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전천 기름누출'-2] 지난해 2월 기름누출 적발 불구 조치 ‘無’…동구청, 정화명령 이후 방관

대전 동구 천동 부근 대전천으로 기름이 누출되고 있는 가운데, 기름에 오염된 하천부지는 1년 넘게 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배수로 앞 놓여져 있는 흡착포와 거름망.
대전시 시내를 관통하는 대전천. 최근 악취를 동반한 기름띠가 형성되며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기름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전천의 현장과 원인, 그리고 관계 기관의 대응실태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주

대전천 인근 석유판매업체의 기름누출 사실이 적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 없이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구청인 동구청은 정화명령을 내린 이후 별다른 후속대책이 없었고, 해당 업체(오염원인자)는 제대로 된 정화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채 그대로 1년이나 지나갔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7일 <충청헤럴드> 취재결과, 대전 동구 천동 대전천 인근에서 석유판매업을 했던 A업체의 기름누출은 지난해 2월 적발됐다.

동구청은 기름을 누출한 A업체에 대한 검찰고발과 함께 토양정화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업체는 1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정화작업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 

그나마 정화작업을 위해 오염지역에 설치한 시설은 이달 초에나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고,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름 유입을 막기 위해 천변에 설치된 흡착포와 오일펜스도 부실해 우천 시 범람하는 오염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사실상 지금까지 기름 누출이 이어져온 것.

대전 동구 천동 부근 대전천 공공부지. 지중정화시설(왼쪽)이 설치돼 있다.

기름누출 적발 후 폐업한 A업체는, 지난해 5월 토양정화작업 전문업체인 B업체에 용역을 맡겼다. 이후 기름이 새는 배관을 들어내고 오염된 지역에 대한 지중정화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 오염부지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B업체 관계자는 “오염도 정밀검사와 정화작업에 필요한 관계기관 승인, 옆 건물주의 허가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간이 걸렸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정화작업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토양정화시설을 3월 초 설치했다. 다음주 중에 정화작업을 시행할 것”이며 “누출로 오염된 부지와 옆 건물 마당에 대한 토양정화는 꾸준히 절차를 밟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염피해가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A업체가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아울러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동구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배수로 앞에 놓인 흡착포(왼쪽)에 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묻어있다. 오른쪽은 오염토양 근처 수면 위로 기름으로 추정되는 막이 떠 있는 모습.

누출 업체 “준비절차만 1년”…환경전문가 “그동안 동구청 뭐했나”

지역의 한 토양환경 전문가는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하천부지에 정화장치를 설치했다는 건 그동안 오염을 방치한 것”이라며 “오염범위로 봤을 때 누출이 꽤 오래 진행됐고,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관계자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염된 토양을 전부 굴착해내는 것이 2차 오염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굴착 작업을 개인이 실행하기 어렵다면 관할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학·건축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도출해 2차 오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 역시 “동구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고, (정화에 대한) 해결책 등이 지지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구청 환경부서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현장을 확인 하겠다”면서 “환경관리공단과 협조한다면 오염된 토양을 들어내는 등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