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전 외삼동 한화 대전사업장 일원서 진행
유족·동료들 "지금도 믿기지 않아...다시는 사고 없어야" 눈물바다

한화 방산부문 임직원들이 합동 분향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이날 대전 사업장 전 직원은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전 한화사업장 희생자 유족들이 폭발사고 발생 28일만에 고인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이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된 지인들의 모습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13일 오전 10시께. 길 모퉁이 너머로 운구차량과 유족들이 탄 버스와 수십대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을 달리한 동료들과 실의에 빠져있는 유족들을 기다리며 차로 양 옆으로 빽빽이 줄지어 고개 숙여 서있던 대전사업장 직원들은 차량행렬이 지나가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동료, 친구, 취재진 등 인파가 모인 가운데 시작된 합동영결식. 묵념이 시작되자 비장하게 울려퍼지는 슬픈음악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고인들을 향한 울분과 흐느낌,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날 영결식이 끝나고 난 뒤에도 유족들과 고인들의 동료, 지인들의 울음과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이어 고인들의 약력 소개가 끝나자 이들과 함께 한 팀을 이루며 같은 현장에서 땀 흘렸던 생산2팀 이시영 과장이 임직원 대표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인들에 대한 기억을 소개한 이 과장은 이따금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힘겹게 소리를 내며 고인들과 유족들의 슬픔에 함께했다. 

그는 먼저 4살된 자녀를 둔 고 김승회 씨를 두고 “미소가 아름다운 배려심 많은 분이었다.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책임감 있고 성실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 김태훈씨를 추억하며 “예의가 바르고 직장동료 모두가 좋아하는 동료였다. 매 업무마다 수행하던 태도가 솔선수범하는 모습들이 비치듯 생각난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 김용동 씨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회사의 재발방지 의지를 믿고 작은 한이나마 내려놓고 가겠다"며 "28일 동안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 해주신 이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대학졸업을 하루 앞두고 유명을 달리한 고 김형준 씨에 대해서는 “엔지니어의 큰 꿈을 꾸고 대학부터 성실히 관련학과를 전공하며 꿈을 이루고자 성실히 일했던 분이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이러한 모습들은 항상 우리들의 가슴 깊이 남아있을 것이다. 성실했던 고인들을 회사 안팎으로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다시 한 번 이생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의 아픔과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아버지와의 이별을 실감하지 못한 듯 분향소 앞을 지나다니는 고 김승회씨 자녀의 얼굴에 비친 해맑은 미소는 유족들과 주변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희생자들과 같은 팀에서 일했던 생산2팀 이시영 과장이 추도사를 낭송하고 있다.

이후 유족 대표 김용동 씨는 추도사를 통해 “고인들은 운명을 다 하지 않고 한스러운 죽음으로 부모, 형제, 동료를 두고 먼저 하늘로 가지만 남아있는 동료들은 위험하지 않은 쾌적한 일터에서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재발방지 의지를 믿고 작은 한이나마 내려놓고 가겠다. 유가족 요구로 6개기관의 확약으로 이 사업장에 새롭게 적용될 특별감찰, 합동감찰 등을 회사는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며 "28일 동안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 해주신 이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진 헌화를 끝으로 이날 영결식이 진행된 시간은 52분. 유족, 친구, 동료들이 28일째 놓아주지 못 했던 고인들과 영원히 이별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운구차량 뒤로 유족들을 실은 버스들이 영결식 장소로 들어오고 있다.

앞서 유가족·한화 대전사업장·방위사업청·고용노동청은 재발방지 합의문을 함께 작성하고 서명했다. 작업중지 상태인 대전 사업장에 대한 '작업 재개 여부 점검'과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점검'이 골자로 꼽힌다.

한편, 사고 발생 26일째인 지난 11일 유족과 한화는 모든 장례절차에 대한 합의동의에 서명한 바 있다. 합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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