스터 충남 유치를 공식 지지한 것은 성일종 국회의원 한 명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국당 충남도당과 이 전 총리는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제 뒷북치며 비난하기에만 급급하냐”며 “충남도민의 뒤숭숭한 심정을 재차 들쑤시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정치적 의혹를 제기하기도 했다.

천안시와 시의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26일 열린 주요현안보고 자리에서 정부가 SK클러스터 용인 입지를 사실상 승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시 집행부가  더 이상의 공식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보이자, 천안시의회는 끝까지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종담 의원은 “현 상황에서 물러난다면 수도권규제완화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고, 국책사업에서 소외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추후 일말의 결과라도 거두려면 끝까지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천안시민 김모(54·목천)씨는 “민심을 어루만지고 하나의 중지를 모으는데 앞장서야 할 지역정치권에서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정쟁도구로 활용하려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며 “정부의 ‘수도권규제 완화 기조’에 대응하자는 담론에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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