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전천 기름누출'-3] 전문가 "굴착 시급"...오염원인 업체 "굴착 비용부담 어려워" 난색
인근 주민들 '기름냄새' 불편호소...동구청 "원인자가 책임져야" 외면

대전시 동구 천동 인근 대전천 옆 부지에 설치된 지중정화 시설. 전문가와 관계기관 관계자들은 오염지역 토양을 굴착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 시내를 관통하는 대전천. 최근 악취를 동반한 기름띠가 형성되며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기름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전천의 현장과 원인, 그리고 관계 기관의 대응실태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주

대전천 기름누출 사고와 관련, 토양전문가들이 정화공법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없어 대책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12일 대전지역 한 토양환경 전문가는 <충청헤럴드>와 인터뷰에서 “오염이 꽤 오래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이번 사고의 경우, 추가오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조치는 굴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양에 흡수된 오염물 특성상 옆쪽으로 옮겨갔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회귀할 수 있는데, 적정 오염농도가 나오면 정화를 중단하는 지중정화방식은 이런 부분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중정화는 오염물을 완벽하게 정화해내지 못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봐서라도 굴착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굴착 방식은 오염된 토양을 파낸 후 새 토양을 덮는 방식이다. 지중정화 방식은 땅속으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오염된 토양에 약품을 보내 기름을 분리해내는 공법이다. 

이에 대해 오염원인을 제공한 A업체는 ‘굴착정화방식’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막대한 비용 투입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당초 굴착을 하려고 했지만 비용도 엄청날뿐더러 정화업체마다 제시하는 비용이 너무 달랐다. (굴착 방식은) 부르는 게 값이다. 많게는 1억 원 차이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화방식에 대해) 알아봤는데 여기저기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었고 활성화가 돼 있기도 한 지중정화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A업체는 정화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정화작업을 진행 중으로, 작업을 완료하는데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오염지역 인근 주민들은 기름냄새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좀 더 빠른 정화작업을 위해 관할 구청의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해당 관청인 동구청은 이번 사고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굴착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영세한 한 개인이 이행하기엔 어려움 있어 보인다. 특정 정화방식을 업체에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구청에서 예산을 들여 대신 굴착을 해줄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 법령에 따르면 정밀조사부터 정화작업까지 오염에 대한 모든 조치 이행 책임은 행위자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책임질 업체는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관할 기관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면서 오염에 대한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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